2015.11.22. 주일 그리스도왕 대축일(성서주간)

                                                                                             다니7,13-14 요한묵1,5ㄱㄷ-8 요한18,33ㄴ-37


                                                                         왕중의 왕이신 그리스도

                                                                  -섬김의 왕, 진리의 왕, 평화의 왕-



아침 07:35분, 어둠을 밝히며 황홀찬란하게 떠오르는 태양이 흡사 그리스도왕님을 뵙듯 반가웠습니다. 그리스도왕이 계시지 않다면 이 광야인생 무슨 희망으로 살아갈 수 있을런지? 그리스도왕을 섬기는 기쁨으로, 찬미하는 기쁨으로 살아가는 우리 수도자들입니다.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나는 받았노라.”(마태28,18ㄴ)

어제 저녁기도 성모찬가 후렴에 이은 아침기도 즈카르야 후렴의 그리스도왕의 고백이 우리 마음을 한껏 고무시킵니다.


“왕중의 왕이신 그리스도께 어서와 조배드리세.”

왕중의 왕이신 그리스도께 조배하므로 영광스런 그리스도왕 대축일 하루를 시작한 우리 수도자들입니다.


“보라, 떠오르는 태양이라 일컬어 지는 분을 그는 옥좌에 앉아 다스리시며 모든 민족에게 평화를 전하리라.”


역시 오늘 아침 힘차게 노래한 아침기도 첫 후렴처럼, 11월 위령성월, 왕도王道의 정치는 눈 씻고 찾아도 찾아 볼 수 없는, 패도霸道의 정치가 만연한 어둔 세상에 희망의 태양으로 떠올라 온누리를 환히 밝히고 있는 왕중의 왕이신 그리스도입니다. 


세계 1차 대전후 계속되는 무신론과 허무주의가 만연하던 1925년, 교황 비오 11세에 의해 그리스도왕 대축일이 제정되던 때와도 흡사한 오늘날 분위기입니다. 마침내 이런 암흑의 시대에 다니엘 예언자, 요한 묵시록의 예언이 성취되었습니다.


“보십시오, 그분께서 구름을 타고 오십니다(요한묵1,7ㄱ). 그분께 통치권과 영광과 나라가 주어져, 모든 민족들과 나라들, 언어가 다른 모든 사람들이 그분을 섬기게 되었습니다. 그의 통치는 영원한 통치로서 사라지지 않고, 그의 나라는 멸망하지 않습니다(다니7,14).”


이미 세상에서 실현되기 시작한 그분의 나라입니다. 세상에 속한 그분의 나라가 아니라, 그분의 나라에 속한 세상입니다. 세상안에서 이미 왕중의 왕이신 그리스도를 모시고 그분의 나라를 살고 있는 우리들입니다.


예나 이제나 여전히 참된 권위를 갈망하는 사람들입니다. 덕치德治와 인치仁治의 성군聖君같은 대통령을, 그리스도왕 같은 왕을 갈망하는 사람들입니다. 패도霸道의 왕 넘어 왕도王道의 왕이신, 알파요 오메가이신 그리스도를 모신 우리들은 행복합니다. 아침기도 첫 찬미가 이 기쁨을 노래합니다.


“예수여, 놀라우신 임금이시여, 우리의 위대하온 승리자시여

 말로다 표현못할 감미이시여, 온전히 갈망할 수 있는 임이여.”


온전히 갈망할 수 있는 유일한 임은 오직 왕중의 왕이신 그리스도 한 분뿐입니다. 며칠전 써놓은 ‘하늘이 되었다!’라는 자작시를 사랑하는 그리스도왕께 바칩니다.


-땅이/하늘이 되었다!

 단풍잎 별들/가득한 하늘이 되었다!

 이런 추억이 있어/겨울 추위를 살아가는 나무들이다!-


왕중의 왕이신 그리스도의 은혜로 우리 모두 하늘이 되었습니다. 은총잎 별들 가득한 하늘이 되었습니다. 이런 추억이 있어 겨울같이 추운 세상을 따뜻이 살아갈 수 있는 우리들입니다. 우리 모두 왕중의 왕이신 그리스도를 닮아 왕자답게, 공주답게 살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첫째, 섬김의 왕이신 그리스도입니다.

섬김의 왕이란 호칭이 참 자랑스럽습니다. 평생,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시기 까지 순종으로 하느님을 섬겼고 온유와 겸손, 사랑과 지혜로 우리 불쌍한 사람들을 섬긴 그리스도왕이십니다. 참으로 가장 낮은자 되어, 작은자 되어 우리를 사랑으로 섬기신 그리스도왕이십니다. 


도대체 우리의 종이 되어 발을 씻어준 왕이 세상에 어디 있습니까? 섬김을 받으러 오신 것이 아니라 우리를 섬기러 오셨고 지금도 우리 한가운데에 섬기는 분으로 현존하시는 그리스도왕이십니다. 이런 그리스도왕을 닮아 더욱 그리스도왕을, 형제들을 섬길수록 비로소 왕자다운, 공주다운 삶의 실현입니다.


둘째, 진리의 왕이신 그리스도입니다.

진리의 길, 생명의 길이신 그리스도왕이십니다. 아니 그리스도왕 자체가 살아있는 진리입니다. 진리를 증언하려고 태어났으며, 진리를 증언하려고 세상에 오신 그리스도왕이십니다. 하여 진리에 속한 사람은 누구나 주님의 말씀을 알아 듣습니다. 


“진리가 무엇이오?”(요한18,38).

바로 진리이신 그리스도를 앞에 두고 진리가 무엇인가 묻는 무지에 눈먼 빌라도입니다. 말씀이신 그리스도가 진리입니다. 진리에 목마른 사람들, 이것이 인간의 정의입니다. 진리에 목마름은 바로 말씀에 목마름을 뜻합니다. 


말씀 안에 머물 때 주님의 제자가 되고 진리를 깨닫게 되고 그 진리가 우리를 자유롭게 합니다. 연중 마지막 주간인 이번 성서주간에는 더욱 말씀의 진리에 깊이 맛들이시기 바랍니다. 말씀을 통해 진리자체이신 그리스도왕을 깨달아 닮아갈수록 참으로 자유로운 왕자다운, 공주다운 삶입니다.


셋째, 평화의 왕이신 그리스도입니다.

진리와 더불어 평화를 목말라 하는 사람들, 이또한 인간의 정의입니다. 부활하신 그리스도왕의 참 좋은 선물이 평화와 기쁨입니다. 여전히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평화를 선사하시는 그리스도이십니다. 세상이 줄 수 없는, 또 세상이 앗아갈 수 없는 주님의 평화입니다. 하여 우리는 ‘그리스도는 우리의 평화!’라 고백합니다. 


“만세만민 참 왕이시니 이 백성의 간구들으시어

 오 주 예수여 온 세상이 평화를 누리게 하소서.”


엊저녁 흥겹게 노래한 저녁성무일도 찬미가 셋째 절입니다. 주님 평화의 사람들이 진정 그리스도왕을 닮은 왕자다운, 공주다운 사람들입니다. 주님은 산상수훈의 진복팔단에서도 평화의 사람들을 극찬하십니다.


“행복하여라,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의 자녀라 불릴 것이다.“(마태5,9).


왕중의 왕이신 그리스도보다 세상에 아름답고 매력적인 분은 없을 것입니다. 그리스도왕을 닮아갈수록 우리 역시 아름답고 매력적인 섬김의 사람, 진리의 사람, 평화의 사람이 되고 존엄한 품위의 왕자다운, 공주다운 삶의 실현입니다. 바로 이의 전형적 모범이 ‘하느님 섭리의 사람’ 프란치스코 교황님입니다. 좀 길다싶지만 교황님께서 사랑하는 친지에게 보낸 편지 일부를 인용합니다.


“저는 여기서 잘 지내고 있고, 정말 깜짝 놀랄 일 앞에서도 평화를 잃지 않았는데, 저는 이것이 하느님의 선물이라 믿습니다. 저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했던 모습과 행동을 그대로 유지하고자 애쓰고 있습니다. 이 나이에 제가 변한다면, 저는 웃기는 사람이 될 겁니다. 


저는 교황 궁에서 살고 싶지 않습니다. 그곳에는 일을 하거나 손님 접견을 위해 갑니다. 저는 산타 마르타의 집에서 지냅니다. 이곳은 손님 숙소인데 콘클라베 동안에 거처했던 곳이고 주교, 사제. 평신도들이 손님으로 묵는 곳입니다. 사람들은 저를 볼 수 있고, 저는 평범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아침에 사람들과 같이 미사를 드리고, 식당에서 사람들과 함께 식사하고, 등등입니다. 이 모든 것이 저에게 아주 좋고 제가 고립되는 걸 막아 줍니다. 저를 위해 기도와 전구를 해 주시기를 청합니다. 예수님께서 당신에게 강복하시고 거룩한 동정녀께서 당신을 보호해 주시기를. 형제적 사랑으로, 프란치스코.”(베르골료 리스트137-138쪽, 분도출판사, 최종근 번역)


참 좋은 그리스도왕 대축일 미사를 통해, ‘우리를 사랑하시어 당신 피로 우리를 죄에서 풀어 주셨고, 우리가 한 나라를 이루어 당신의 아버지 하느님을 섬기는 사제가 되게 하신 왕중의 왕이신 그리스도께 영광과 권능이 영원무궁하기를 빕니다.’(요한묵1,5ㄷ-6).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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