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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2.12. 재의 예식 다음 금요일                                                                           이사58,1-9ㄴ 마태9,14-15


                                                                                  참된 단식

                                                                     -하느님이 기뻐하시는 단식-


금년들어 처음 밤새, 지금까지 계속 내리시는 봄비가 메마른 대지를 촉촉이 적십니다. 사순시기 은총으로 촉촉이 적셔지는 우리 메마른 마음을 상징합니다. 오래 전에 써놓은 ‘내 딸 아이 하나 있다면’이란 짧은 자작시가 생각납니다.


-마음을/촉촉이 적시는 봄비!

 하늘은총/내 딸 아이 하나 있다면

 이름은/무조건 봄비로 하겠다-


어제 성녀 스콜라 스티카 축일 미사중 아름다운 영성체후 기도 후반부의 내용이 그대로 실현되었습니다.


“성녀가 기도한 대로 하늘에서 비를 내리신 주님께서 또한 그의 전달에 의하여 저희의 메마른 마음을 천상 은총의 이슬로 적셔주소서.”


단식은 유대교 및 그리스도교에서 전통적으로 전형적인 중요한 수행이었습니다. 건강은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것이고 단식 수행의 목적은 따로 있습니다. 모든 수행이 목표하는 것처럼 단식 역시 마음의 순결과 사랑, 자유를 목표로 합니다. 구체적 몸의 가난한 현실을 깨닫고 하느님과 이웃을 생각하는데 단식보다 더 좋은 수행은 없습니다. 


저도 2년전 안식년 '순례의 해' 세월호 사건 이후 부활대축일 다음날부터 20일간 단식을 했는데 그냥 건강을 위한 단식의 명분이 민망하여 ‘단식기도피정순례’로 길게 명명했던 일이 생각납니다. 사실 단식하는 중 에도 틈틈이 순교자들에 관한 자료를 읽었고, 오후는 인근 순교성지들을 순례하며 나름대로 기도에 몰두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저희와 바리사이들은 단식을 많이 하는 데, 스승님의 제자들은 어찌하여 단식하지 않습니까?”(마태9,14)


오늘 복음에서 요한의 제자들은 예수님께 묻습니다. 이런 자기 중심의 자기 과시의 수행으로서의 단식이라면 주님의 눈에는 일고의 가치도 없습니다. 예전 아빠스님의 유우머 같으나 뼈있는 핵심 진리가 담긴 ‘먹고 겸손한 것이 안 먹고 교만한 것보다 낫다.’는 말씀도 생각이 납니다.


오늘 이사야의 하느님이 기뻐하시는, 좋아하시는 참된 단식에 대한 말씀이 감로수甘露水처럼 반갑습니다. 물론 단식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단식의 본령이 어디있나 밝히고 있습니다.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말씀처럼 한마디로 사랑이 없는 단식의 무용함을 지적한 것입니다. 


우선 분도규칙에 단식이 나오는 ‘제4장 착한 일의 도구들은 무엇인가’중 말씀의 목록을 살펴 봅니다.


“그리스도를 따르기 위해 자신을 끊어버려라.

 육체를 다스리라.

 쾌락을 찾지마라.

 단식을 사랑하라.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라.”(RB4,10-14)


단식이 어떤 맥락에 자리하고 있는지 분명히 드러납니다. 그리스도를 따르고 육체를 다스리기 위한, 또 이웃에 자선을 행하기 위한 단식 수행입니다. 거룩한 단식이요 참된 단식의 정신입니다. ‘단식을 사랑하라(love)’ 구절이 인상적이요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마지못해 또는 의무로서의 단식이 아니라 자발적 사랑에 의해 내면화된 자유로운 단식이라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입니다. 재의 수요일 미사중 복음에서 주님이 추천하신 단식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너는 단식할 때에 머리에 기름을 바르고 얼굴을 씻어라. 그리하여 네가 단식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지 말고,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보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갚아 주실 것이다.”(마태6,17-18)


진짜 단식은 이렇게 하는 것입니다. 에고(ego)를 부풀리는 자기 과시의 허영의 단식이라면 정말 꼴불견입니다. 하여 단식은 저절로 기도를 통해 하느님께 활짝 열리게 되고, 자선을 통해 이웃에게 활짝 열리게 됩니다. 레오 교황은 사목적 관점에서 단식-자선을 연결하고, 성 베네딕도는 수도승적 관점에서 단식-기도를 연결하지만 결국은 하느님과 이웃에 활짝 열린 복된 단식임을 깨닫습니다. 


결국은 사랑의 단식입니다. 이를 전제로 할 때 이사야서의 하느님이 좋아하는 단식에 절대적으로 공감하게 됩니다. 이사야를 통한 주님의 말씀은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내가 좋아하는 단식은 이런 것이 아니겠느냐?

 불의한 결박을 풀어주고 멍에 줄을 끌러 주는 것,

 억압받는 이들을 자유롭게 내보내고, 모든 멍에를 부수어 버리는 것이다.

 네 양식을 굶주린 이와 함께 나누고, 

 가련하게 떠도는 이들을 네 집에 맞아 들이는 것,

 헐벗은 사람을 보면 덮어주고, 네 혈육을 피하여 숨지 않는 것이 아니겠느냐?”(이사58,6-7).


과연 이사야 예언자는 '사회교리'의 원조입니다. 바로 이것이 참된 단식의 정신이요 이 정신에 충실했던 복음의 예수님이셨습니다. 시도 때도 없는 자기과시의 허영의 무분별한 단식이 아니라 단식의 때가 오면 단식할 것이고, 오늘 지금은 신랑이신 주님과 함께 있는 '기쁨의 시간'이니 사랑을 실천하며 즐겁게 살자고 말씀하시는 주님이십니다. 오늘 이사야서의 참된 단식의 사랑 실천 후에 따르는 주님의 축복의 응답은 얼마나 은혜롭고 아름다운지요.


“그리하면 너의 빛이 새벽빛처럼 터져나오고, 너의 상처가 곧바로 아물리라. 너의 의로움이 앞서가고 주님의 영광이 네 뒤를 지켜 주리라. 그때 네가 부르짖으면 주님께서 대답해 주시고, 네가 부르짖으면 ‘나 여기 있다.’하고 말씀해 주시리라.”(이사58,8-9).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 모두 당신께서 좋아하시고 기뻐하시는 참된 단식의 정신을 실천하며 살 수 있는 사랑을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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