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3.15. 사순 제5주간 화요일                                                                            민수21,4-9 요한8,21-30


                                                                      주님의 십자가                                     

                                -자기발견(self-discovery), 자기인식(self-knowledge)-


오늘은 '주님의 십자가-자기발견, 자기인식'에 대한 묵상을 나눕니다. 신비아닌 것이 없지만 인간은 정말 신비입니다. 아무리 캐고 캐도 영원히 신비로 남아 있는 인간이요 인간의 운명입니다. 영혼과 육신, 마음과 몸으로 되어있다 하지만 영혼도 육신도, 마음과 몸도 신비입니다. 


세상에 똑같은 사람은 하나도 없다는 것 역시 신비입니다. 형제는 물론 일란성 쌍둥이 조차 다릅니다. 사람마다 다 다르고 날마다 나 역시 다릅니다. 그러니 비교보다 어불성설의 어리석음도 없습니다. 비교불가한 절대적 자기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새삼 깨닫는 것이 자기를 아는 자기인식이, 자기발견의 겸손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습니다. 외적성장은 정체되고 퇴보의 길에 들어섰다 해도 내적성장은, 영적성장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날마다 자기를 새롭게 발견하고 알려는 노력입니다. 똑같은 사람없이 똑같은 날도 없습니다. 매일이 좋은 날이요 새 날입니다.


요즘 노년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모릅니다. 이젠 장수가 축복이 아닌 재앙이자 저주가 된 세상입니다. 대부분의 딸이나 며느리들이 호소하는바 갈수록 고집이 세지고 자기중심적이 되어 노모를 모시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하여 젊었을 때의 어머니의 좋았던 기억이 점차 사라져 가고, 저녁놀처럼 아름답고 원숙한 노년을 기대하기는 참 어려운 현실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 또한 우리의 영역을 벗어나는 왈가왈부 판단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단지 우리의 미래를 생각하여 하루하루 오늘 지금 여기를 살아야 겠다는 자각을 하게 됩니다. 하루가 처음이자 마지막처럼 조심하며 감사하며 소중하게 살자는 것입니다. 늘 생생한 하느님 희망을 안고 살자는 것입니다. 하느님 희망을 잃으면 삶의 의욕도 잃고, 마음의 순수도 잃고, 속화되어 삶도 서서히 안팎으로 무너지고 망가지기 때문입니다.


어제 떠오른 세 생각도 잊지 못합니다. 

1맛없는 음식, 맛없는 삶에 대한 묵상입니다. ‘진정한 삶의 맛은 무엇이겠나, 도대체 무슨 맛으로 살아가는가'에 대한 물음입니다. 날마다 조미료가 들어가지 않은 순수한 참 맛 나는 인생을 살 수 없겠나 하는 것입니다. 


2‘나에겐 하루하루가 목표이다. 하루하루 ‘아름답게’ 사는 것이 목표다’ 하는 깨달음입니다. 하루하루가 과정이자 목표, 이것이 맞는 것입니다. 그러니 처음처럼, 마지막처럼 오늘 지금 여기를 사는 것입니다. 


3’내가 잘쓰든 못쓰든 매일강론을 쓰는 것은 매일의 나를 새롭게 발견,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똑같은 날도, 똑같은 나도 없기 때문이다.’ 라는 깨달음입니다. 서품후 한번도 거르지 않고 쓴 강론에, 때로 묵상이 안될 때는 옛 강론을 보려는 유혹도 있었지만 이 유혹에 빠진 적은 결코 한 번도 없었습니다. 유일한 새날을 맞이하려는 마음에 결코 용납할 수 없었습니다. 


하여 하루를 잃지 않기 위해, 고유한 새 날에 참 나를 발견하고 확인하며 살기위한 노력이 매일 강론입니다. 하여 지금도 매일강론은 출력하여 게시판에 부착하고 보다가 매일 새롭게 교체합니다. 


영성생활에 자기상실보다 큰 재앙은 없습니다. 자기를 잃지 않고 매일 새롭게 발견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이 잊지 않는 기억입니다. 기억의 투쟁, 기억의 노력입니다. 기억을 바탕한 끊임없이 자기발견, 자기인식의 노력입니다. 기억하지 않으면 반복되는 악순환의 역사입니다. 


오늘 1독서의 이스라엘 백성의 비극도 하느님 은혜의 망각에서 기인합니다. 어제의 본기도 대로 ‘헤아릴 수 없는 은총으로 온갖 복을 내려주시는 하느님’에 대한 기억이 생생했다면 결코 이런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느님과 모세에게 광야생활 어렵다고 불평하며 대들다가 불뱀에 물려 죽게 되자 모세에게 기도를 청하는 이스라엘 사람들 바로 이것이 사람입니다. 다음의 주님 말씀이 바로 복음입니다.


“너는 불뱀을 만들어 기둥 위에 달아 놓아라. 물린 자는 누구든지 그것을 보면 살게 될 것이다.”


그대로 주님의 구원의 십자가의 예표입니다. 이렇게 늘 봐야 잊지 않고 반복되는 어둠과 죽음의 죄 속에서 해방입니다. 하여 성전 제대 벽면 중앙에 높이 걸린 주님의 십자가입니다. 주님의 은혜를 결코 잊지 말라고, 늘 주님 안에서 새롭게 자기를 발견, 확인하라는 표지가 바로 주님의 구원의 십자가입니다. 오늘 복음의 주제는 예수님의 신원입니다. ‘당신은 누구요?’라는 물음에 자신의 신원을 밝히시는 주님이십니다. 


“너희는 사람의 아들을 들어 올린 뒤에야 내가 나임을 깨달을 뿐만 아니라. 내가 스스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버지께서 가르쳐주신 대로 말한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나를 보내신 분께서는 나와 함께 계시고 나를 혼자 버려두지 않으신다. 내가 언제나 그분 마음에 드는 일을 하기 때문이다.”


이 말씀 안에 십자가의 신비가 들어있고 아버지와 일치된 예수님의 신원이 환히 드러납니다. 더불어 우리의 신원도 은연히 계시됩니다. '나는 나다' 존재자체이신 하느님과 일치된 삶을 사신 분이 예수님이십니다. 주님의 십자가 안에 환히 계시되는 예수님의 신원이자 우리의 신원입니다. 특히 후반부의 말씀(8,29)은 주님과 일치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고백같습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새롭게 자기를 발견하고 확인하며 고유의 새날을, 참 나를 살게 하십니다.


“하느님, 저희가 언제나 천상선물을 갈망하며 끊임없이 하느님께 나아가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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