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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5.19. 연중 제7주간 목요일                                                                               야고5,1-6 마르9,41-50


                                                                          인생 장애물 경주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문득 떠오른 주제는 ‘인생 장애물 경주’였습니다. 아주 예전에도 이런 주제로 강론한 적이 있었는데 오늘 다시 생각났습니다. 오늘날은 참 그리운 추억이 되고 말았는데, 예전 50년대-60년대 시골의 가을 운동회는 완전히 시골의 축제날과 같았습니다. 


만국기가 펄럭이고 운동장에는 석회가루로 하얀 트랙선들이 선명하고 운동장 주변에는 빙 둘러가면서 가게가 열리고 이날 아이들은 모두 가슴 설레는 운동회날을 지냈습니다. 운동회의 프로그램은 얼마나 다양하고 흥미진진했었는 지요. 


집집마다 식구들이 다 자발적으로 먹을 것을 싸들고 운동회 놀이에 참여했으니 이런 거족적 축제는 다른 데서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이런 면에서 오늘날 초등학교 아이들은 참 가난합니다. 이런 마을의 공동체적 일치의 축제 놀이 체험의 추억이 전무하니 말입니다.


가난했어도 참 행복했고 풍요로웠던 추억의 시골에서의 유년시절이었습니다. 당시는 800명이 되던 초등학교 모교가 지금은 40여명 안팎으로 줄어들었으니 시골이 얼마나 쪼그라들었는지 단박 알 수 있습니다. 겉으로는 잘 정리되어 있지만 그윽한 깊이가 사라져 마치 영혼이 없는 죽은 마을처럼 느껴지는 오늘날 어디서나 시골 풍경입니다. 


운동회 프로그램 중 흥미진진했던 놀이가 ‘장애물 경주’였습니다. 4-6명의 아이들이 출발선에 시작하여 트랙을 돌아 목표지점에 골인하기 까지 무려 5-6개의 장애물이 있습니다. 그물을 기어나가기도 하고, 사다리 공간을 통과하기도 하고, 높은 장애물을 뛰어 넘어야 하기도 하고. 해당되는 사람을 찾아 손잡고 뛰기도 하고, 밀가루 속에 있는 과자를 입에 물고 뛰어야 하기도 하고, 등등 참 다양한 장애물들이었습니다. 


바로 우리 인생이 이런 장애물 경기입니다. ‘그리스도의 사람’인 우리가 인생 장애물 경주에서 승리의 비결은 무엇일까요? 장애물 경주에서는 경주자들이 똑같은 장애물들을 통과해야 되지만 인생 장애물 경주에서는 다 다릅니다. 각자 자기만의 고유한 장애물들인 유혹의 걸림돌들을 통과해야 합니다. 


내 자신이 이웃에게 장애물의 걸림돌이, 짐이 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히려 이웃에게 걸림돌이 아닌 디딤돌이, 선물이 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그리스도의 사람이기 때문에 너희에게 마실 물 한 잔이라도 주는 이는, 자기가 받을 상을 결코 잃지 않을 것이다.”


장애물 경주 인생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을 돕는 이들에게 상을 약속하시는 주님이십니다. 주님은 이어 이웃에게 걸림돌의 장애물이 되는 일이 없도록 우리 모두에게 강력한 경계 말씀을 주십니다.


“나를 믿는 이 작은 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죄짓게 하는 자는, 연자매를 목에 걸고 바다에 던져지는 편이 오히려 낫다.”


이웃에게 걸림돌이 되어 죄짓게 하는 일이 없어야 된다는 것입니다. 알게 모르게 이웃을 죄짓게 하는 걸림돌이 되는 경우는 얼마나 많은지요. 인생 장애물 경주에서 참으로 중요한 것이 이웃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 것이요, 걸림돌의 장애물에 걸려 넘어지지 않고 잘 통과하는 것이요, 장애물의 걸림돌을 디딤돌로 만드는 것이 겠습니다. 바로 이것이 분별의 지혜입니다.


“네 손이 너를 죄를 짓게 하거든 그것을 잘라 버려라.”

“네 발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잘라 버려라.”

“네 눈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빼 던져 버려라.”


모두 회개를 촉구하는 예수님의 충격 요법의 표현들입니다. 죄의 해악을 통감하라는 말씀이며, 죄에서의 결별은 이처럼 단호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죄를 짓게 하는 매개체가 손, 발, 눈임을 깨닫습니다. 문제는 손이, 발이, 눈이 아니라 마음입니다. 마음 따라 손, 발, 눈은 걸림돌이 아닌 디딤돌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착한 마음은 손, 발, 눈을 통해 표현됩니다. 


반면교사(反面敎師)라는 말도 생각이 납니다. 걸림돌의 장애물이 되는 이웃도 ‘나는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하며 반면교사로 삼아 걸림돌을 디딤돌로 만드는 것이 정말 좋은 지혜로운 마음입니다. 야고보 사도가 말하는 부자들은 완전히 재물의 걸림돌에 걸려 넘어진 사람들입니다. 장애물 경주에 완전 실격된 사람들입니다.


“부자들이여! 그대들에게 닥쳐오는 재난을 생각하며 소리 높여 우십시오. 그대들의 재물을 썩었고, 그대들의 옷은 좀 먹었습니다. 그대들은 마지막 때에도 재물을 쌓기만 하였습니다. 보십시오, 그대들의 밭에서 곡식을 벤 일꾼들에게 주지 않고 가로챈 품삯이 소리를 지르고 있습니다. 일꾼들의 아우성이 만군의 주님 귀에 들어갔습니다. 그대들은 이 세상에서 사치와 쾌락을 누렸고, 살육의 날에도 마음을 기름지게 하였습니다.”


야고보 사도의 악한 부자들에 대한 격렬한 말씀이 구약의 예언자를 연상케 합니다. 세상 사람들에게 장애물의 걸림돌이 된 부자들의 회개를 촉구하는, 또 탐욕과 사치와 쾌락의 걸림돌에 걸려 넘어져 길을 일을 잃고 허우적 거리는 부자들의 회개를 촉구하는 말씀입니다. 과연 어떻게 하면 장애물의 걸림돌을 잘 통과하여, 또 걸림돌을 디딤돌로 만들어 인생장애물 경주에 승리할 수 있을까요? 바로 다음 복음 말씀이 답입니다.


“소금은 좋은 것이다. 그러나 소금이 짠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그 맛을 내겠느냐? 너희는 마음에 소금을 간직하고, 서로 평화롭게 지내라.”(마르9,50).


마음의 중심을 잡는 것입니다. 끊임없이 마음을 돌보고 가꾸는 것입니다. 겸손하고 순수한 마음에서 샘솟는 자비와 분별의 지혜입니다. 어제에 이은 오늘 화답송이 답입니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마태5,3).

예수님의 산상수훈중 참행복 선언의 첫 말씀입니다. 여기에 한 말씀을 추가합니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을 볼 것이다.”(마태5,8)


여기서 마음은 한 인간의 중심, 더 나아가서는 그 인간 전체를 뜻하며, 마음의 순수성은 도덕적 완벽성이 아니라 인격의 올바름을 뜻합니다. 바로 이런 마음을 잘 보존함이 마음에 소금을 간직하고 지내는 일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당신 친히 우리의 소금이 되어 주시고 분별의 지혜를 주시어 우리 모두 인생 장애물들을 잘 통과할 수 있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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