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7.5. 화요일 

                           한국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1821-1846) 순교자 대축일

                                                                                                     역대기하24,18-22 로마5,1-5 마태10,17-22


                                                                           순교영성


오늘 7.4일 새벽, 어제 하루를 회상하며 7.5일 강론을 씁니다. 내일 7.5일은 전례력으로 ‘한국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대축일’입니다. 25세의 꽃다운 젊은 나이에 순교하셨으나 영원히 살아계신 한국의 대표적 순교성인입니다. 성인께서 1846.9.16.일 새남터에서 순교하시기 약 20일전에 남기신 유언과도 같은 옥중 편지가 심금을 울립니다. 


“저는 감히 주교 각하께 저의 어머니 우르술라를 부탁드리옵니다. 저의 어머니는 10년 동안 못 본 아들을 불과 며칠동안 만나 보았을 뿐 또 다시 홀연 잃고 말았으니, 각하께 간절히 바라건데, 슬픔에 잠긴 저의 어머니를 잘 위로하여 주십시오. 


이제 저는 진심으로 각하의 발아래 엎디어, 저희 사랑하올 부친이요 공경하올 주교님께 마지막 하직 인사를 드리는 바입니다. 그리고 베시 주교님과 안신부님에게도 공손히 하직을 고하옵니다. 이후 천당에서 만나 뵙겠습니다. 예수를 위하여 옥에 갇힌 탁덕 김 안드레아.”


어제 7.3일 하루는 한국의 왜관 수도원과 요셉수도원이 속한 오틸리아 베네딕도 연합회의 총본산이자 모원과도 같은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을 순례했습니다. 순례 6일 차의 ‘희생의 날’이라는 주제는 물론 오늘 순교 대축일에도 어울리는 일정이었습니다. 하여 오늘 강론 주제는 ‘순교영성’으로 정했습니다. 오틸리엔 수도원은 바이에른 뭰헨에서 남서쪽으로 약 40km 떨어진 오틸리엔 이라는 한적한 시골마을에 자리잡은 수도원입니다. 


현재 이 수도원에는 수도자, 직원, 학생, 도제 등 600여명이 살며 수도원 마을을 이루고 있으며 수도원내에 기차역도 있습니다. 수사들과 수도원 가족들은 이곳에서 출판사, 도서관, 농장, 목장, 양계장, 학교, 피정센터, 철공소, 전기방, 성물방, 주방 등 여러 일터에서 일합니다. 마치 수도원 자체가 하나의 세상이자 소우주 같으며, 정주 수도원답게 모든 일터가 수도원 경내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수도원 이 모두의 중심이자 핵심은 성당입니다. ‘기도하고 일하라.’는 모토대로 하느님이, 기도가 우선순위임을 끊임없이 바쳐지는 성당 전례가 웅변합니다. 오늘도 몇 소감을 나눔으로 강론을 시작합니다.


1.어제 오틸리엔 수도원을 순례할 때의 느낌은 그대로 시골 고향의 큰집을 찾는 것 같습니다. 안면이 있는 몇 독일 수도형제들의 따뜻한 환대는 마치 사촌 아우들을 만나는 육친의 정 이상이었습니다. 


젊음은 좋습니다. 젊은 자체가 아름다움이요 매력입니다. 살아있는 생기와 활력의 젊음은 누구나 좋아 할 것입니다. 여기 오틸리엔 수도원을 방문할 때의 느낌이 그랬습니다. 15명 정도의 젊은 수도형제들을 만났을 때의 싱그러움이 마음을 환히 밝혔습니다. 


수도원 건물은 고풍스럽고 촌스러워도 이런 젊음이 수도원을 꽉 채우고 있으니 수도원도 아연 활기를 띠는 듯 했습니다. 육신은 노쇠해가도 늘 빛나는 청춘의 영혼으로 사는 것이 바로 순교영성입니다. 육신따라 영혼까지 노쇠해 가면 영성생활을 끝장입니다. 육신은 노쇠해 가도 영적성장과 성숙은 죽는 날까지 계속될 때 비로소 자랑스런 순교영성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감사하며 기쁘게, 행복하게 사는 것이 순교영성입니다. 오늘 지금 여기서 생사生死를 넘어 영원한 삶을 살아가는 순교영성입니다. 하여 오늘 오후에 고백성사를 본 여러분의 자매분들에게 “남은 순례동안 기뻐하여 기도하며 감사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라는 똑같은 보속을 주었습니다. 


위의 성 안드레아의 옥중편지 마지막 부분을 보셔요. 얼마나 절제된 품위의 글이요 확신에 넘친 고백인지요. 그대로 거룩한 순교영성의 반영입니다.


2.오틸리엔 수도원 수도형제들의 긍지는 대한민국의 왜관수도원과 요셉수도원입니다. 대표적인 성공 선교 사례에 꼽히는 수도원들이기에 이들의 한국 수도원들에 대한 애정은 참으로 각별합니다. 


수도원내에는 한국을 소개하는 ‘한국관’은 물론 한국인을 위한 수도원 팜프렛도 마련되어 있어 마치 한국에 있는 듯한 착각도 하게 됩니다. 무뚝뚝한 독일인이 아니라 분도회 환대의 진수를 보여주는 참으로 부드럽고 따뜻하며 친절한 여기 수도자들입니다. 특히 수도원의 생동감 넘치는 아름다운 전례가 바로 환대의 원천임을 깨닫습니다. 전례를 통해 하느님은 물론 찾아오는 손님들을 환대하고 위로하기 때문입니다.


수도원 성전 제대의 네 코너가 특별한 감동을 줍니다. 선교수도승으로서의 정체성을 늘 확인하라 네 순교성인이 네 코너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앞 왼쪽 모서리는 한국의 자랑스런 순교성인인 성 김대건 안드레아 청동 입상이 서 있고, 앞 오른쪽 모서리는 아프리카의 우간다 순교성인인 르왕가, 뒷쪽 오른쪽 모서리는 오틸리엔 연합회의 주보 성녀인 오틸리아, 뒤쪽 왼쪽에는 유럽대륙에 복음을 선포한 순교성인 보니파시오 청동 입상이 있으며, 제대 안에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의 성해가 모셔져 있습니다.


제대를 앞에 둔 오른 쪽에는 성모상이 모셔져 있고 그 오른쪽 벽에는 시복 절차를 밟고 있는 한국의 38명 덕원의 순교자들의 초상이 걸려 있었습니다. 하느님의 때가 되면 이분들은 모두 시복, 시성될 것이니 여기 수도원은 물론 찾는 모든 이들의 간절하고 항구한 기도 때문입니다. 


여기 수도원 자랑을 하면 끝이 없습니다. 좌우간 쇠퇴해가는 유럽 수도원들에서 유일하게 생동감을 주는 오틸리아 베네딕도 연합회의 오틸리엔 수도원이며 남은 순례기간 머물 뮌스터쉬발작 수도원입니다. 바로 순교영성의 좋은 본보기가 되는 수도원입니다. 


비상한 순교만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의 순교가 날로 삶의 깊이와 새로움을 더해 줍니다. 하루하루 주님과 함께, 주님을 위해, 기본에 충실하며 처음이자 마지막처럼 종말론적 삶을 사는 순교영성입니다. 


우리 순례자들은 고향집에 머물 듯 주일 미사를 시작으로 하루 종일 수도원 일정에 맞춰 지내다가 저녁기도 후 수도원 내의 식당에서 저녁 식사로 행복한 순례일정을 마쳤습니다.


순교영성을 사는 이들은 예언자들처럼 하느님의 마음에 정통한 깨어있는 사람들입니다. 바로 오늘 하느님의 영에 사로잡힌 즈카르야가 그 전형적인 모범입니다.


“너희는 어찌하여 주님의 계명을 어기느냐? 그렇게 해서는 너희가 잘 될리 없다. 너희가 주님을 저버렸으니 주님도 너희를 저버렸다.”


자나깨나 주님을 사랑하며, 주님의 계명을 지키며, 주님과 함께 사는 자가 순교영성을 사는 자들입니다. 사실 교회역사를 볼 때도 초세기는 순교영성의 시대라 할만큼 믿는 이들 대다수가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으로 순교를 열망했고 그리스도를 따라 순교했습니다. 바오로 사도가 순교영성의 비밀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영광에 참여하리라는 희망을 자랑으로 여깁니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는 환난도 자랑으로 여깁니다. 환난은 인내를, 인내는 수양을, 수양은 희망을 자아냅니다. 그리고 이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받은 성령을 통하여 하느님의 사랑이 우리 마음에 부어졌기 때문입니다.”


이런 하느님께 대한 희망이, 성령을 통해 우리 마음에 부어진 하느님의 사랑이 걱정없이, 두려움 없이, 좌절함 없이, 백절불굴의 순교영성을 살게 합니다. 마지막으로 주는 복음의 주님 말씀이 우리에게 참으로 큰 위로와 격려가 됩니다.


“너희는 내 이름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끝까지 견디는 이는 구원을 받을 것이다.”


주님 때문에, 주님을 위하여 알게 모르게 겪는 모든 시련과 어려움을 끝까지 참아 견디어 낼 때 구원의 승리입니다. 끝까지 견뎌내는 인내의 믿음이 순교영성이요 하느님께 대한 항구한 희망이, 사랑이 이런 인내의 원동력이 됩니다. 


무엇보다 이 거룩한 미사보다 순교영성에 도움이 되는 성사도 없습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매일 주님과 함께 죽고 부활하여 파스카의 순교적 삶에 항구할 수 있게 하십니다.


“행복하여라,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마태5,10).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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