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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7.6. 연중 제14주간 수요일                                                                            호세10,1-3 마태10,1-7


                                                                           하늘 나라의 비전

                                                                     -비전의 사람, 전통의 사람-


오늘 7.5일 새벽 역시 7.4일 어제를 회상하며 7.6일 내일 강론을 씁니다. 1독서의 주인공 아모스 예언자와 복음의 주인공 예수님의 특징이 일치합니다. 두 분 다 ‘비전의 사람들’이었다는 것입니다. 살아있는 하느님 비전을, 하늘나라 비전을 지녔기에 참으로 역동적인 삶을 사셨습니다.


독일은 참으로 부요한 나라요 안정된 나라입니다. 모든 것이 완벽되이 갖추어졌고 정리되어 있으니 부족한 것이 없어보입니다. 어제는 뮌스터슈바르작수도원에 앞서 아이슈테트 도시를 순례했습니다. 아이슈테트는 뭰헨에서 북쪽으로 100여km 떨어진 국립공원 알트밀 계곡에 위치한 도시로 중세 도시의 고풍스러움을 고스란히 간직한 아름다운 도시입니다. 


도시에 도착한 후 11시 미사를 봉헌한 발부르가 베네딕도 수녀원을 소개합니다. 751/752년에 빌리발트의 동생인 부니발트가 하이덴하임에 수도원을 건립하였고, 761년에는 여동생 발부르가가 하이덴하임에 수녀원을 시작했다 합니다. 발부르가 성녀가 돌아가신 지 100년이 지나 성녀의 유해를 아이히슈테트로 모셔왔고, 1035년 아이히슈테트의 주교인 헤리베르트와 영주인 레오데가르는 성녀 발부르가의 무덤에 베네딕도 수녀원을 설립했으며 이 베네딕도 수녀원은 오늘날까지 1000여년 동안 지속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에 최초로 베네딕도 수녀들을 파견한 것도 여기며 역사상 천년 전통을 그대로 유지한 곳도 여기 수녀원 하나뿐이라 합니다. 많은 전란과 혁명, 세속화를 겪으면서 수없이 명멸明滅, 부침浮沈한 수도원들의 역사였지만 여기만은 그대로 천년 전통과 역사를 유지해왔다니 참으로 놀랍습니다. 바로 어제 우리 순례자들은 발부르가 베네딕도 수녀원 곁에 있는 발부르가 순례성당에서의 감격스런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1300년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고도 아이히슈테트에는 고풍스런 수백년 역사의 건물도 수두룩합니다. 가장 오래되었다는 카페로 이용되는 건물도 무려 600년 역사라 합니다. 그러니 사람들도 1000년 역사와 전통을 숨쉬며 살아가는, 거의 변질되지 않은 순수한 중세의 사람들처럼 느껴졌습니다. 


이어 대성당을 순례했고, 가톨릭교회가 운영하는 독일 종합대학교 가운데 유일한 사립인 아이히슈테트대학교 대학성당을 순례했고 150만 권의 장서를 갖춘 대학 도서관도 잠시 들렸습니다. 아이히슈테트대학교는 트리엔트공의회 직후인 1564년 독일 최초의 신학교로 개교한 후 예수회의 관할하에 철학등 인문학과가 개설되어 종합대학교로 승격했으며, 신학, 교육학, 사회학 분야는 유럽에서도 명문학과로 인정받고 있다 합니다. 무려 500년 역사를 지닌 대학교입니다. 


독일의 축적된 장구한 역사와 전통에 비해 너무나 대조적인 우리나라의 현실이 많이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변화무쌍한 변화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정체성의 혼돈을 겪는지요. 작은 국토를 이리저리 손대다 보니 온전한 데가 거의 없는 우리나라 현실입니다. 아이히슈테트에서 뮌스터쉬발작수도원으로 가는 길옆 풍경도 끝이 보이지 않는 하늘과 땅이 닿은 지평선의 평원이었습니다. 옛 마을 그대로의 풍광이요 고층 건물들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습니다.


뮌스터쉬발작 수도원에 도착하여 저녁 성무일도와 끝기도에 참석했고, 4년째 머물면서 기술을 배우고 있는 왜관수도원의 야곱수사와 오랫동안 왜관수도원에서 건축일을 하며 선교사로 일해왔던 강안셀모 수사님도 만났습니다.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 안셀모 수사님은 피정집 주방에서 봉사하는 소임을 맡고 계시다 했습니다. 같은 독일내 수도원인데도 슈바이클베르코, 오틸리엔 수도원과는 너무 판이한 분위기였습니다. 이들 수도원이 소박하고 편안한 시골집의 분위기라면 여기 수도원은 너무나 완벽하게 갖춰진 부유한 귀족적인 분위기처럼 느껴졌습니다.


모든 것이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모두는 빛과 어둠, 긍정과 부정의 양면을 지니고 있기에 경솔한 판단은 금물입니다. 장단점을 잘 알아서 보완하는 끊임없는 노력뿐입니다. 결코 우리의 현실을 비관할 것도 없습니다. 겸손히 배우는 마음으로 오늘 지금 여기서 새롭게 시작하는 것입니다. 장구한 전통과 역사도 잘못되면 우리를 제약하고 질식시키는 무거운 짐이 될 수 있고 변화에 둔감하게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삶의 비전과 꿈을, 역동성을 잃고 무기력해질 수 있습니다. 바로 제가 독일에서 발견하는 것입니다. 


오늘 제1독서의 이스라엘 백성들, 현실에 안주하다 보니 타락이요 아모스 예언자의 호된 질책이 뒤 따릅니다. 하느님 비전을 잃어 버릴 때 세상 우상들의 유혹에 빠짐은 필연입니다. 예언자들은 전통의 사람들이자 동시에 꿈의 사람들, 비전의 사람들입니다. 전통과 비전, 양면을 다 갖춘 사람들입니다.


“사마리아는 망하리라. 그 임금은 물 위에 뜬 나뭇가지 같으리라. 이스라엘의 죄악인 산당들은 무너지고, 가시덤불과 엉겅퀴가 그 제단들 위까지 올라가리라.”


하느님 비전을 잃었을 때 이런 타락의 현실입니다. 물 위에 뜬 나뭇가지 같은 위태한 삶입니다. 이 또한 우리의 회개를 촉구합니다. 아모스 예언자의 다음 말씀은 그대로 우리에게 해당됩니다. 고무적이고 희망찬 말씀으로 우리의 무딘 마음을 새롭게 일깨웁니다.


“너희는 정의를 뿌리고, 신의를 거두어 들여라. 묵혀 둔 너희 땅을 갈아엎어라. 지금이 주님을 찾을 때다. 그가 와서 너희 위에 정의를 비처럼 내릴 때까지.”


바로 지금이 주님을 찾을 때입니다. 나태로 묵혀 둔 우리 마음의 땅을 갈아 엎어 역동적 깨어 있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바로 복음의 열두 제자처럼 파견의 삶에 충실하는 것입니다. 주님은 우리를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더러운 영들에 대한 권한을 주시어 이들을 쫓아내 주시고, 우리의 병과 허약함을 고쳐 주십니다. 이어 주변의 길 잃은 양들에게 가서, 하늘나라를 선포하라 하십니다. 


우리의 영원한 비전이자 꿈이 하늘나라입니다. 바로 하늘나라의 비전이 우리를 ‘전통의 사람’이자 ‘비전의 사람’으로 만들고 역동적 삶을 살게 합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하늘나라 비전을 선물하시고 우리의 병과 허약함을 말끔히 치유해 주십니다. 


“하느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마르1.15).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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