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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7.20. 연중 제16주간 수요일                                                                   예레1,1.4-10 마태13,1-9


                                                                       씨뿌리는 사람

                                                                       -절망은 없다-


마태복음 13장은 하느님 나라의 비유들로 이루어졌습니다. 오늘의 씨뿌리는 사람의 비유에 이어 가라지의 비유, 겨자씨의 비유, 누룩의 비유, 보물의 비유와 진주 상인의 비유, 그물의 비유로 끝맺습니다. 모두가 예수님의 생애를 상기시키는 비유들입니다.


오늘 씨뿌리는 사람은 그대로 예수님 자신을 상징합니다. 하여 제목은 ‘씨뿌리는 사람’으로 했고, 부제로는 ‘절망은 없다.’로 정했습니다. 저 역시 미사 주례 하든 않든 1년 365일 매일 새벽마다 씨뿌리는 사람처럼 잘 쓰든 못 쓰든 개의치 않고 강론을 씁니다. 


씨뿌리는 사람을 제목으로 정하니 ‘나무를 심은 사람’이란 프랑스의 장 지오노의 소설이 생각납니다. 묵묵히 나무를 심어 황무지를 울창한 숲으로 만든 사람에 대한 감동적인 실화의 작은 분량의 소설입니다.


예수님의 씨뿌리는 사람의 비유가 잔잔한 감동과 위로를 줍니다. 비상한 결과나 목표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 주어진 일상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입니다. 그 누구도, 환경도 탓하거나 원망하지 않고 주어진 삶의 자리에서 책임을 다하는 모습입니다. 결과는 하느님께 맡기고 과정에 충실하는 모습은 말그대로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믿음을 닮았습니다. 이런 삶이 진정 거룩하고 아름답습니다.


일희일비, 경거망동하지 않고 우보천리 한결같이 노력하는 모습입니다. 그대로 예수님 삶의 모습입니다. 살다보면 늘 좋을 수 만은 없습니다. 맑은 날이 있으면 흐린날도 있고 비오는 날도 있고 폭풍우치는 날도 있습니다. 동요하지 않고 시야를 넓게 하며 하느님께 희망을 두고 견뎌내는 것입니다. 모든 것은 지나가기 때문입니다. 


삶은 리듬입니다. 기쁨과 슬픔, 희망과 절망, 빛과 어둠, 생명과 죽음 등 리듬따라 흐르는 삶입니다. 그러니 놀라거나 동요하지 않고 한결같이 그 삶의 자리에 충실한 것이 제일입니다. 바로 죽을 때까지 수도원에서 정주의 삶을 사는 우리 분도수도자의 삶이 그러합니다. 제 ‘하루하루 살았습니다.’라는 자작시의 첫째 연이 이를 잘 표현합니다.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하늘 향한 나무처럼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덥든 춥든, 

봄, 여름, 가을, 겨울

늘 하느님 불러 주신 이 자리에서

하느님만 찾고 바라보며 정주(定住)의 나무가 되어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살다보니 1년생 작은 나무가 

이제는 울창한 아름드리 하느님의 나무가 되었습니다.

하느님은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 받으소서.-


오늘 복음의 씨뿌리는 사람으로 상징되는 예수님의 삶도 분명 그러했을 것입니다. 말씀의 씨든 선행의 씨든, 씨를 뿌리다 보면 길가에 뿌려질 수도 있고, 돌밭에 뿌려질 수도 있고, 가시덤불 속에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환경에 개의치 않고 씨뿌리는 삶에 항구하다 보면 마침내 좋은 땅에 떨어져 백배, 예순배, 서른배의 열매도 맺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 영역이 아니라 하느님의 영역입니다. 


농사짓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도 이와 일치합니다. 하느님이 농부이고 농사의 80%는 하느님이 지으신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할 일은 환경이나 결과에 개의함이 없이 주어진 삶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태도입니다. 평범한 듯 하나 비범한 삶이요, 이미 믿음, 희망, 사랑의 신망애信望愛 향주삼덕이 배어있는 진선미眞善美의 거룩하고 아름다운 삶입니다.


삶에 우연은 없습니다. 모두가 하느님의 섭리요 우리 삶의 자리 지금 여기가 하느님께서 불러주신 자리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을 만나 행복하게 살아야 할 자리는 지금 여기입니다. 오늘 예례미야의 성소 체험이 감동적입니다. 주님과 주고받는 일련의 과정을 나눕니다.


하느님; “모태에서 너를 빋기 전에 나는 너를 알았다. 태중에서 나오기 전에 내가 너를 성별하였다. 민족들의 예언자로 내가 너를 세웠다.”

예레미야; “아, 주 하느님, 저는 아이라서 말할 줄 모릅니다.”

하느님; “‘저는 아이입니다.’하지 마라. 너는 내가 보내면 누구에게나 가야 하고, 내가 명령하는 것이면 무엇이나 말해야 한다. 그들 앞에서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너를 구해주리라. 주님의 말씀이다.”


예레미야 같은 비상한 성소만 아니라 우리 역시 나름대로 다 고유의 성소를 지닙니다. 예레미야만 아니라 우리도 이미 하느님이 모태에서 빋기 전에 우리를 알아 성별했음이 분명합니다. 우리의 세례성사가 이를 입증하며 매일의 성체성사를 통해 우리의 성소를 확인합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 모두 씨뿌리는 삶에 항구할 수 있는 은총을 주시고 각자 삶의 자리로 파견하시며 말씀하십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너와 함께 있다.”(예레1,8참조).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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