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8.10. 수요일 성 라우렌시오 부제 순교자(+258) 축일

                                                                                                                            2코린9,6-10 요한12,24-26



                                                                         기쁨과 은총의 삶

                                                                        -섬김과 따름의 삶-


“그 공동체에 모든 것이 다 있었는데 한가지가 없었습니다.”

여러번 인용했던 예화입니다. 수도형제의 말에 즉시 궁금하여 물었습니다.

“그 한 가지가 무엇입니까?”

“기쁨입니다. 다 있는 데 기쁨이 없었습니다.”


공감했습니다. 개인이든 공동체든 재산, 명예, 건강 모두 갖췄는데도 기쁨이 없다면, 희망이 없다면, 평화가 없다면 그 소유들 무슨 쓸모가 있겠는지요. 진정 행복한 내적 부자는 기쁨의 사람, 희망의 사람, 평화의 사람임을 깨닫습니다. 


이웃에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도 이런 기쁨, 희망, 평화일 것입니다. 진정 영적 삶의 표지도 기쁨과 유우머이지 우울함이나 심각함은 아닙니다. 심각함은 하느님께 대한 모독이란 말도 생각이 납니다.


“주님 안에서 늘 기뻐하십시오. 거듭 말합니다. 기뻐하십시오.”(필립4,4).


작년 성탄 때 선물 받아 출입구에 붙여놓은 바오로 사도의 옥중 서간에 나오는 성구입니다. 말 그대로 언제 어디서나 기쁘게 살았던 ‘기쁨의 사도’ 바오로입니다.


“항상 기뻐하십시오.”

고백성사 보속시 말씀의 처방전 가장 많이 써드리는 1테살5,16-18절 까지 말씀 중 맨 첫구절입니다. 오늘 제1독서 사도 바오로의 코린토 2서 말씀을 읽으며 첫 번에 마음에 와닿은 말마디 역시 기쁨이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기쁘게 주는 이를 사랑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에게 모든 은총을 넘치게 주실 수 있는 분이십니다. 그리하여 여러분은 언제나 모든 면에서 모든 것을 가져 온갖 선행을 넘치도록 할 수 있게 됩니다.”


얼마나 고무적인 말씀인지요. 모든 것이 은총의 선물입니다. 하느님께 받은 은총이 차고 넘칩니다. 살아있다는 자체가 은총의 선물입니다. 이런 깨달음에서 저절로 솟아나는 감사와 기쁨입니다. 매사 기쁘게 살 수 있고, 기쁘게 줄 수 있는 삶입니다. 가진 것 없어도 이런 기쁨을 지닌 이들이 진정 부자요 자유인입니다. 


얼마 전의 유우머도 잊지 못합니다. 잠시 오전 간식 시간중 하우스에 들리니 일하다 휴식중인 두 자매가 농장 수사님이 준 수박을 먹고 있었습니다. 저도 몇 조각을 먹고 떠나면서 남긴 덕담에 모두 폭소를 터뜨렸습니다.


“‘먹고 싶어서’ 온 것이 아니라 ‘보고 싶어서’ 왔습니다. 또 보고 싶으면 오겠습니다.”


말 한마디 천량 빚을 갚는다 했습니다. 진실한 기쁨이 담긴 생각, 말, 행동 자체가 이웃에게는 참 좋은 선물입니다. 오늘 복음이 기쁨의 삶의 비밀을 보여줍니다. 끊임없이 자기를 비우는 삶입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끊임없이 사랑의 비움으로 죽는 삶이 열매 풍성한 부활의 기쁜 삶이 되게 합니다. 예수님은 물론이요 제자들의 삶이, 성인들의 삶이 그러했습니다. ‘비움의 여정’은 그대로 ‘기쁨의 여정’이 되었습니다. 


‘이 세상에서 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에 이르도록 목숨을 간직할 것이다.’라는 구절이 바로 비움의 여정에 대한 축복을 말해 줍니다. ‘자기집착’이 아닌 ‘자기이탈’에서 오는 참 기쁨입니다. 그러니 우리 삶의 길은 분명해 졌습니다. 주님을 섬기고 따르는, 섬김과 따름의 자기이탈의 삶이 바로 우리 삶의 길입니다.


“누구든지 나를 섬기려면 나를 따라야 한다. 내가 있는 곳에 나를 섬기는 사람도 함께 있을 것이다. 누구든지 나를 섬기면 아버지께서도 그를 존중해 주실 것이다.”


하여 ‘주님을 섬기는 배움터’라 정의하는 분도수도공동체입니다. 주님을 따름으로 주님을 섬기는 삶이 바로 기쁨의 원천이요 하느님도 이런 삶을 사랑하고 존중하십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기쁘게, 주님을 잘 따르며 섬기는 삶에 항구할 수 있는 힘을 주십니다.


“잘되리라, 후하게 꾸어 주고, 자기 일을 바르게 처리하는 이! 그는 언제나 흔들리지 않으리니, 영원히 의인으로 기억되리라.”(시편112,5).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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