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8.13. 연중 제19주간 토요일                                                에제18,1-10ㄱ.13ㄴ.30-32 마태19,13-15


                                                                  회개悔改와 동심童心

                                                        -하느님은 과거를 묻지 않으십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나 마음 깊이에는 동심童心을 지니고 있습니다. 아니 깊이 들여다 보면 나이만 먹었지 동심을 지닌 어린이들입니다. 하여 누구나 동심을 그리워하며, 동요童謠를 부르기도 하고, 동화童話를 읽기도 하며, 동안童顏의 얼굴이라 말하면 좋아합니다. 얼마 전 해바라기를 보며 써놓은 동요를 나눕니다.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볼 수 있는 동요입니다.


-“밤새 꼬박 깨어/밤을 새웠구나

 해바라기

 떠오르는 해님/기다리노라.”-


사실 신앙이 깊은 동심의 마음에 동안의 얼굴을 지닌 이들을 보면 나이에 상관없이 어린이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하여 우리 바오로 수사님을 일명 천진도사天眞道士라 부르기도 합니다.


“어린이들을 그냥 놓아두어라. 나에게 오는 것을 막지 마라. 사실 하늘 나라는 어린이들과 같은 사람들의 것이다.”


예수님은 특히 어린이들을 사랑하셨고 어린이들과 같은 동심의 사람들을 이상적 인간상으로 여기셨음이 분명합니다. 아마 온유하고 겸손하신 예수님은 그대로 동심에 동안의 얼굴을 지니셨으리라 생각됩니다. 어린이와 같은 사람들, 즉 동심의 사람들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개방성開放性, 단순성單純性, 천진성天眞性신뢰성信賴性, 유연성柔軟性, 신축성伸縮性, 수용성受容입니다. 끊임없는 배움의 평생학인平生學人이요, 말그대로 살아있는 사람입니다. 바로 이런 이들이 어린이같은 사람들입니다. 정말 하느님을 사랑하여 닮아갈 때 이런 동심의 회복입니다. 어제 읽었던 ‘찹쌀떡 시절’이란 감동적 실화의 수필 한 대목입니다. 


“내게는 참쌀떡과 친근한 시절이 있었다. 찹살 떡을 쉽게 먹을 수 있어서가 아니라, 가정의 경제형편이 어려워 찹쌀떡을 팔아야 했던 때였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에 올라가던 그 해 겨울, 신문 배달만으로는 학교 공부에 필요한 참고서와 학용품을 충당할 수 없었기에 나는 찹쌀떡 장사로 나서야 했다.”


바로 춘천에 살고 있는 저와 같은 '소牛'띠 나이의 침술사 형제님의 수필입니다. 구교우 집안에서 어렸을적부터 부모로부터 조과 만과에 철저한 신앙생활을 익혔다는 고백이었습니다. 생업에 충실하면서도 다재다능한 분이라 문화원에 1주 2회 민요강사로 나가며, 한 달 한 번 병원환자들을 위문차 방문하여 민요를 불러주고, 겨울철에는 요양원등 시설을 자주 방문하여 민요를 불러주며 봉사활동에 전념한다 했습니다. 침을 맞은 후 민요를 청했고 기꺼이 형제님은 즉흥적으로 민요를 노래했습니다.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반가워요. 다음에 또 오세요.”


정말 흥겨운 구성진 가락에 저절로 심신도 치유되는 기분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강복을 드렸고, 형제님은 저를 역까지 태워다 주었습니다. 바로 이런 침술사 형제님 같은 분이 어린이와 같은 분입니다. 침과 더불어 이런 믿음과 환대의 분위기가 전인적 치유를 가능케 해줌을 깨닫습니다. 


끊임없는 회개가 동심을 회복하여 동심을 사는 첩경의 지름길입니다. 바로 에제키엘 예언자가 답을 줍니다. 오늘 에제키엘 1독서의 후반부는 그대로 우리를 향한 말씀입니다.


“이스라엘 집안아, 나는 저마다 걸어 온 길에 따라 너희를 심판하겠다. 주 하느님의 말이다. 회개하여라, 너희의 모든 죄악에서 돌아서라. 그렇게 하여 죄가 너희에게 걸림돌이 되지 않게 하여라.


너희가 지은 모든 죄악을 떨쳐 버리고, 새 마음과 새 영을 갖추어라. 이스라엘 집안아, 너희가 어찌하여 죽으려 하느냐? 나는 누구의 죽음도 기뻐하지 않는다. 주 하느님의 말이다. 그러니 너희는 회개하고 살아라.”(에제18,30-32).


한마디도 놓치고 싶지 않아 후반부 말씀을 그대로 전부 인용했습니다. 우리가 살 길은 단 하나, 끊임없는 회개뿐입니다. 회개할 때 마음의 순수에 동심의 회복이요, 저절로 치유되는 심신心身의 질병입니다. 


하느님은 회개한 자들에게 결코 과거를 묻지 않습니다. 과거는 불문에 붙이십니다. 끊임없는 회개를 통한 맑고 향기로운 삶, 기쁨과 평화, 온유와 겸손의 삶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회개한 우리 모두에게 동심을 회복시켜 주시고, 심신의 아픔을 치유해 주시며, 새 마음과 새 영을 갖추어 주십니다.


“하느님, 제 마음을 깨끗이 만드시고, 제 안에 굳건한 영을 새롭게 하소서.”(시편51,12). 아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413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인생 항해(航海)-2015.4.18. 부활 제2주간 토요일 프란치스코 2015.04.18 449
3412 "나를 따라라." 2015.2.21 재의 예식 다음 토요일 1 프란치스코 2015.02.21 267
3411 "내 안에 머물러라"2015.5.6. 부활 제5주간 수요일 프란치스코 2015.05.06 526
3410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사랑하라, 찬미하라, 기뻐하라-2016.4.10. 부활 제3주일 프란치스코 2016.04.10 2495
3409 "너희는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사랑 예찬-2015.5.7. 부활 제5주간 목요일 프란치스코 2015.05.07 356
3408 "당신은 누구요(Who are you)?"2015.3.24. 사순 제5주간 화요일 1 프란치스코 2015.03.24 317
3407 "당신은 누구요?” -주님 사랑 안에 머무르십시오-2016.1.2. 토요일 성 대 바실리오(330-379)와 나지안조의 성 그레고리오 주교 학자(330-391) 기념일 프란치스코 2016.01.02 389
3406 "들어라!" -행복하여라, 주님의 말씀을 듣고 실행하는 사람!-2017.4.12. 성주간 수요일 프란치스코 2017.04.12 151
3405 "박해를 각오하십시오." -성령, 치욕, 겸손-2017.12.26. 화요일 성 스테파노 첫 순교자 축일 프란치스코 2017.12.26 150
3404 "벽壁이 변하여 문門으로" -부활하신 주님과의 만남-2018.4.7. 부활 팔일 축제 토요일 1 프란치스코 2018.04.07 134
3403 "어떻게 살아야 하나?" -'짐'이 아닌 '선물', '축복된 존재'로-2018.1.1.월요일 천주의 모친 성모 마리아 대축일 프란치스코 2018.01.01 226
3402 "어떻게 살아야 하나?" -하느님의 감동, 영적전쟁의 승리-2018.6.13. 수요일 파도바의 성 안토니오 사제 학자(1195-1231) 기념일 1 프란치스코 2018.06.13 316
3401 "오늘, 예수님을 뵈었습니다."2015.3.22. 사순 제5주일 1 프란치스코 2015.03.22 347
3400 "이 사람을 보라!(ecce homo;요한19,5)"-2016.3.20. 주님 수난 성지 주일 프란치스코 2016.03.20 295
3399 "주님을 기억하라"-기억(anamnesis)에 대한 묵상-2016.3.24. 주님 만찬 성목요일 1 프란치스코 2016.03.24 270
3398 "주님을 찾아라." -우리의 유일한 평생과제-2017.1.29. 연중 제4주일 프란치스코 2017.01.29 183
3397 "평화가 너희와 함께!“-손을 잡아 주십시오-2015.4.19. 부활 제3주일 프란치스코 2015.04.19 383
3396 "하느님 소원을 풀어드립시다"-2015.6.28. 연중 제13주일(교황주일) 프란치스코 2015.06.28 277
3395 "하느님의 얼굴을 뵙고 싶습니까?" -파스카의 삶, 하나뿐!-2018.5.3. 목요일 성 필립보와 성 야고보 사도 축일 1 프란치스코 2018.05.03 149
3394 "행복하여라, 평화의 사람들!"2017.5.16. 부활 제5주간 화요일 프란치스코 2017.05.16 96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71 Next
/ 171
©2013 KSODESIGN.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