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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8.26. 연중 제21주간 금요일                                                                    1코린1,17-25 마태25,1-13


                                                                            슬기로운 삶

                                                                      -깨어 준비하는 삶-


“보라, 신랑이 오신다. 신랑을 맞으러 나가라.”


오늘 복음의 윗구절은 성녀 젤투르다의 임종어입니다. 평생 영혼 등잔에 주님 사랑의 기름을 넉넉히 마련하고 사셨기에 지체없이 신랑이신 주님을 맞이한 성녀의 복된 선종이었음을 깨닫습니다.


오늘 하늘 나라의 비유가 심오합니다. 하늘 나라를 살 수 있는 비결을 보여줍니다. 열처녀가 상징하는 바 교회공동체입니다. 다섯은 슬기로웠고 다섯은 어리석었다 합니다. 함께 공동체를 이루어 살아도 내적 삶의 모습은 다 다름을 깨닫습니다. 모두 신랑인 주님을 기다립니다만 준비상태는 판이했습니다.


‘깨어있어라’ 어제 강론 주제였고, 오늘 복음 역시, ‘그러니 깨어 있어라. 너희가 그 날과 그 시간을 모르기 때문이다.’로 끝맺습니다. 어제와 똑같이 깨어있음을 강조하지만 오늘은 ‘깨어있어라’에 ‘준비하고 있어라’는 말씀이 추가되어야 마땅합니다. 


열처녀가 외관상 깨어있다가 잠시 잠든 사이에 주님이 오셨을 때 비로소 준비상태가 드러납니다. 평상시에는 다 똑같아 보이지만 주님 도래의 결정적 시기에는 준비상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기름이 떨어져 당황해 하는 다섯 처녀의 모습을 보십시오. 마치 죽음을 앞둔 모습과도 흡사합니다. 슬기롭게 살았는가, 어리석게 살았는가 판연히 드러납니다.


누가 슬기로운 사람이며 누가 어리석은 사람이겠는지요. 오늘 복음은 그대로 우리의 삶을 비춰 주는 거울같습니다. 기다림의 등불에 넉넉히 기름을 준비해뒀던 다섯 처녀는 슬기로웠고, 기름을 넉넉히 준비하지 않았다 낭패를 본 다섯 처녀는 어리석었습니다. 주님을 기다리는 우리의 영혼 등잔에 기름은 늘 넉넉히 준비되어 있는지요.


믿음과 희망, 사랑의 기름입니다. 추상적이 아니라 구체적 말씀의 실행을 통해 영혼 등잔에 믿음의 기름, 희망의 기름, 사랑의 기름을 비축하는 것입니다. 마치 하늘에 보물을 쌓듯이 선행과 자선의 기름을 비축하는 것입니다. 본질적이고 단순한, 하느님 찾는 일에, 하느님 말씀을 실행하는 일에 전념하는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평상시 기름을 넉넉히 준비하는 슬기로운 삶입니다.


아무리 열심히 살았고 외적활동으로 눈부신 업적을 남겼어도 영혼의 기름 등잔에 신망애信望愛의 기름이, 말씀 실행의 기름이 말라있다면 그 활동들, 업적들 무슨 쓸모가 있겠는지요. 죽음을 맞이했을 때도 주님의 말씀을 지키며 살았던 삶뿐이 주님께 가지고 갈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산상수훈의 결론 부분도 오늘 내용과 일치합니다. 주님의 말씀을 실행함으로 반석위에 인생집을 지었던 슬기로운 사람들과, 반대로 주님의 말씀을 실행하지 않은 모래위에 인생집을 지은 사상누각沙上樓閣의 어리석은 사람들로 대별됩니다. 결국 오늘 말씀은 우리 각자를 향하고 있습니다. 


내 영혼의 기름 등잔에는 얼마나 기름이 비축되어 있는가? 내 인생집은 반석위에 지어지고 있는가? 바로 슬기로운 삶과 어리석은 사람을 나누는 분별의 잣대입니다. 진정 슬기로운 사람들은 단순하고 순수하고 진실한 사람들입니다. 이런 이들은 삶의 본질을 직시하여 하느님을 찾는 일에, 끊임없는 기도와 말씀 공부와 실천에 우선순위를 둡니다. 하여 끊임없이 영혼 등잔에 기름을 비축하고 반석위에 인생집을 지어갑니다.


오늘 복음에서 준비하고 있던 처녀들은 신랑과 함께 혼인잔치에 들어갔고 문은 닫혔습니다. 문이 닫힌 후 나중에 도착한 처녀들은 문을 열어달라 애원했지만 주인의 반응은 냉담합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나는 너를 알지 못한다.”


어리석은 다섯 처녀들에 대한 주인이신 주님의 반응이 지난 주일 복음과 똑같습니다. 주님 앞에서 먹고 마셨고 자기들이 사는 길거리에서 가르치셨다고 주님과의 친분을 상기시키지만 주님은 ‘너희가 어디에서 온 사람들인지 나는 모른다.’고 거푸 둔 번이나 말씀하십니다.


오늘도 주님은 어리석은 다섯 처녀들에게 똑같이 ‘나는 너희를 알지 못한다’하고 말씀하십니다. 평생을 믿고 따른 주님인데 이런 청천벽력같은 말씀을 듣는다면 그 인생 얼마나 허망하겠는지요. 주님과 깊은 앎의 관계가 얼마나 본질적으로 중요한 지 깨닫습니다. 참으로 우리가 주님을 사랑하여 알 때 주님도 우리를 아십니다. 일방적인 앎의 관계가 아니라 상호관계의 앎임을 깨닫습니다. 


바오로 사도가 참으로 주님을 사랑하여 알았던 분입니다. 십자가의 그리스도를 사랑하여 알면 알수록 신망애信望愛 삶에 더욱 투신하게 됩니다. 바오로 사도의 감동적인 믿음의 고백입니다.


“유다인들은 표징을 요구하고 그리스인들은 지혜를 찾지만 우리는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를 선포합니다. 그리스도는 유다인들에게는 걸림돌이고 다른 민족에게는 어리석음입니다. 그렇지만 유다인이든 그리스인이든 부르심을 받는 이들에게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힘이시며 하느님의 지혜이십니다. 하느님의 어리석음이 사람보다 더 지혜롭고, 하느님의 약함이 사람보다 더 강하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힘이시며 하느님의 지혜이신 십자가의 그리스도를 사랑하여 항구히 따르는 본질적 삶이 슬기로운 삶의 첩경임을 깨닫습니다. 주님은 깨어 준비하고 있다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당신을 맞이하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은총을 풍성히 내려 주십니다.


“주님은 나의 목자, 아쉬울 것이 없어라. 푸른 풀밭에 나를 쉬게 하시고, 잔잔한 물가로 나를 이끄시네.”(시편23,1-2).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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