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8.31. 연중 제22주간 수요일                                                                     1코린3,1-9 루카4,38-44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전하는 하느님파 우리들

                                                                 -영적인 사람들-


오늘은 8월 마지막날 8월31일, 참 감회가 깊습니다. 요즘처럼 한 달이 길게 느껴진 때는 없습니다. 이제 내일부터는 9월 순교자성월과 함께 ‘기도의 계절’이 시작됩니다. 심기일전, 매일 새롭게 처음처럼 살고 싶습니다. 어제 춘천에 다녀오던 중 지인과 나눈 대화가 생각납니다. 8월23일 더위가 끝난다는 처서處暑, 바로 로사축일에 손녀를 봐서 마침내 할머니가된 자매입니다.


“손녀 이름을 처서處暑라 하시고 세례명은 로사로 하세요. 너무 좋습니다. 이미 처서날 손녀를 봤다는 소식을 듣고 생각난 이름입니다. 유난한 불볕더위에 이번처럼 처서가 반가워보기는 처음입니다. 더위를 끝내고 집안과 사회에 시원한 가을을 가져다 주는 처서같은 사람이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니 이름은 처서로 하면 정말 좋겠습니다.”


이렇게 작명하여 적극적으로 권해보기는 처음입니다. 또 얼마전 수도원내에서의 일화도 생각납니다. 수도원에 난생 처음 1박2일의 피정을 왔다가 떠나는 할머니가 큰 가방을 들고 주차장앞에서 물끄러미 서있었습니다. 즉시 멀리 차옆에 수사님이 보이기에 손짓을 했고, 수사님이 쏜살같이 차를 몰고 와 짐을 싣고 할머니를 차에 태워 정거장까지 모셔드렸습니다.


“자매님, 수도원 천사가 어떻게 생겼는지 잘 보세요.”


고맙게 차량봉사를 해준 수사님을 가리키며 수도원 천사의 얼굴을 잘 보라고 드린 덕담에 제 자신도 흐뭇했습니다. 사람의 얼굴을 통해 때로 우리는 천사의 얼굴도 보고, 하느님의 얼굴도 봅니다.


우리 수도자들은 물론이고 진정 하느님을 믿는 자들은 처서處暑와 같은, 천사와 같은 하느님파의 사람들입니다. 육적이나 속된 사람이 아닌 영적인 사람입니다. 아, 진정 속된 사람이 아닌 거룩한 사람, 육적인 사람이 아닌 영적인 사람이 몹시도 그리운 시절입니다. 가볍고 얕은 천박한 사람이 아닌 향기 그윽한 깊이의 사람이 참 그리운 시절입니다.


시기와 싸움, 분열을 일삼는 자들이 속된 사람이요 육적인 사람입니다. 하느님을 믿는, 하느님 중심의 삶을 사는 우리는 좌파도 우파도 아닌 하느님파 사람들입니다. 진정 공동체의 일치도 하느님 중심의 삶을 살 때 가능합니다. 


사람이 하는 일이 분열이라면 하느님이 하시는 일은 다양성의 일치입니다. 진보는 분열로 망하고 보수는 부패로 망한다는 말도 있는데 하느님파 사람들인 우리는 분열도 부패도 없이 주님 사랑 안에서 끊임없이 내적으로 성장, 성숙합니다. 


오늘 ‘나는 바오로 편이다.’ ‘나는 아폴로 편이다.’ 하며 분열상태에 있는 속된 코린토교회 신도들을 준열히 꾸짖는 바오로의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여러분은 아직도 육적인 사람입니다. 여러분 가운데에서 시기와 싸움이 일고 있는데, 여러분을 육적인 사람이 아니라고, 인간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까? 


도대체 아폴로가 무엇입니까? 바오로가 무엇입니까? 아폴로와 나는 주님께서 우리 각자에게 정해 주신대로, 여러분을 믿음으로 이끈 일꾼일 따름입니다. 나는 심고 아폴로는 물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자라게 하신 분은 하느님이십니다. 그러니 심는 이나 물을 주는 이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오로지 자라게 하시는 하느님만이 중요합니다.”


얼마나 명쾌하고 적확한지 반박할 여지가 전혀 없는 말그대로 ‘처서處暑’같은 하느님파 바오로의 말씀입니다. 하느님의 일꾼으로서 ‘상호경쟁’이 아닌 ‘상호협력’ 관계에 있는 자신의 신원을 깊이 깨달은 지혜롭고 겸손한 바오로입니다. 비단 바오로뿐 아니라 공동체를 이루며 사는 모든 이들이 귀기울여야 할 금과옥조의 말씀입니다. 


이렇게 평범하게 하느님파 신자가 되어 서로 보완하며 상호협력관계의 사랑을 살아가는 공동체 형제자매들이 영적인 사람, 거룩한 사람입니다. 평상심이 도란 말도 있듯이 이렇듯 평범한 일상의 삶이 구원이요 치유임을 깨닫습니다. 오늘 복음을 보십시오. 모두가 우리 주님이신 예수님을 중심으로 하느님파를 이루니 치유의 기적이 일어나지 않습니까?


알고보면, 깊이 들여다보면 정도나 양상의 차이일뿐 모두가 주님께 치유받아야 할 병자들입니다. 예수님의 활약상이 한 눈에 들어오는 오늘 복음 장면입니다. 심한 열에 시달리던 시몬의 장모를 치유해 주신 주님은 자기에게 데려온 병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손을 얹으시어 모두 고쳐주십니다. 마귀들은 ‘당신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소리 질르며 도주합니다. 


흡사 모두가 주님을 만남으로 치유되어 하느님파 사람들로 변하는 모습 같습니다. 이어 날이 새자 예수님은 외딴곳으로 가시어 하느님 아버지와의 깊은 친교의 기도중에 당신의 하느님파 신원을 새롭게 확인하신 후 사명을 천명하십니다.


“나는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다른 고을에도 전해야 한다. 사실 나는 그일을 하도록 파견된 것이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 역시 당신을 닮은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전하는 하느님파 일꾼으로 세상에 파견하십니다.


“주님께 감사하여라. 그 자애를, 사람들에게 베푸신 그 기적을. 그분은 목마른 이에게 물을 주시고, 굶주린 이를 좋은 것으로 배불리셨네.”(시편107.8-9).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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