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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9.12. 연중 제24주간 월요일                                                             1코린11,17-26.33 루카7,1-10


                                                                            평생 공부

                                                                   -참 사람이 되는 일-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


가끔 인용하는 언젠가 어느 수녀님에게 들었던 말이 생각납니다. 문득 ‘진국’이란 말도 생각납니다. ‘진한 국물’을 줄인 말이 ‘진국’인데 사람의 됨됨이가 진실되고 올바른, 마음 씀씀이가 제대로 된 사람을 일컫는 말입니다. 사람은 많은 데 사람이, 진국같은 사람이 없다고 합니다. 참 사람 만나기가 참 어렵다는 말입니다. 참 사람 없다고 탄식할 것이 아니라 나부터 참 사람되는 공부에 힘쓰는 일이 우선일 것입니다. 


흔히 우리는 ‘무엇을 하기 위해(to do)’ 수도원에 온 것이 아니라, ‘사람이 되기 위해(to be)’ 수도원에 왔다고 합니다. 하여 가장 본질적인 수도자의 평생 일이자 평생 공부는 하느님의 사람이 되는 일이라 합니다. ‘하느님의 집’인 수도원에서 ‘하느님의 사람’이 되고자 끊임없이 ‘하느님의 일(Opus Dei)’에 정진하는 우리 수도자들입니다.


비단 수도자들만 아니라 믿는 모든 이들의 궁극 목표도 하느님의 사람이, 참 사람이 되는 일일 것입니다. 그 유명한 달라이 라마와 토마스 머튼이 30대 중반에 만났을 때 달라이 라마가 참 사람 하나 만났다며 기뻐했다는 일이 생각납니다. 혹자는 20세기 가톨릭 트라피스트회 수도승 토마스 머튼을 다음과 같이 평합니다.


“그는 가톨릭인이기 보다는 그리스도교인이었고 그리스도교인이기 보다는 종교인이었고 종교인이기 보다는 사람이었다.”


토마스 머튼이 추구했던 인간상도 ‘보편인(universal man)’으로서의 참 사람, 하느님의 사람이었습니다. 그의 사제수품 상본의 성구 창세기 5장 24절도 생각납니다.


“그는(에녹) 하느님과 함께 살다가 사라졌다. 하느님께서 데려가신 것이다.”


바로 에녹의 승천의 근거가 되는 구절입니다. 에녹처럼 하느님과 함께 살다가 하느님께 자취없이 사라지기를 소망한 토마스 머튼이었습니다. 구약에서 ‘하느님과 함께 살다가’를 직역하면 ‘하느님과 함께 걷다가(walk with God)’입니다. 이 모두 역시 언젠가 강론에서 인용했던 예화들입니다. 늘 하느님과 함께 걷는 이가, 하느님과 함께 살아가는 이가 참 사람입니다.


참 사람은 교회내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 복음의 백인대장이 그 좋은 본보기입니다. 그의 노예가 병들어 죽게 되었을 때 자존심도 접고 예수님께 오셔서 그를 살려 달라고 청한 백인대장의 사랑이 놀랍습니다. 


더불어 유다인의 원로들도 이구동성으로 그의 덕행을 칭송하며 도와줄 것을 권합니다. 백인대장의 집에 가까이 이르렀을 때 친구들을 보내어 예수님께 아뢴 말씀에서 그의 겸손과 믿음이 환히 드러납니다.


“주님, 수고하실 것 없습니다. 저는 주님을 제 지붕 아래로 모실 자격이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주님을 찾아뵙기에도 합당하지 않다고 여겼습니다. 그저 말씀만 하시어 제 종이 낫게 해 주십시오.”


사랑과 겸손, 믿음으로 요약되는 참 사람, 백인대장의 인품의 향기입니다. 바로 우리는 성체성사 중 영성체를 모시기 전 백인대장처럼 사랑과 믿음, 겸손을 마음에 담아 고백하기도 합니다. 


“주님, 제 안에 주님을 모시기에 합당치 않사오나 한 말씀만 하소서. 제가 곧 나으리이다.”


매일 봉헌하는 성체성사의 은총이 우리를 치유하고 하느님의 사람, 참 사람으로 변모시켜 줌을 깨닫습니다. 백인대장의 믿음에 감탄, 감동하신 예수님의 말씀이 백인대장의 노예를 치유하여 건강하게 하셨음을 깨닫습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나는 이스라엘에서 이런 믿음을 본 일이 없다.”


주님을 감동시키는 믿음이요, 백인대장처럼 이런 '믿음의 사람'이 참 사람임을 깨닫습니다. 치유의 우선적 기본 조건이 사랑과 겸손이 하나된 믿음임을 깨닫습니다. 오늘 1독서의 코린토 교회 성도들이 참여했던 ‘주님의 성찬’에서도, 이들에게 부족했던 점도 바로 이런 백인대장의 사랑과 겸손, 믿음의 부재에 있음을 봅니다. 


오늘 제1독서의 본문은 성찬에 관한 가장 오래된 자료로서, 복음서들이 쓰여지기 10년 전 56년에 쓰여진 것입니다. 사실 오늘 제1독서 본문 중 1코린 11,23-26절 까지 말씀은 그대로 미사성찬경문과 일치합니다. 


초대교회에서 성찬은 각 사람이 가지고 온 음식을 나누어 먹는 저녁식사 다음에 거행되었음을 봅니다. 흔히 본당에서 주일 미사 후에 음식을 나누는 일이 있는데 코린토 교회에서는 저녁식사 후에 성찬례를 거행했던 것입니다.


여기서 문제는 저녁식사에서 발생했습니다. 삶에 여유가 있어서 먼저 도착한 이들이, 계속 일하다가 늦게 온 이들을 기다리지 않고 먼저 식사를 해버린 것입니다. 늦게 온 이들은 배가 고픈데 일찍 온 이들을 배부르게 먹은 뒤 반주까지 곁들이니 술에 취하기도 했으니 바로 여기서 파생된 불평등에 분열이요, 이런 상태에서 한 마음으로 성찬례를 거행하기는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하여 제1독서는 바오로의 마지막 권고로 끝맺습니다.


“나의 형제 여러분, 여러분이 만찬을 먹으려고 모일 때에는 서로 기다려 주십시오.”


바로 일치의 성체성사인 미사를 봉헌하기 위해서는 주님과 이웃을 배려한 사랑과 겸손, 그리고 믿음의 자세가 전제되어야 함을 깨닫습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의 사랑과 겸손, 믿음을 북돋아 주시어 날로 참 사람, 당신의 사람으로, 또 일치의 공동체로 변모시켜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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