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6. 목요일 성 브루노 은수자(1035-1101) 기념일                                                       갈라3,1-5 루카11,5-13


                                                                      간절하고 항구한 기도

                                                                        -기도, 믿음, 삶-


기도와 믿음, 삶은 함께 갑니다. 간절하고 항구한 기도에 믿음이요 삶입니다. 그대로 오늘의 강론 제목입니다. 이런 기도와 믿음, 삶이 하느님을 감동시키고 사람을 감동시켜 치유와 변화의 기적입니다. 저에겐 감히 비유하자면 예수님에 마리아 막달레나와 같은 자매들이 있습니다. 기도와 믿음, 삶이 일치를 이룬 자매들입니다.


성전 오른쪽 감실 앞의 서양란의 조화가 참 단순하고 기품이 있어 볼수록 마음이 끌립니다. 바로 20년 이상을 제 영명축일 때 마다 화분을 선물한 어느 자매가 이번 영명축일에 선물한 것입니다. 참으로 열심히 성실히 한 눈 팔지 않고 믿음과 삶이 하나되어 살면서 가정을 지켰던 자매입니다. 


초등학생이었던 남매가 이젠 나이 30이 넘어 딸은 시집갔고 아들은 직장생활에 충실합니다. 지금은 불의의 사고로 아직도 몸은 불편한 상태인데 어김없이 올해도 잊지 않고 서양란 화분을 선물했습니다. 이 또한 감동적인 믿음의 표현입니다.


성전 왼쪽 성모상 앞의 꽃다발 역시 성모상과 조화를 이루어 참 단순하고 조촐해 보여 마음이 끌립니다. 역시 20년 이상을 제 영명축일 때마다 꽃다발을 선물한, 가장 역할을 하며 동생들을 성공시킨 믿음과 삶이 하나되어 살았던 참으로 성실한 자매입니다. 30대 후반의 나이가 이제 50대 후반이 된 자매입니다.


하여 영명축일날 미사후 수도형제에게 부탁해 감실과 성모상 각각 옆에 서서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을 카톡을 통해 감사의 선물로 전달했습니다. 새벽 기도하며 산책중 떠오른 생각을 그대로 실천에 옮긴 것입니다. 이런 깨우침 역시  성령의 선물임을 깨닫습니다.


주님은 어제 주님의 기도를 가르쳐 주셨고 오늘은 ‘기도의 자세’에 대해 가르쳐 주십니다. 기도는 간절하고 항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친구의 청을 들어주는 사람의 비유’가 참 적절합니다. 비유의 끝 무렵 주님의 결론 말씀입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그 사람이 벗이라는 이유 때문에 일어나서 빵을 주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그가 줄곧 졸라 대면 마침내 일어나서 그에게 필요한 만큼 다 줄 것이다.”


얼마나 은혜로운 반가운 말씀인지요. 하느님은 이렇게 좋으신 분입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확신에 넘칠 때 예수님은 꼭 이런 어법으로 말씀하십니다. 간절하고 항구한 기도의 위력을 말합니다. 하느님이 다 알아서 하시는데 궂이 이렇게 기도할 필요가 있겠나 하는 생각도 들 수 있으나 이것은 분명 단견입니다.


하느님의 감동은 물론이고 우선 나 자신부터 이렇게 간절히 항구히 기도하다보면 놀라운 변화가 뒤따릅니다. 이런 기도 자체가 축복의 응답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기도하다 보면 마음도 정화되어 주님의 뜻대로 기도하게 되며 더불어 믿음과 삶의 점진적인 성장과 성숙이 뒤따른다는 것입니다. 이어 주님은 다시 기도는 간절하고 항구해야 함을 또 강조하십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청하여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찾아라, 너희가 얻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 누구든지 청하는 이는 받고, 찾는 이는 얻고, 문을 두드리는 이에게는 열릴 것이다.”


주님은 또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확신에 넘쳐 말씀하십니다. 지성이면 감천입니다. 이런 백절불굴百折不屈, 칠전팔기七顚八起의 탄력좋은 기도의 자세는 그대로 믿음과 삶으로 직결됩니다. 이런 기도와 믿음과 삶이 하느님을 감동시키고 이웃을 감동시키며 내 자신의 놀라운 내적성장과 성숙을 이루어줍니다. 무엇보다 참 좋은 선물인 성령께서 하시는 일입니다. 이어지는 주님의 결론같은 말씀 역시 통쾌하기 짝이 없습니다.


“너희 가운데 어느 아버지가 아들이 생선을 청하는데, 생선 대신에 뱀을 주겠느냐? 달걀을 청하는데 전갈을 주겠느냐? 너희가 악해도 자녀들에게는 좋은 것을 줄 줄 알거든,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야 당신께 청하는 이들에게 성령을 얼마나 더 잘 주시겠느냐?”


성령보다 더 좋은 선물을 없습니다. 바로 성령은 하느님이기 때문입니다. 정말 필요한 것은, 분은 성령이신 하느님 한 분 뿐이기 때문입니다. 언젠가의 덕담도 생각납니다. 어느 수녀님이 저에게 무엇을 원하고 좋아하느냐고 물었습니다. 아마 선물하고 싶었던 마음인 것 같았습니다.


“수녀님을 원하고 좋아합니다. 다른 것은 하나도 원하지 않습니다.”


수녀님 대신에 하느님을 넣어도 그대로 통합니다. ‘성령이신 하느님을 원하고 좋아합니다. 다른 것은 하나도 원하지 않습니다.’ 실제 주님과 이와 비슷한 문답을 주고 받았던 성인이 가톨릭교회의 굴지屈指의 신학자 성 토마스 아퀴나스입니다. 


십자가의 주님께서 ‘네가 나를 위해 놀라운 저술을 했는데 나는 너에게 어떻게 보답하면 좋겠느냐?’ 물으셨을 때, ‘제가 원하는 것은 당신 하나 뿐입니다.’라고 답했다는 두 분의 대화를 문틈으로 엿들은 도미니코회 수사의 고백이 생각납니다.


제가 늘 하는 말이 있습니다. ‘넘어지는 게 죄가 아니라 일어나지 않는게 죄’라는 것입니다. ‘살기위하여’ 넘어지면 곧장 일어나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기도와 믿음의 삶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성령께서 도와 주십니다. 오늘 1독서의 갈라티아 교우들의 어리석음도 기도의 부족에서 기인됨을 깨닫습니다. 기도를 통해 성령의 도움을 받았다면 지체없이 율법이 아닌 믿음을 택했을 것입니다.


“여러분은 율법에 따른 행위로 성령을 받았습니까? 복음을 듣고 믿어서 성령을 받았습니까? 여러분은 그렇게도 어리석습니까? 성령으로 시작하고서는 육으로 마칠 셈입니까?”


그대로 우리를 향한 말씀 같습니다. 복음을 듣고 믿어서 성령을 받은 우리들입니다. 이래야 매사 성령으로 시작하여 성령으로, 하느님으로 시작하여 하느님으로 마치게 됩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복음을 듣고 믿는’, 또 당신께 ‘청하고 찾고 문을 두드리는’ 우리 모두에게 참 좋은 성령의 선물을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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