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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4. 연중 제30주간 월요일                                                                에페4,32-5,8 루카13,10-17


                                                                            귀가歸家준비

                                                                 -기도의 계절, 자비의 계절-


만추의 계절입니다. 어제 주일 오전은 찌부듯한 흐린 날이었고 오후는 내내 가벼운 가을비가 내렸습니다. 하느님 마련해주신 선물로 진천 태령산 배경의 깊은 산속 순교복자수녀원 피정수녀님들을 위한 미사를 위해 당분간 ‘무아無我의 집’에 머물게 되었습니다. 


수도공동체의 배려로 수사님이 운전해 주어 편안한 마음으로 차창밖 만추晩秋의 가을 풍경을 감상하며 내내 하느님의 자비를 생각했습니다. 때로 수도공동체를 통해 하느님의 넓고 깊은 자비를 깨닫지만 제 마음은 참 부끄럽게도 옹졸하고 편협함을 느낄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하느님 자비의 품같은 태령산 산속 은수처隱修處같은 사제관에서 참으로 오랜만에 깊고도 편안한 잠에서 깨어나 상쾌한 마음, 감사하는 마음으로 강론을 씁니다. 말없이 지켜보고 바라보는 태령산 하느님의 자비의 품같은 수도사제가 되어 살고 싶다는 생각도 불쑥 들었습니다.


16년만에 찾은 ‘무아의 집’, 하느님의 집입니다. 무아無我의 삶을 살라고 하느님 배려해 주신 사랑입니다. 2000.7.25.-2000.8.2.일 까지, 그때도 수녀님들의 미사를 위해 이 무아의 집에 머물렀습니다. 그때는 순수로 빛나는 하얀 수도복을 입고 온 기억도 선합니다. 당시는 여름이었고 제 나이도 아마 늦여름쯤 되었을 때라 열정도 여름같이 뜨거웠습니다. 


피정 떠나기전 이때 제본해뒀던 강론집을 읽어보니 감회도 새로웠습니다. 이제 16년만에 인생 가을나이가 되어 방문하니 참으로 오랜만에 영혼의 고향집을 찾은 듯 반갑고 기뻤습니다. 유난히 친애의 정을 느끼는 순교복자수녀회 수녀님들입니다. 환대의 기쁨, 환대의 사랑입니다. 수녀님들의 따뜻한 환대를 통해 하느님의 자비를 마음 깊이 깨닫습니다.


모두가 하느님의 은총입니다. 모두가 하느님의 자비입니다. 16년전보다 복잡해진 준비물이 세월의 흐름을 실감합니다. 머리칼도 희어졌고 신체기능도 이전만 못합니다. 16년전에는 참 간편했는데 이번은 돋보기, 휴대폰, 노트북, 아이패도, 충전지, 몇가지 복용하는 상비약등 따라 붙는 것이 많습니다. 


이또한 하느님 자비의 선물들임을 깨닫습니다. 하느님은 자비로 이렇게 부족한 부분들을 보완해 불편없이 채워 주십니다.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끊임없이 바치는 자비송 기도처럼 말그대로 하느님의 자비로 살아 온 삶임을 새삼 깨닫습니다. 어제에 이어 지금까지 내리는 가을 보슬비도 하느님 은총의 비처럼 느껴집니다.


묵주기도성월 후반부인 10월에 이은 위령성월 11월은 그야말로 말그대로 기도의 계절이자 자비의 계절로 귀가준비를 생각하는 시기입니다. 우리 인생을 나이 불문하고 일년사계로 압축시켜 인생가을로 생각하여 아버지의 집으로의 귀가인 죽음을 생각하며 깨어 귀가준비를 해보는 시기입니다.


제가 피정지도 때마다 강조하는 것이 둘입니다. 하느님을 기억하는 것, 날마다 눈앞에 죽음을 환히 기억하는 것 둘입니다. 하느님을, 죽음을 늘 기억할 때 모든 환상에서 벗어나 오늘 지금 여기에서 ‘자비의 삶’, ‘무아의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아의 집’은 바로 ‘자비의 집’임을 깨닫습니다.


귀가준비의 최상, 최고의 대책은 하느님을 닮은 자비로운 삶, 하나뿐입니다.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 우리를 향한 예수님의 소원도 이것 하나뿐입니다. 하여 오늘 예수님은 복음에서 자비로운 삶의 모범을 보여주시고 바오로는 독서에서 자비로운 삶의 방법을 구체적으로 보여주십니다.


하느님 자비가 먼저입니다. 사람이 먼저입니다. 사람의 행복과 자유가 먼저입니다. 사람이 있고 율법이나 관례가 있습니다. 예수님의 마음은 하느님 자비의 마음이요 예수님의 눈은 하느님 자비의 눈입니다. 분별의 잣대는 자비입니다. 


주님은 주변의 시선에 개의치 않고 열여덟 해 동안이나 허리가 굽어 몸을 펼 수 없을 정도로 병마에 시달리던 여자를 보시고, 가까이 부르시어, 손을 얹으신후 능력있는 말씀으로 치유하십니다. 


“여인아, 너는 병마에서 풀려났다.”


예수님의 자비하신 마음, 권능의 말씀, 따뜻한 스킨십이 삼위일체 하나가 되어 발생한 치유의 기적입니다. 똑같이 자비하신 주님께서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를 위로하시고 치유하십니다. 바오로의 자비로운 삶에 대한 처방도 참 은혜롭습니다.


“형제여러분, 서로 너그럽고 자비롭게 대하고, 하느님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여러분을 용서하신 것처럼 여러분도 서로 용서하십시오. 사랑받는 자녀답게 하느님을 본받는 사람이 되고 사랑 안에서 살아가십시오. 

온갖 어리석고 상스러운 말들은 집어치우고 감사의 말만 하고, 누구의 허황한 말에도 속아 넘어가지 마십시오. 여러분은 주님 안에 있는 빛입니다. 빛의 자녀답게 살아가십시오,”


바로 자비로운 삶의 구체적 실천 방안입니다. 하느님의 자녀답게, 빛의 자녀답게 자비로운 삶을 살라는 말씀입니다. 아버지의 집으로의 귀가인 죽음준비에 자비로운 삶보다 더 좋은 준비도 없습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빛의 자녀답게 자비로운 삶을 살게 하십니다. 


“내 영혼아, 주님을 찬미하여라. 그분의 온갖 은혜 하나도 잊지 마라.”(시편103.2).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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