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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6. 연중 제30주간 수요일                                                                          에페6,1-9 루카13,22-30


                                                             “아, 여기가 천국이구나!”

                                                                -구원의 좁은 문-


“아, 여기가 천국이구나!”

그대로 강론 제목으로 택했습니다. 구원의 좁은 문을 통과한 거기 그 자리가 바로 천국입니다. 살아계신 주님을 만나는 천국입니다. 바로 엊그제의 깨달음입니다. 오후 내내 방에 있다가 사제관 정문을 열었을 때 순간 한눈에 들어 온 활짝 펼쳐진 단풍 찬란한 만추의 풍경이 흡사 천국처럼 느껴졌습니다. 구원의 좁은 문을 통과하여 눈만 열리면 어디나 천국임을 깨닫습니다.


엊그제 또 하나의 깨달음도 생각납니다. 아침 미사중 성전 출입구 바닥 빈틈으로 환히 쏟아져 들어오는 동녘 일출日出의 강렬한 태양빛이 흡사 천국의 빛처럼 느껴져 자주 눈길이 갔던 기억입니다. 알게 모르게 미사중 하느님 은총의 빛이 우리를 위로하고 치유함을 믿습니다.


좁은 문을 통과하여 살아계신 주님과 만나는 자리, 거기가 천국입니다. 일부러 좁은문을 선택할 필요도 없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이들 누구나 할 것 없이 제 삶의 자리가 좁은문이기 때문입니다. 양상과 정도만 다를 뿐 나름대로 다 좁은문을 통과하며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첩첩산중疊疊山中, 하루하루 넘어야 하는 산처럼, 날마다 자기 십자기를 지고 주님을 따르는 사람처럼 날마다 통과해야 할 좁은문입니다. 


상황이 어떻든 초지일관初志一貫, 시종여일始終如一의 자세로 복음을 실천하며 사는 것입니다. 주님의 말씀대로 주님의 뜻대로 사는 것입니다. 참되고 착하고 아름답게 진선미眞善美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주님만을 믿고 바라고 사랑하며 신망애信望愛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처지에서든 존엄尊嚴한 인간 품위品位를 유지하며 사는 것입니다.


좌절하지 말고, 포기하지 말고 이렇게 살아가며 좁은문을 통과해 갈 때, 바로 거기 기다리고 계신 주님을 만납니다. 결코 주님을 만나는 데 값싼 은총은 없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어떤 사람이 주님께 물었습니다.


“주님, 구원받을 사람은 적습니까?”


미래의 구원받을 사람을 묻는 것이 아니라, 현재 지금 여기서 구원받을 사람을 묻는 것입니다. 구원은 미래가 아닌 오늘 지금 여기서 체험해야 할 현실임을 깨닫습니다. 동문서답 같지만 우리 모두를 격려하시는 주님의 말씀입니다.


“너희는 좁은 문으로 들어가도록 힘써라.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많은 사람이 그곳으로 들어가도록 하겠지만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불퇴전不退轉의 용기로 오늘 지금 여기 좁은문을 통과하여 살아계신 주님을 만나도록 합시다. 피상적 만남이 아닌 진짜 살아계신 주님을 만나는 것입니다. 내 삶의 자리에서 나에게 주어진 좁은문을 진선미의 자세로, 신망애의 자세로 통과해 가면서 만나는 주님이십니다. 


한번으로 끝나는 만남이 아니라 죽는 날까지 매일 만나 알아야 하는 주님이십니다. 이래서 매일 미사가 있습니다. 오늘 구원의 문이 닫힌 후 계속 ‘주님, 문을 열어 주십시오.’ 말하며 문을 두드리는 이들에 대한 ‘너희가 어디서 온 사람들인지 모른다.’ 라는 주님의 답변이 가슴을 철렁하게 합니다. 


다시 이들은 ‘저희는 주님 앞에서 먹고 마셨고, 주님께서는 저희가 사는 길거리에서 가르치셨습니다.’ 주님과 함께 했던 친분을 예로 들면서 문을 열어 주실 것을 호소합니다만, ‘너희가 어디에서 온 사람들인지 나는 모른다. 모두 내게서 물러가라. 불의를 일삼는 자들아!’주님의 반응은 요지부동 한결같습니다.


완전히 헛 산 인생입니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살았는데 이런 결과라면 그 인생 얼마나 허망하겠는지요. 짝사랑에 끝난 주님 사랑이 되고 말았으니 말입니다. ‘나는 모른다’ 주님의 이 말씀보다 충격적이고 치명적인 말씀은 없습니다. 주님의 뜻과는 상관없이 제 좋을 대로, 제 방식대로 살아왔음이 분명합니다. 


‘과연 주님은 나를 아시는가?’ 물음과 더불어 ‘나는 주님을 아는가?’ 자주 자문해야 할 것입니다. 진정 주님을 사랑하여 주님의 뜻대로 살아가며 좁은문을 통과했을 때 주님을 만날 것입니다. 주님은 나를 아시고 나도 주님을 알게 될 것입니다. 


하느님이 보시는 것은 신분이나 지위가 아니라 그의 마음과 삶의 자세입니다.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야곱과 모든 예언자가 하느님의 나라 잔칫상에 있는 것은 그들의 신분때문이 아니라 주어진 삶의 자리에 성심성의껏 주님과 이웃을 섬겼기 때문입니다.


동쪽과 서쪽, 북쪽과 남쪽에서 사람들이 와 하느님 나라의 잔칫상에 자리 잡은 이들도 나름대로 제 삶의 자리에서 주님과 이웃을 사랑으로 섬겼기 때문일 것입니다. 지금은 꼴찌지만 첫째가 되고, 지금은 첫째지만 꼴지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주님과 이웃을 사랑으로 섬기는데 항구해야 함을 깨닫습니다.


하느님의 눈에는 주인과 자유인, 종의 구별도 없습니다. 모든 신분이나 지위도 사라지고 남는 것은 ‘사람’ 하나뿐입니다. 모두의 주님이신 분께서 하늘에 계시고 그분께서는 사람을 차별하지 않으십니다. 


그러니 어제 바오로의 말씀대로 그리스도를 경외하는 마음으로 서로 순종하는 것입니다(에페5,21). 억지로 마지못해 상호순종이 아니라 자발적 사랑의 순종입니다. 자발적 사랑의 상호순종에 둘을 추가합니다. 자신에 절망하지 않는 것과 타인을 무시하지 않는 것입니다. 정말 대죄는 자신에 절망하는 것이요 이웃을 무시하여 차별하는 것입니다. 자살에 이를 수 있는 절망이요, 타살에 이를 수 있는 무시입니다. 


서로 사랑으로 순종하며, 절망이 아닌 주님께 생생한 희망을 두고, 무시나 차별이 아닌 이웃을 존중하고 존경하면서 진선미의 삶, 신망애의 삶에 항구할 때 저절로 주님은 나를 아시고 나도 주님을 알게 될 것입니다. 하여 좁은문도 수월히 통과할 것입니다. “아 바로 여기가 천국이구나!” 깨달을 것입니다. 


천국에 가면 세 가지 사실에 놀란다고 합니다. 1.내가 여기 천국에 와 있다는 것, 2.천국에 올 사람이라 생각했던 사람이 못 왔다는 것, 3. 생각지도 않은 사람이 천국에 왔다는 것입니다. 분명 주님만이 아시는 나를 포함해 좁은문을 통과한 사람만이 천국에 입장했을 것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 모두 하느님 나라의 기쁨을 미리 맛보여 주시고, 진선미의 삶, 신망애의 삶에 항구할 수 있는 은총을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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