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21. 대림 제4주간 수요일                                                                             아가2,8-14 루카1,39-45



도반道伴 관계의 사랑

-주님과의 연정戀情, 친구와의 우정友情-



관계를 떠나선 살 수 없는 인간입니다. 기나긴 삶의 여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함께 하는 도반과의 관계입니다. 혼자서는 성공적인 삶의 여정을 끝낼 수도 없거려니와 참나의 실현도 불가능합니다. 하여 저는 인생광야여정중에는 성인聖人, 폐인廢人, 괴물怪物 같은 세 부류의 사람이 나올수 뿐이 없다고 말하곤 합니다. 


과연 어떻게 하면 참나의 실현으로 성인같은 삶을 살 수 있겠는지요? 두 도반과의 관계를 깊이하는 것입니다. 첫째가 주님 도반이요 둘째가 사람 도반입니다. 도반은 나를 비춰주는 거울같습니다. 혼자서는 내가 누구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도반과의 관계를 통해 서로간에 대한 앎이 깊어지면서 비로소 내적성장과 성숙도 뒤 따릅니다. 


오늘 제1독서 아가서는 연인관계의 사랑을 이야기 하고, 복음은 친구관계의 사랑을 이야기합니다. 연인관계의 사랑은 주님 도반과의 사랑의 관계로 읽을 수 있고, 친구관계의 사랑은 사람 도반과의 사랑의 관계로 읽을 수 있습니다. 사실 두 도반관계는 함께 갑니다. 주님과의 관계와 이웃과의 관계는 함께 가기 때문입니다.


제1독서의 두 연인간의 사랑은 얼마나 감미로운지요. 주님과도 이렇게 사랑하자는 것입니다. 옛 교회의 교부들은 사실 이렇게 해석했습니다. 두 연인간의 사랑을 하느님과 하느님의 백성, 그리스도와 교회의 관계로 견주기도 했습니다. 주님이 신랑이라면 우리는 신부라 할까요. 순수한 영적 사랑은 불가능합니다. 영spirit과 정신mind과 감정emotion과 육신body이 하나된 전인적全人的인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내 연인의 소리! 보셔요. 그이가 오잖아요. 산을 뛰어오르고, 언덕을 뛰어넘어 오잖아요. 나의 연인은 노루나 젊은 사슴 같답니다. 보셔요, 그이가 우리 집 담장 앞에 서서, 창틈으로 기웃거리고, 창살 틈으로 들야다 본답니다.”


오늘 아가서 서두의 말씀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요. 마치 매일 미사를 통해 당신의 연인인 우리를 찾아 오시는 우리의 영원한 연인이신 주님을 상징하는 것 같습니다. 아가서가 성서에 편입됨으로 우리의 영적 상상력은 얼마나 풍부해졌는지요. 연인으로서의 주님과의 사랑을 깊이하는 것이 믿는 이들의 행복의 지름길입니다. 


사실 아빌라의 데레사, 이냐시오 로욜라, 십자가의 성 요한 등 무수한 신비가들이 연인으로서의 주님과의 연정을 깊이 했습니다. 우리의 영원한 도반이자 영원한 연인이신 주님과의 사랑을 깊이할 때 풍요로운 삶에 영원한 청춘의 내적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며칠 전 써놓은 글입니다.


-언제나/눈들면

 한눈 가득 들어오는/가슴 가득 안겨 오는

 하늘은/주님은

 나의 기쁨/나의 희망/나의 사랑

 나의 모두입니다.-


그대로 영원한 연인이신 주님께 대한 사랑의 고백같은 시이기도 합니다. 심신은 노쇠해가도 영원한 연인이자 도반인 주님과의 관계는 날로 좋아지고, 깊어지고, 새로워지길 소망합니다. 이성간의 연정은 순간입니다. 얼마 못 가는 화사한 봄꽃들 같습니다. 주님을 연인으로 삼을 때 날로 깊어가는, 날마다 새롭게 피어나는 꽃같은 주님과 연정의 사랑입니다.


영원한 연인이자 도반인 주님과 더불어 사람 도반인 친구입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와 세례자 요한의 어머니 엘리사벳의 사랑이 바로 그러합니다. 영적도반의 영원한 모델입니다. 명심할 바 서로의 도반관계 앞서 두분 다 연인이신 주님과의 도반관계가 깊이, 굳건히 확립되어 있었다는 것입니다. 


엘리사벳이 마리아의 인사말을 들을 때 그의 태안에서 아기가 뛰놀았다 합니다. 성모님 감실 안에 계신 연인이신 예수님을 만난 세례자 요한의 기쁨을 보여줍니다. 섬기러 오신 예수님답게 성모님을 통해 요한을 방문한 태중의 예수님이십니다. 엘리사벳은 성령으로 가득 차 큰 소리로 외칩니다.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 내 주님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오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 보십시오. 당신의 인사말 소리가 제 귀에 들리자 저의 태 안에서 아기가 뛰놀았습니다.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


정말 성령충만한 은총 가득한 말씀입니다. 얼마나 듣고 싶었던 엘리사벳 도반의 위로와 격려 말씀이었겠는지요. 이런 복된 만남이야 말로 치유이자 구원입니다. 이런 만남의 기쁨을 능가할 수 있는 기쁨은 없습니다. 엘리사벳이야말로 마리아의 영원한 영적도반임을 깨닫습니다. 동병상련同病相憐, 누구보다 영적도반 마리아의 내적 현실을 꿰뚫어 본 엘리사벳입니다. 


두 영적도반인 여인들간의 만남과 동시에 역시 영원한 도반관계의 예수님과 세례자 요한의 태중 상태에서의 운명적 만남이 이뤄지는 순간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영원한 연인이자 도반인 당신과의 사랑을 날로 새롭게, 깊게 하십니다.


“의인들아, 주님 안에서 환호하여라. 주님께 새로운 노래를 불러라.”(시편33,1ㄱ).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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