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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7. 주님 공현 전 토요일                                                                                     1요한5,14-21 요한2,1-11



순종의 기적

-물이 변하여 포도주로-



순종의 기적입니다. 순종의 아름다움, 순종의 향기입니다. 바로 오늘 복음에서 물이 포도주로 변한 기적이 이를 입증합니다. 삶은 순종입니다. 죽음 역시 마지막 최후의 순종입니다. 순종은 믿음입니다. 순종은 온유입니다. 순종은 겸손입니다. 순종은 자유입니다. 순종은 사랑입니다. 순종의 성숙의 표지입니다. 자기 뜻이 아니 주님 뜻에의 순종입니다. 마치 순종예찬이 된 기분입니다.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한 순종의 덕입니다. 


며칠전의 기억도 선명합니다. 60여명의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수도원에 피정왔고, 낮기도에 참석했습니다. 시편 찬미성무일도를 노래로 바쳐야 하는데 수도형제들의 상황이 여의치 않았습니다. 마침 제 아래쪽에 앉은 후배 수사에게 나와 함께 칸톨을 하도록 청했습니다.


“그냥 읽어요.”


퉁명스런 응답에 “그래?” 하고 자리에 앉았지만 마음은 아주 불편했습니다. 피정에 참석한 분들에게 시편 찬미를 들려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잠시후 후배수사는 제옆에 앉으며 겸연쩍은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노래로 해요.”


마음속 서운했던 앙금이 말끔히 사라졌습니다. 즉시 뉘우치고 순종하는 마음으로 함께 한 수사님이 얼마나 고마웠던지요.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습니다. 새삼 순종이 얼마나 고맙고 귀한 덕인지 깨달았습니다.


성서의 사람들, 모두가 순종의 사람들이었습니다. 순종의 사람들에게 결코 어울리지 않는 변절, 변심, 변질, 변덕 등 온갖 부정적 말마디들입니다. 수도공동생활의 핵심 수행덕목도 순종입니다. 우리의 항구한 정주서원 역시 순종서원과 맥을 같이 합니다. 그대로 자발적 순교적 삶과 같은 정주와 순종의 삶입니다. 


분도수도규칙 머리말 마지막 장엄한 구절안에 정주와 순종이 함께 하나로 녹아있음을 봅니다.


“주님의 가르침에서 결코 떠나지 말고, 죽을 때까지 수도원에서 그분의 교훈을 항구히 지킴으로써 그리스도의 수난에 인내로써 한몫 끼어 그분 나라의 동거인이 되도록 하자.”


얼마전 타계하신 우리의 사랑하올 고 이형우 시몬 베드로 아빠스님이 남겨 놓으신 분도규칙의 인용입니다. 사람은 떠나도 순종의 발자취는 살아있는 이들은 물론 하느님 안에 영원히 남아 있습니다. 며칠 전 어떤 정치가를 꾸짖은 한마디 말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어떻게 해마다 동지가 바뀔수 있나?”


항구하지 못한 변절의 삶을 꾸짖은 것입니다. 정말 순종의 사람에게 어울리지 않는 변절의 삶입니다. 나름대로 까닭이 있겠지만 자리를 자주 옮기는 것은 참으로 바람직스러워 보이지 않습니다. 


제가 자주 수도형제들의 선종善終을 알리는 소식지를 볼 때는 우선 그들 삶의 발자취를 살펴 봅니다. 모두가 삶의 여정은 다 다르지만 한가지 공통점은 순종의 발자취를 보여주는 삶의 이력이라는 것입니다. 자기 뜻대로가 아닌 주님의 뜻을 대변한 공동체의 뜻에 따른 순종의 발자취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순종의 죽음입니다. 잘 살았든, 못 살았든 별 차이 없이 비슷합니다. 하느님 앞에 모두가 공평해 보이는 순종의 발자취인 삶의 이력입니다. 참으로 평범하나 깊은, 거룩하고 아름다운 순종의 삶의 발자취입니다. 이런 순종의 삶이 은은한 향기가 되어 잔잔한 감동을 줍니다. 


순종도 보고 배웁니다. 죽기까지, 십자가에 달려 죽기까지 순종하신 예수님 역시 모친 성모 마리아의 순종을, 양부이신 성 요셉의 순종을 보고 배웠음이 분명합니다. 수도형제들 역시 수도선배들의 순종을 보고 배웁니다. 오늘 복음중 다음 대화를 묵상하면서 퍼뜩 떠오른 것이 성모님의 순종이었습니다.


“포도주가 없구나.”

“여인이시여, 저에게 무엇을 바라십니까? 아직 저의 때가 오지 않았습니다.”


아드님의 냉정한 말씀에 서운할 만도 한데 성모님은 개의치 않고 순종의 마음으로 즉시 일꾼들에게 말합니다.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오늘 복음의 핵심 대목입니다. 무엇이든지 그분이 시키는 대로 그분의 뜻대로 하는 것이 순종입니다. 그대로 평소 순종의 삶을 반영합니다. 성모님의 순종을 통해 성모님의 깊은 내공을 짐작합니다. 성모님의 순종을 보고 배운 일꾼들은 즉시 그분의 아드님이신 예수님의 말씀에 순종합니다.


“물독에 물을 채워라.”

“이제는 그것을 퍼서 과방장에게 날라다 주어라.”


순종의 흐름이 참 자연스럽고 그림처럼 아름답습니다. 참 놀라운 것은 이 물을 맛본 이들의 반응입니다.


“누구든지 먼저 좋은 포도주를 내놓고, 손님들이 취하면 그보다 못한 것을 내놓는데, 지금까지 좋은 포도주를 남겨 두셨군요.”


포도주가 된 물을 맛본 이들의 반응입니다. 물이 포도주로 변한 표징이, 기적이 상징하는 바 참으로 심오합니다. 매사 순종으로 받아들일 때 깨달음을 통한 놀라운 내외적변화가 따른다는 것입니다. 매사 순종의 계기로 삼을 때 내적상처는 치유되어 영적성장과 성숙의 계기가 됩니다. 순종없이는 결코 영적성장도 성숙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사막을 사막으로 받아들일 때 사막은 낙원이 됩니다. 순종의 삶을 통해 고해인생은 축제인생으로 바뀝니다. 순종을 통해 눈이 열릴 때 매사 새롭게 발견하는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바꿀 것은 외적 환경이나 사람이 아닌 내 마음, 내 눈입니다. 내가 바뀌면 주변도 바뀝니다. 바로 이것이 순종의 은총입니다. 1독서에서 사도 요한은 주님께서는 순종하는 사람들의 청은 꼭 들어 주신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아드님에 대하여 가지는 확신은 이것입니다. 우리가 무엇이든지 그분의 뜻에 따라 청하면 그분께서 우리의 청을 들어 주신다는 것입니다”


그대로 오늘 복음의 성모님을 통해 입증됩니다. 사도 요한 역시 순종의 사람임이 분명합니다. 주님은 순종의 사람들에게 다음 사도 요한과 같은 은혜로운 깨달음을 주십니다.


“하느님에게서 태어난 사람은 아무도 죄를 짓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하느님에게서 태어나신 분께서 그를 지켜 주시어 악마가 그에게 손을 대지 못합니다.---하느님의 아드님께서 오시어 우리에게 참되신 분을 알도록 이해력을 주신 것도 압니다. 우리는 참되신 분 안에 있고 그분의 아드님이신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습니다. 이분께서 참하느님이시며 영원한 생명이십니다.”


하느님에게서 태어난 사람이 바로 순종의 사람이며 주님은 이런 이들에게 참되신 분 하느님을 알도록 이해력을 주시며 늘 당신 안에 살도록 하십니다. 참하느님이시며 영원한 생명이신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 모두 순종의 삶에 충실하고 항구할 수 있는 은총을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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