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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4.7. 사순 제5주간 금요일                                                                             예레20,10-13 요한10,31-42



 어둠을 밝히는 빛

-무지의 어둠, 주님의 빛-



무지를 무엇이라 정의할지 모르겠습니다. 무지의 죄, 무지의 병, 무지의 악이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무지의 어둠이라 칭하고 싶습니다. 정말 사람을 어둡게, 어리석게 하는 무지가 문제입니다. 모르면 알려줘도 모릅니다. 가장 쉬운 것이 남 판단하는 것이요 가장 어려운 것이 자기를 아는 것이라 합니다. 하여 자기를 몰라 교만이요 자기를 알 때 비로소 겸손이요 지혜입니다.


인도의 성자 간디의 위대한 점은 ‘I was wrong(내가 잘못했다)’의 명수였다는 것입니다. 자기의 잘못을 즉시 뉘우쳐 사과했다합니다.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기 보다는 변명과 핑계에 익숙한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정작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데 ‘고맙다’ ‘감사하다’ 보다는 ‘잘못했다’ ‘미안하다’는 뉘우침의 사과가 우선임을 깨닫습니다.


오늘 말씀을 묵상하면서 눈에 띠는 것은 바로 인간의 무지입니다. 예레미야 적대자들의 무지이며 예수님과 논쟁하는 유다인들의 무지입니다. 완전 불통의 무지한 답답한 사람들입니다. 정말 이런 무지 앞에는 대책이 없습니다. 예수님과 예레미야 두분의 처지가 얼마나 외롭고 고독하고 힘들었겠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적대자들만 탓할 수 없는 것이 이들 편에서 보면 예레미야나 예수님을 정말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흡사 두분의 모습이 ‘어둠속의 빛’처럼, ‘무지의 어둠을 밝히는 하느님의 빛’처럼 느껴집니다. 


오늘 제1독서는 예레미야의 다섯 번째 고백입니다. 어찌보면 예레미야의 고투와 외로움은 예언자의 숙명같기도 합니다. 


“군중이 수군대는 소리가 들립니다. ‘저기 마고르 미싸삽이 지나간다! 그를 고발하여라. 우리도 그를 고발하겠다.”(예레20,10ㄱㄴ).


‘마고로 미싸삽’은 예레미야의 별명이며 그 뜻은 ‘사방에서 공포가!’입니다. 예레미야가 자주 ‘마고르 미싸빕’ 외쳤기에 그의 별명이 됐다 합니다. 그가 얼마나 사면초가 두려움속에서 살았는지 짐작케 합니다. 이런 무지의 불통과 몰이해의 적대자들 속에서 그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하느님과의 소통이었음을 봅니다.


“그러나 주님께서 힘센 용사처럼 제 곁에 계시니 저를 박해하는 자들이 비틀 거리고 우세하지 못하리이다.”(예레20,11ㄱ). 


하느님 고백에 이어 즉각적으로 터져 나오는 하느님 찬미입니다.


“주님께 노래 불러라! 주님을 찬양하여라! 그분께서 가난한 이들의 목숨을 악인들의 손에서 건지셨다.”(예레20,13).


하느님 찬양에서 구원의 출구를 찾은 예레미야입니다. 하느님과의 깊은 신뢰관계로 하느님을 알고 자기를 아는 것이 무지에 대한 유일한 처방이자 대책임을 깨닫습니다. 정말 예레미야의 적대자들이 예레미야처럼 하느님을 알고 자기를 아는 진실한 사람이었다면 이렇게 예레미야를 박해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오늘 독서의 하느님 찬양에 곧장 이어지는 예레미야의 고백이 충격적입니다.


“어찌하여 내게 생명을 주셨는가? 저주를 받아라. 내가 태어난 날! 복을 받지 마라. 어머니가 나를 낳은 날! 저주를 받아라. ‘당신에게 사내아이가 태어났소!’하며 아버지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여 그를 몹시 기쁘게 한 사람!”(예레20.13ㄹ-15).


마치 욥의 항변(욥기3장)을 연상케 합니다. 얼마나 적나라한 하느님께 대한 항변인지요. 이또한 처절한 일종의 기도입니다. 이런 찬양과 원망이 점철되어 가면서 예언자의 하느님 믿음도 더욱 깊어졌을 것입니다. 


이런 예레미야는 그대로 오늘 복음의 예수님의 예표가 됩니다. 예수님을 배척하는 유다인들의 무지가 그대로 절벽같이 느껴집니다. 좋은 일을 많이 보여 준 당신께 왜 돌을 던지려고 하는가에 대한 유다인들의 답입니다.


“좋은 일을 하였기 때문이 아니라 하느님을 모독하였기 때문에 당신에게 돌을 던지려는 것이오. 당신은 사람이면서 하느님으로 자처하고 있소.”(요한10,33).


유다인들의 처지에서 보면 전혀 이들을 탓할 수도 없습니다. 이들의 무지는 그대로 이들의 한계이자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참으로 무지의 어둠이 얼마나 무서운지 결국은 이들의 무지가 예수님을 십자가의 죽음에 이르게 합니다. 예수님의 항변입니다만 그대로 절벽에 대고 하는 느낌입니다.


“그러나 내가 좋은 일들을 하고 있다면, 나를 믿지 않더라도 그 일들은 믿어라. 그러면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고 내가 아버지 안에 있다는 것을 너희가 깨달아 알게 될 것이다.”(요한10,37).


예수님께서 사면초가의 곤경에서 이토록 건재할 수 있음은 하느님과의 깊은 일치와 소통에 있음을 봅니다. 하느님을 알고 나를 알 때 비로소 무지로부터의 해방입니다. 그러자 유다인들은 다시 예수님을 잡으려하였고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손을 벗어나십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은 역시 예수님을 믿었다 합니다.


결국 탓할 것은 우리의 무지임을 깨닫습니다. 무지의 병, 무지의 악, 무지의 죄에 대한 유일한 처방이자 대책은 하느님을 알고 나를 아는 공부임을 깨닫습니다. 하여 우리 여정을 하느님과 나를 깨달아 알아가는 회개의 여정, 빛의 여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무지의 사람들은 어둠의 자녀들이요, 하느님의 사람들은 빛의 자녀들입니다. 칠흙같은 밤의 어둠도 떠오르는 찬란한 태양빛에 흔적없이 사라지듯 우리 무지의 어둠도 주님의 빛이 떠오르면 흔적없이 사라집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무지의 어둠을 밝혀주시고 날로 당신과의 일치를 깊이해 주시며 빛과 생명으로 충만한 삶을 살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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