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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4.21. 부활 팔일 축제 내 금요일                                                                       사도4,1-12 요한21,1-14



부활하신 주님의 체험

-“와서 아침을 먹어라.”-



어제 수녀님과의 대화중 제 말에 위로와 구원을 받았습니다. 작년 5월부터 시작된 무릅치료가 거의 1년동안 계속되고 있습니다. 현재의 상태가 어떤지 수녀님이 물었습니다. 딱부러지게 드릴 말씀이 없었습니다. 나아지는 것 같기도 한데 때때로 불편은 여전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저는 낙관적이며 전혀 침체되지 않고 기쁘게 지냅니다.


“하느님께 희망을 두고 기쁘게 지냅니다.”


한 마디로 대답하며 크게 웃었고 내심 만족했습니다. 낫고 안 낫고는 하느님께 달린 것이고, 어쨌든 하느님께 궁극의 희망을 두고 사는 데는 변함이 없기 때문입니다. 사부 성 베네딕도의 말씀도 생각이 납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자비에 대해 절대로 실망하지 마라.’(성규4,74). 사실 하느님께 희망을 둘 때 모든 것은 결국 잘 되리란 믿음이 있습니다. 말씀드리고보니 이 또한 내적 체험의 고백임을 깨닫습니다. 


주님께 대한 믿음의 고백, 사랑의 고백, 희망의 고백은 얼마든 좋습니다. 사실 성서의 언어는 사실 언어이기 보다는 대부분 고백의 언어요, 우리가 매일 바치는 미사와 시편성무일도의 공동전례기도 역시 모두가 우리의 주님 고백의 표현입니다. 이런 고백과 더불어 성장, 성숙하는 주님 향한 믿음이요 희망이요 사랑입니다. 


오늘 제1독서 사도행전은 베드로와 요한이 최고 의회에서 증언하는 장면입니다. 두 사도의 모습이 참 당당하고 추호의 두려움도 없어 보입니다. 베드로의 고백이 분위기를 완전히 압도합니다. “당신들은 무슨 힘으로, 누구의 이름으로 그런 일을 하였소?” 불구자의 치유에 대해 딴지를 거는 최고 의회의 사람들에게 부활하신 주님을 체험한 베드로의 확신에 넘친 답변이 참 힘이 있습니다.


“여러분 모두와 이스라엘 백성은 이것을 알아야 합니다. 나자렛 사람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곧 여러분이 십자가에 못박았지만 하느님께서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일으키신 바로 그분의 이름으로, 이 사람이 여러분 앞에 온전한 몸으로 서게 되었습니다. 


이 예수님이야 말로 ‘너희 집 짓는 자들에게 버림을 받았지만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신 분입니다. 그분 말고는 다른 누구에게도 구원이 없습니다. 사실 사람들에게 주어진 이름 가운데에서 우리가 구원받는 데에 필요한 이름은 하늘 아래 이 이름밖에는 없습니다.”(사도4,10-12).


시공을 초월하여 오늘의 우리에게도 생생한 감동을 주는 베드로의 장엄한 부활하신 주님 체험의 고백입니다. 오늘 요한복음도 베드로의 주님 부활 체험을 전하고 있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오늘 세 번째로 호숫가에서 일곱 제자에게 발현하신 것입니다. 공관복음사가는 ‘고기잡이 기적’을 공생애 초기에 배치한 반면 요한복음만사가만은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이후의 사건으로 배치합니다. 상징적인 언어로 가득한 오늘 복음입니다.


오늘 복음의 부활하신 주님을 체험하기 전의 전반부와 부활하신 주님을 체험한 후반부의 분위기는 판이합니다. 전반부는 일곱 제자들의 체념과 허무감의 분위기가 물씬 풍깁니다. 


‘시몬 베드로가 그들에게 “나는 고기 잡으러 가네.” 하고 말하자, 그들이 “우리도 함께 가겠소.” 하였다. 그들이 밖으로 나가 배를 탓지만 그날 밤에는 아무것도 잡지 못하였다.’(요한21,3).


‘그날 밤에는 아무것도 잡지 못하였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함께하지지 않을 때 허무한 인생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주일미사후 낮기도 대용으로 바치는 시편 127장을 연상케 합니다.


“주께서 집을 아니 지어 주시면, 그 짓는 자들 수고가 헛되리로다. 주께서 도상을 아니 지켜 주시면, 그 지키는 자들 파수가 헛되리로다. 이른 새벽 일어나 늦게 자리에 드는 것도, 수고의 빵을 먹는 것도 너희에게 헛되리로다.”(시편127,1-2ㄱ).


반면 부활하신 주님을 만난 복음 후반부의 분위기는 완전히 반전된 생명과 사랑 충만한 분위기입니다. 부활하신 주님과 함께 할 때 삶의 본질은 사랑의 충만임을 깨닫습니다. 동터오는 아침 떠오르는 태양을 등지고 물끄러미 제자들을 바라보시는 부활하신 예수님의 모습은 얼마나 황홀한지요. 떠오르는 일출은 그대로 부활하신 예수님을 상징합니다. 그러나 제자들은 눈이 가려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부활하신 주님과 제자들이 나누는 대화도 참 정겹습니다.


 “얘들아, 무얼 좀 잡았느냐?”

 “못잡았습니다.”

 “그물을 배 오른쪽에 던져라. 그러면 고기가 잡힐 것이다.”(요한21,5-6).


그물에 가득 했던 고기는 충만한 삶을 상징합니다. 부활하신 주님을 만남으로 허무한 삶은 생명과 사랑으로 충만한 삶으로 변했습니다. “주님이십니다.”, 부활하신 주님을 알아본 애제자에 이어, 벅찬 감동에 옷을 벗고 있던 수제자 베드로는 겉옷을 두른채 지체없이 호수로 뛰어 들어 오매불망 꿈에 그리던 주님을 향해 달려갑니다. 


“와서 아침을 먹어라.”


예수님께서는 다가가셔서 빵을 들어 제자들에게 주시고 고기도 그렇게 주십니다. 그대로 성체성사를 상징하는 참 아름다운 장면입니다. 이런 부활하신 주님의 체험과 기억이 백절불굴 신앙의 원천이 되었음을 봅니다. 또 이런 베드로의 주님 부활 체험이 그의 오순절 설교와 솔로몬 주랑에서 설교의 바탕이, 그리고 오늘 최고 의회에서 주님 증언의 바탕이 되었음을 봅니다. 부활하신 똑같으신 주님께서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 모두에게 영원한 생명을 선물하시어 충만한 삶을 살게 하십니다. 


“주님, 저희가 성체성사의 은혜로 세상의 온갖 욕망에서 벗어나 하늘의 기쁨을 찾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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