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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7.18. 연중 제15주간 화요일                                                                         탈출2,1-15ㄴ 마태11,20-24



믿는 이들의 삶

-하느님 배경背景과 중심中心의 삶-



인간적으로보면 참 기구崎嶇하고 고독한孤獨한 것이 예언자의 삶입니다. 예언자뿐 아니라 많은 이들이 참 기구하고 고독한 곡선曲線인생을 살아갑니다. 기구하고 고독하다는 것은 바로 하느님을 찾으라는 신호입니다. 기구함과 고독함 없이 삶은 깊어지지도 않습니다. 기구하고 고독한 삶의 깊이에서 하느님을 만나고 또 하느님을 만나야 삽니다.


얼마전 상하권으로 나온 한국의 대표적 소설가의 자전적 소설을 참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참 아슬아슬한 순간도 많았고 기구하고 고독한 주인공의 삶이었습니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끊임없이 방랑하고 방황하면서도 정의를 추구하고 실천하며 부단히 무엇인가 찾는 구도자의 모습이었습니다. 


다 읽고 난후 웬지 가장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이 빠졌다는 공허하고 허전한 느낌을 떨쳐 버릴 수 없었습니다. 누구에게 권하고 싶지도 않았고 다시 읽고 싶은 생각도 없었습니다. 바로 삶의 중심이자 배경인 하느님이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특기할 사실은 저자 어머니의 신앙이었습니다. 배경이 없는 듯 하지만 끊임없이 자식을 위해 기도했던 어머니가, 어머니의 하느님이 저자의 배경임을 저는 깨달았습니다. 


산이 깊고 아름다운 것은 푸른 하늘을 배경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흔히 산만 보고 배경인 하늘을 놓치는 경향이 있는 것처럼 하느님도 그러합니다. 삶의 배경이자 중심이신 하느님을 까맣게 잊고 지내는 경우는 얼마나 많은지요. 아주 예전 자작 애송시 ‘하늘과 산’이라는 시가 생각납니다.


-하늘 있어/산이 좋고, 산 있어/하늘이 좋다

 하늘은/산에 신비를 더하고, 산은/하늘에 깊이를 더한다

 이런 사이가/되고 싶다, 이런 사랑을/하고 싶다-


하늘 배경이 하느님을 상징한다면 산은 우리 믿는 이들을 상징합니다. 하느님께서 배경임을 깨달아 가는 것이 기구함과 고독함에 대한 유일한 대책입니다. 인간으로서의 고결한 품위를 지닐 수 있습니다. 결코 함부로 막 살지도 않을 것이며 내적으로 무너지거나 망가지는 일도 없을 것입니다. 하여 끊임없이 하느님을 찾으며 기도하라는 주님의 권고입니다.


오늘 탈출기는 모세의 탄생과 모세가 미디안으로 탈출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모세의 기구하고 고독한 시련의 삶이 시작됩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섭리가 함께 하고 있음을 봅니다. 모세를 담은 왕골 상자는 히브리 말로 노아의 방주를 가리키는데 성경에서 이 두 경우 외에는 쓰이지 않습니다. 하느님은 모세를 살리는데 노아의 방주를 상징하는 왕골상자를 활용하셨으며 적인 파라오 임금의 딸인 공주를 당신 섭리의 도구로 삼아 가장 안전한 곳을 피난처로 마련해 주셨습니다. 


이렇듯 알게 모르게 하느님은 모세의 보이지 않는 배경이 되어 그를 지켜 주시고 인도하십니다. 하느님 배경을 빼놓고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건들입니다. 우리 눈에 우연이지 하느님께는 다 필연입니다. 모두가 하느님의 수중에서 진행되는 하느님 섭리 안에서 이뤄지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모세의 삶에서 하느님을 빼버린다면 참 공허하고 허무할 것입니다. 열심히 살면서 무수한 업적을 이룬 삶인데 그안에 하느님이 빠진 삶이라면 역시 공허하기 짝이 없을 것입니다. 현대판 노아의 방주인 교회안에 몸담고 살아가는 우리들입니다. 모세뿐 아니라 우리 믿는 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이 굽이굽이 하느님의 은총이 점철된 나름대로 기구하고 고독한 삶의 성경책입니다. 모세의 삶이 환히 드러난 탈출기와 더불어 우리 삶의 성경책도 곁들여 렉시오 다비나 묵상하면 참 은혜로울 것이고, 주님으로부터 위로와 힘도 받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의 처지가 참 고독한 예언자의 모습입니다. 사실 인간적으로 보면 예수님의 기구하고 고독한 삶의 역사도 모세와 흡사합니다. 하여 예수님을 새로운 모세라 하고 모세를 예수님의 예표라고 합니다. 산상수훈에서 ‘행복하여라!’ 참행복을 선언하던 예수님께서 오늘 복음에서는 회개하지 않는 고을을 꾸짖습니다. 보이지 않는 배경인 하느님과 늘 소통하셨기에 이런 예언자적 아픔과 분노의 표출입니다.


“불행하여라, 너 코라진아! 불행하여라, 너 벳사이다야! 너희에게 일어난 기적들이 티로와 시돈에서 일어났더라면, 그들은 벌써 자로옷을 입고 재를 뒤집어 쓰고 회개하였을 것이다.”


하느님을 잊고 물신주의의 빠진 오늘날 도시들을 향해 회개할 것을 촉구하는 주님의 꾸짖음 같습니다. 기적들이 회개의 표징임을 까맣게 잊은 코라진, 베사이다, 카파르나움 세 고을 사람들입니다. 


눈만 열리면 모두가 회개의 표징들인 기적들로 가득한 세상임을 볼 것입니다. 무엇보다 회개를 통해 하느님이 우리 삶의 중심이자 의미이자 배경임을 새롭게 깨달아 아는 것이 긴요합니다. 결국 주님은 오늘 말씀을 통해 우리의 회개를 촉구하십니다. 한 두번으로 끝나는 회개가 아니라 평생 ‘회개의 여정’을 사는 우리들입니다. 하여 ‘회개의 시스템’과도 같은 미사와 시편 성무일도가 중심이 된 일과표에 따라 평생 회개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 수도자들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회개한 우리 모두에게 당신 중심과 배경의 찬미와 감사의 삶을 살아가게 하십니다. 


“가난한 이들아, 하느님을 찾아라. 너희 마음에 생기를 돋우어라.”(시편69,33).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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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녜스 2017.07.18 15:18
    회개, 고해성사....
    생활화 되기까지 쉽지 않습니다. 그저 의무로만 이행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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