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8.1.화요일 성 알폰소 마리아 데 리구오리 주교 학자(1696-1787) 기념일

탈출33,7-11;34,5ㄴ-9.28 마태13,36-43



삶의 중심

-항구한 기도와 믿음-



어제 7월의 끝은 오늘 8월의 시작입니다. 끝은 시작입니다. 늘 새롭게 시작하는 파스카의 삶을 살라는 가르침을 줍니다. 하느님은 날마다 새롭게 하루를 시작하라고 새날을 선물하십니다. 


오늘은 ‘지극히 거룩한 구속주회’ 설립자이며 윤리신학의 대가인 성 알폰소 마리아 데 리구오리 주교학자 기념일입니다. 선종한 해 1787에서 태어난 해 1696를 빼니 무려 만 91세를 산, 참 장수한 성인입니다. 이렇게 장수하기도 힘든데 성인까지 되셨으니 참 대단한 믿음의 성인이란 생각이 듭니다. 성인들이야말로 ‘믿음의 대가’이자 생생한 ‘믿음의 표지’가 됩니다.


믿음도 유전됩니다. 정말 믿음도 보고 배웁니다. 성인들의 믿음을 보고 배우라 성인의 기념미사를 봉헌하는 우리들입니다. 무엇보다 믿음을 보고 배울수 있는, 믿음을 상속해줄 수 있는 부모가 참 좋은 부모입니다. 진정 마음의 보물이 믿음입니다. 


하느님은 우리 삶의 중심입니다. 삶의 중심이신 하느님께 대한 우리의 믿음입니다. 믿음도 끊임없이 성장, 성숙해야 합니다. 하여 끊임없는 기도입니다. 기도와 믿음은 함께 갑니다. 하여 강론 제목은 ‘삶의 중심-기도와 믿음-’으로 정했습니다. 


얼마전 독서중 전임 베네딕도 16세 교황님의 정확한 통찰에 섬뜩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회의 진정한 문제는 신자 수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인들의 신앙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의 신앙이 사라지고 있기에 위기가 생기고, 기도와 전례에 대한 미지근한 태도가 나타나며 선교를 등한시 합니다.”


그런가 하며 에바그리우스 사막교부의 세계적 권위자인 ‘가브리엘 붕에’ 수도승 신학자의 통찰도 맥을 같이합니다. 그는 ‘질그릇(Earthen Vessels)’이라는 책 서문 첫머리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합니다. 


‘오늘날 교회 단체내에서 우리는 종종 “믿음이 증발하고 있다(The faith is evaporating).”는 탄식을 듣는다. 그 많은 사목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많은 신자들의 믿음은 차가워지고 있으며 심지어는 증발하고 있다. 정말 신앙의 위기다.’


믿음이 사라지고 있는, 증발하고 있는 교회 현실에 대한 개탄입니다. 삶의 중심인 하느님을 잊었고 기도와 믿음의 수행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하루 아침에 성장한 나무가 아니듯 평생 성장, 성숙해가야 하는 기도와 믿음의 삶입니다. 


오늘 탈출기의 장면이 참 아름답습니다. 이스라엘 공동체 삶의 중심이 ‘만남의 천막’을 통해 선명히 드러납니다. 만남의 천막은 그대로 우리 수도공동체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성전을 상징합니다.


‘모세가 천막으로 들어가면, 구름 기둥이 내려와 천막 어귀에 머무르고. 주님께서 모세와 말씀을 나누셨다. 구름 기둥이 천막 어귀에 머무르는 것을 보면, 온 백성은 일어나 저마다 자기 천막에서 경배하였다.’


얼마나 아름다운 장면인지요. 만남의 천막에서 기도하는 모세를 통해 기도와 믿음을 보고 배우는 이스라엘 백성들입니다. 모세야 말로 이스라엘 공동체의 중심이자 기도의 모범입니다. 다음 묘사도 아름답습니다. 모세의 삶에 기도가 얼마나 중심적 위치에 있는지 깨닫습니다.


‘주님께서는 마치 사람이 자기 친구에게 말하듯, 모세와 얼굴을 마주하여 말씀하시곤 하였다.---모세는 그곳에서 주님과 함께 밤낮으로 사십일을 지내면서, 

빵도 먹지 않고 물도 마시지도 않았다. 그는 계약의 말씀, 곧 십계명을 판에 기록하였다.’


바로 모세의 내적 힘의 원천은 주님과 만남의 기도에 있음을 봅니다. 영혼이 ‘살기위해서’ 기도입니다. 끊임없는 기도를 통해 하느님은 우리 삶의 중심으로 확고히 자리잡게 됨으로 삶은 단순해지고 질서잡혀 집니다. 불필요한 시간과 정력의 낭비를 최소화하고 본질적인 일에 충실하게 됩니다. 


삶의 중심을, 삶의 의미를 잃고 복잡 혼란한 삶중에 방황하는 이들은 얼마나 많은지요. 삶의 중심을, 삶의 의미를 잃는 것보다 큰 재앙은 없습니다. 끊임없는 기도와 믿음을 통해서 하느님 중심의 삶이 확고해 질 때 삶의 의미도 또렷해지고 분별의 지혜와 믿음으로 살 수 있는 내적 힘도 생깁니다. 하여 복음의 밀과 가라지가 공존하는 현실에서 좋은 밀같은 존재로 살 수 있습니다.


밀과 가라지의 비유는 그대로 오늘의 현실입니다. 좋은 밀밭만의 현실은 환상입니다. 이미 우리 마음밭안에 밀과 가라지가 공존하기 때문입니다. 앞서의 밀과 가라지의 비유가 ‘인내’에 초점이 있다면, 오늘 비유의 해설은 초대교회의 작품으로 초점은 최후 심판의 ‘벌’에 있습니다. 어느 경우든 기도와 믿음의 사람들에겐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유비무환입니다. 기도와 믿음으로 무장하는 것보다 지혜로운 처방은 없습니다. 바로 기도와 믿음의 은총이, 힘이 우리 모두 밀같은 선한 존재가 되어 끝까지 인내하며 관대한 마음으로 가라지 존재들과의 평화로운 공존의 삶을 살 수 있게 합니다. 끊임없는 기도와 믿음의 수행이 우리 안팎의 밀세력을 강화하고 가라지 세력을 약화시키기 때문입니다. 


궁극의 심판은 삶의 중심인 하느님께 맡겼기에 세상 종말의 심판때도 추호의 불안이나 두려움이 있을리 없습니다. 오늘 복음의 마지막 말씀은 그대로 이런 이들에게 주시는 말씀입니다.


“그때에 의인들은 아버지의 나라에서 해처럼 빛날 것이다. 귀 있는 사람은 들어라.”(마태13,43).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삶의 중심을 확고히 해 주시고, 기도와 믿음의 삶에 항구할 수 있도록 하시며, 우리 모두 아버지의 나라에서 해처럼 빛나는 의인의 삶을 앞당겨 살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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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녜스 2017.08.02 09:24
    영화의 한 장면이 그려지는 오늘의 복음말씀이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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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주 2017.08.02 21:05
    이 발전된 세상에 하루에만 수 만의 아이들이 먹을 것이 없어서
    굶주림에 공포에 시달리다 죽어버리는 세상에서 과연 누가
    아버지의 나라에 갈 수 있을까요?
    교황이 천국을 갈 수 있습니까? 그건 착각일 뿐입니다

    입으로는 좋은 말이란 말은 다하고, 자나 깨나 기도, 묵상에 푹 빠져 사는 사람들이
    자기가 가진 것에 절반만 떼서 오늘 굶주림에 공포에 떨며 죽어간 아이들 좀 살려 보자고 하면,
    발작을 일으키는 세상입니다.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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