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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8.3. 연중 제17주간 목요일                                                                    탈출40,16-21.34-38 마태13,47-53



끝은 새로운 시작이다

-자비하신 하느님-



2017.7.25.일, 처음 시작할 때는 길게 느껴졌던 수녀님들의 연피정이 마침내 오늘 8.3일로 끝납니다. 새삼 모든 것은 결국 끝이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자주 예화로 드는 두가지가 생각납니다.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가는 귀가(歸家) 인생순례여정중 현재 나는 어느 지점에 와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일일일생(一日一生), 내 한평생을 하루로 압축할 때 내 나이는 오전, 오후중 어느 시간대에 있겠느냐 하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인생사계(人生四季), 내 평생을 일년 사계절로 압축할 때 어느 계절 어느 지점에 와 있겠느냐 하는 것입니다. 인생이 길지 않음을 실감하면서 하루하루의 선물에 감사하면서 오늘 하루 지금 여기에서 최선을 다하게 될 것입니다.


오늘 복음의 하늘 나라 그물의 비유 역시 세상도 끝이 있음을 세상 종말을 암시합니다. 


“하늘 나라는 바다에 던져 온갖 종류의 고기를 모아들인 그물과 같다. 그물이 가득 차자 사람들이 그것을 물가로 끌어 올려놓고 앉아서, 좋은 것들은 그릇에 담고 나쁜 것들은 밖으로 던져 버렸다. 세상 종말에도 그렇게 될 것이다.”


온 세상 모두가 하느님 수중에 있다는 것입니다. 이 그물의 비유를 대하니 노자(老子)에 나오는 한 구절이 생각납니다. 


‘천망회회 소이불실(天網恢恢 疎而不失), 하늘의 그물은 넓고 광대하여 그 그물의 눈이 성글지만 선악의 응보는 반드시 내리고 절대로 실패하는 일이 없다는 뜻입니다.’


그 누구도 하느님의 그물에서, 하느님의 심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오늘 그물의 비유와 일맥상통합니다. 그러나 언제 세상의 종말이 되어 하느님이 당신의 그물을 끌어 올릴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비유가 의도하는 바 회개입니다. 결국은 회개를 촉구합니다. 종말을 앞당겨 하루하루 처음이자 마지막처럼 사는 회개의 삶입니다.


끝은 시작입니다. 오늘 연피정은 끝입니다만 끝은 새로운 시작입니다. 늘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회개요, 이런 회개의 여정에 충실할 때 저절로 따라오는 겸손입니다. 하여 세상 종말에 대한 두려움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은 자비로우신 분입니다. 늘 새롭게 기회를 주시며 이렇게 오늘 여기까지 우리를 인도해 주셨습니다. 우리 눈에 우연이지 하느님 눈엔 필연의 섭리입니다. 하느님은 자비로우시고 전능하신 분, 당신의 섭리에 따라 최선, 최상의 길로 우리를 이끌어 주셨습니다. 


바로 탈출기의 이스라엘 백성들의 여정중에 함께 하신 똑같은 하느님께서 우리 삶의 여정의 인도자가 되셨습니다.


‘이스라엘 자손들은 그 모든 여정 중에, 구름이 성막에서 올라갈 때마다 길을 떠났다. 그 모든 여정 중에 이스라엘의 온 집안이 보는 앞에서, 낮에는 구름이 성막 위에 있고, 밤에는 불이 그 구름 가운데에 자리를 잡았다.’


탈출기의 묘사가 참 아름답고 은혜롭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인생순례여정중에 늘 함께 하신다는 상징적 표현입니다. 그때나 오늘이나 여전히 똑 같으신 하느님께서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를 이끄십니다. 낮에는 구름중에, 밤에는 불중에 현존하시면서 늘 이스라엘 자손들을 인도해 주셨던 하느님은 매일 ‘삶의 이정표’와도 같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를 인도하십니다.


하루하루 삶의 순례여정중에 있는 우리들입니다. 어제의 끝은 오늘의 시작입니다. 하루하루 늘 새롭게 시작하는 회개의 여정, 떠남의 여정, 비움의 여정, 겸손의 여정을 살아가는 우리들입니다. 이렇듯 참 아름다운 삶의 여정을 살아가야 하는 우리들입니다.


모든 덕의 어머니가 분별력의 덕입니다. 회개로 겸손해진 영혼에게 하느님이 선사하시는 분별의 지혜라는 덕입니다. 인생순례여정중에 참 필요한 덕이 분별력의 덕입니다. 바로 하늘 나라의 제자게 된 우리들이 반드시 지녀야 할 덕입니다.


“그러므로 하늘 나라의 제자가 된 모든 율법학자는 자기 곳간에서 새것도 꺼내고 옛것도 꺼내는 집주인과 같다.”


정말 하늘 나라의 제자가 된 분별의 지혜를 지닌 우리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가톨릭교회 공동체의 곳간에는, 수도영성전통의 곳간에는 무수한 보물들이 가득합니다. 새것들도 옛것들도 그득합니다. 그러니 집주인처럼 자유자재 분별의 지혜를 발휘하여 새것도 꺼내고 옛것도 꺼내 사용하면서 내 삶의 주인이 되어 살아야 하겠습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회개로 겸손해진 우리 모두에게 삶의 여정에 필요한 분별의 지혜를 가득 선사하십니다. 오늘 화답송 시편 마지막 절은 그대로 주님의 집에 살면서 순례여정중에 있는 우리의 심정을 대변합니다.


“행복하옵니다, 당신 집에 사는 우리들! 우리는 영원토록 당신을 찬양하리이다. 행복하옵니다. 당신께 힘을 얻는 우리들! 우리는 더욱더 힘차게 나아가리이다.”(시편84,8ㄱ.11).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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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주 2017.08.03 20:35
    이 발전된 세상에 오늘 하루에만 수 만의 아이들이 먹을 것이 없어서
    굶주림에 공포에 시달리다 죽어버리는 세상입니다

    이런 세상을 보는 하나님이 여전히 자비로우실까요?

    성경구절에 딱정벌레처럼 집착하며 밥먹듯이 아멘을 외쳐대는 사람들이
    자기가 가진 것에 절반만 떼서 오늘 굶주림에 공포에 떨며 죽어간
    아이들 좀 살려 보자고 하면, 입에 거품을 물고
    발작을 일으키는 세상입니다. 그렇지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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