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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8.7. 연중 제18주간 월요일                                                                          민수11,4ㄴ-15 마태14,13-21



믿음이 답答이자 약藥이다

-미사와 믿음-



오늘 제1독서와 복음의 대조가 참 흥미롭습니다. 민수기의 원래 히브리어 제목은 ‘광야에서(In the Wilderness)’입니다. 마태복음의 오천명을 먹이신 기적도 ‘광야에서’ 일어났습니다. 우리의 삶 역시 광야여정이라 지칭하곤 합니다. 좌우간 오늘 민수기의 상황이나 복음의 상황 속에서의 사람들이 그대로 오늘날 우리들의 모습을 보는 듯 합니다. 


아무리 세월은 흘러 문명은 진보되는 듯 해도 인간성은 그대로 인 듯 합니다. 말그대로 문명의 야만입니다. 여전히 현대판 계급제도와 노예제도는 맹위을 떨치고, 곳곳에서 여전히 자행되는 소위 ‘갑질’을 보면서 인간성에 실망하곤 합니다. 강자한테는 약하고 약자한테는 강한 비굴하고 야비한 모습들도 흔히 목격하곤 합니다.


민수기의 광야에서 이스라엘 자손들을 인도하며 고군분투하는 모세의 모습이 안타깝기 짝이 없습니다. 이스라엘 자손들은 그대로 난민과 같습니다. 마음 속에 늘 빛나는 하느님 비전을, 하느님 믿음을 잃어 버려 추락했을 때 남는 것은 욕망뿐입니다. 무엇보다 근본적인 적나라한 식욕의 욕망입니다. 참으로 사는 것은 먹는 것이라 할 정도로 절박한 현실입니다.


하느님 비전을, 믿음을 잃어버린 이스라엘 백성들은 이집트 노예생활 때를 그리워하며 모세와 하느님께 불평하여 울부짖습니다. 하느님을 향한 모세의 하소연이 참 솔직하고 적나라합니다. 모세의 하소연의 기도가 너무 절실하고 절박하여 그대로 인용합니다.


“어찌하여 당신의 이 종을 괴롭히십니까? 어찌하여 제가 당신의 눈 밖에 나서, 이 온 백성을 저에게 짐으로 지우십니까? 제가 이 온 백성을 배기라도 하였습니까? 제가 그들을 낳기라도 하였습니까? 그런데 어째서 당신께서는 그들 조상들에게 맹세하신 땅으로, 유모가 젖먹이를 안고 가듯, 그들을 제 품에 안고 가라 하십니까?---저 혼자서는 이 온 백성을 안고 갈 수 없습니다. 저에게는 너무나 무겁습니다. 저에게 이렇게 하셔야겠다면, 제발 저를 죽여 주십시오. 제가 당신의 눈에 든다면, 제가 이 불행을 보지 않게 해 주십시오.”


모세의 참 절박한 목숨을 내놓고 하는 기도입니다. 비전도, 믿음도 잃어버린, 도저히 대책없는 육적본능의 욕망만 잡초처럼 무성한 이스라엘 백성들입니다.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들간 진퇴양난의 절망적 상황에서의 모세의 기도입니다.


믿음이 답이자 약입니다. 결국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도 위대한 지도자 모세 조차도 신약의 이스라엘 백성과 예수님의 믿음에 많이 미달됐음을 봅니다. 민수기와 마태복음이 똑같은 광야의 환경이지만 분위기는 천지 차이입니다. 새 모세라 칭하는 예수님은 이렇게 모세처럼 울부짖는 기도를 하지 않았습니다. 


민수기의 백성들과는 달리 영육이 굶주리고 아팠던 복음의 백성들은 순종하는 마음으로 구원자 예수님을 찾았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순교했지만 예수님을 통해 부활했습니다. 세례자 요한의 죽음 후, 아마 그의 몫까지 살려는 결의를 굳히신 예수님 같습니다.


믿음과 믿음이 만나니 기적입니다. 가진 것 모두인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나눴을 때 기적의 발생입니다. 예수님의 측은지심에서 나온 간절한 기도가 사람들을 감동시켰고 하느님을 감동시켰습니다. 예수님의 기도에 감동한 모든 이들이 가진 것을 다 내놓고 나눴음이 분명하니 이 또한 하느님의 기적입니다. 서로간의 소통과 나눔이, 위로 하느님과의 소통과 나눔이 완전히 이뤄지니 풍요로운 구원의 일치의 공동체의 실현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손에 들고 하늘을 우러러 찬미를 드리신 다음 빵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니, 제자들이 그것을 군중에게 나누어 주셨다.’


너무나 자연스럽고 평화로운 미사중 성찬례 장면을 연상케 합니다. 민수기의 모세나 거칠기 짝이 없는 백성들과는 너무나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오늘의 복음 장면입니다. 모세에겐 미사가 없었고 예수님께는 미사가 있었던 것, 이것이 결정적 차이입니다.


믿음이 답이자 약입니다. 믿음을 잃었을 때 파생되는 온갖 육적욕망들입니다. 무지와 탐욕, 교만이 줄줄이 파생됩니다. 믿음의 약만이 마음의 병을 치유합니다. 하여 끊임없는 기도입니다. 기도와 더불어 함께 가는 믿음이요, 기도중에 기도가, 하느님께서 주신 최고의 선물인 미사입니다. 


참으로 미사은총이 아니곤 광야의 백성들을 겸손하고 온유하게 만들 수 있는 길은 없습니다. 민수기 모세의 광야백성들과 복음의 예수님의 광야 백성들과의 결정적 차이는 바로 여기 미사에 있음을 봅니다. 도대체 미사가 아니곤 광야의 하느님 백성들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수단이 없습니다.


예나 이제나 여전히 광야순례여정중의 믿는 이들입니다. 주님은 날마다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를 가르치시고, 

치유하시고, 

먹이시고, 

하나되게 하심으로, 

참 좋은 믿음으로 두려움 없이, 

성공적 광야여정을 살게 하시며, 날로 당신을 닮아가게 하십니다.


“주님께 감사하여라, 그 자애를, 사람들에게 베푸신 그 기적을, 그분은 목마른 이에게 물을 주시고, 굶주린 이를 좋은 것으로 배불리셨네.”(시편107.8-9).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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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녜스 2017.08.07 13:26
    강론을 읽으며 많이 느끼고 배웁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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