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8.21. 월요일 성 비오 10세 교황(1835-1914) 기념일

판관2,11-19 마태19,16-22



주님은 삶의 중심과 방향이시다

-나를 따라라-



삶의 중심과 방향인 하느님을 잊었을 때, 잃었을 때 죄의 악순환의 늪에서 방황이요 부패와 변질입니다. 바로 오늘 1독서의 판관기의 이스라엘 백성이 그렇습니다. 하여 제1독서의 소제목처럼 ‘이스라엘의 불충과 징벌’로 요약되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삶입니다. 여호수아가 지도자로 있을 때 주님을 충실히 섬기던 백성들이 이젠 주님을 잊은 불충한 백성들이 되었습니다.


오늘 판관기의 백성들은 그대로 오늘 믿는 이들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하느님을 믿는다 하면서도 세상의 온갖 우상들의 유혹에 빠져 죄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삶의 중심이자 방향인 하느님을 잊었을 때 방황과 혼란의 인간 현실입니다.


흔히 수도자들은 물론 믿는 이들의 삶을 ‘하느님을 찾는 여정’이라 정의합니다.  삶의 중심인 하느님을 향해 끊임없이 흐르는 내적여정의 삶일 때 맑고 깨끗한 삶입니다. 웅덩이에 고인 물이 썩듯이 삶의 방향을 잃고 안주의 삶을 살 때 죄의 악순환 속에서의 삶이 그러합니다. 바로 판관기의 백성들이 그렇습니다. 


밖으로는 산 같은 정주의 삶을, 안으로 끊임없이 흐르는 강같은 삶을 살 때 참으로 건강한 영적 삶입니다.


“밖으로는 산, 천년만년 임기다리는 산

 안으로는 강, 천년만년 임향해 흐르는 강”


산은 하느님 중심의 정주의 삶을 상징하고, 강은 하느님 향해 끊임없이 맑게 흐르는 내적여정을 상징합니다. 삶의 중심과 방향을 잃지 않기 위해 끊임없는 기도입니다. 막연한 결심만으로 하느님 중심의 삶은, 하느님 방향의 삶은 정립되지 않습니다. 하여 수도원의 하루의 일과표입니다. 하루의 일과표가 저절로 하느님 중심과 방향의 삶을 잡아 주기 때문입니다. 수도생활이 아니더라도 나름대로 일과표에 따른 질서 잡힌 삶은 영성생활에 필수입니다.


삶의 중심과 방향을 잃어버렸을 때 무질서한 삶이요 죄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힘듭니다. 오늘 복음의 부자의 내면 역시 혼란스러워 보입니다. 외적으로야 계명을 충실히 지키는 훌륭한 삶처럼 보였지만 내적으로는 삶의 중심과 방향을 잃고 있었던 것입니다. 지엽적인 계명들은 충실히 지켰어도 여전히 영원한 생명에 목말라 하는 부자 청년입니다. 판관기의 백성들이나 오늘 복음의 부자 청년의 내면은 흡사합니다. 


‘삶의 중심이자 방향인, 영원한 정주처定住處인 하느님을 잊고 있었다는 것!’


하느님 향해 끊임없이 흐르는 역동적 삶이 아니라 현실에 안주하며 정태적 삶을 살았던 부자임이 분명합니다. 부자의 삶의 중심에 하느님이 아닌 재산이 자리잡고 있음을 꿰뚫어 통찰하신 주님의 충격적 근본적 극약 처방입니다.


“네가 완전한 사람이 되려거든, 가서 너의 재산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주어라. 그러면 네가 하늘에서 보물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와서 나를 따라라.”


복음의 젊은이는 실패했지만 사막의 안토니오 성인은 성공했습니다. 바로 이 말씀을 곧이 곧대로 실행한 안토니오 성인입니다. 


계속 내적으로 성장, 성숙하여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완전한 사람이 되려거든 삶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재산을 처분하고 그 자리에 하느님을 모시라는, 구체적으로 주님을 따르는 실천에 돌입하라는 주님의 명령입니다. 그러나 부자는 예수님 추종에 실패했습니다.


‘그러나 젊은이는 이 말씀을 듣고 슬퍼하며 떠나갔다. 그가 많은 재물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도 젊은이를 비난하지 못합니다. 젊은이는 우리 인간의 보편적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부자 청년은 물론 우리 모두에게 주어지는 영원한 화두같은 문제입니다. 어쨌든 젊은 구도자가 받은 충격은 상상할 수 없이 컸을 것입니다. 복음에서는 보도하지 않지만 이런 자기 내면을 직시하게 된 충격적 체험후의 젊은이는 분명 예전같지 않을 것입니다. 


많은 재산을 소유해도 삶의 중심에 하느님만 자리잡고 있으면 문제가 되지 않겠으나 부자 청년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런 부자청년처럼 재물 중심의 악세서리 신앙인들도 많을 것입니다.


계명들만 지키며 안주의 삶을 사는 한, 여전히 일상의 악순환의 늪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입니다. 마치 숲은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형국입니다. 주님을 따를 때 비로소 나무도 보고 숲도 보는 전체적인 시야에 통합적인 삶입니다. 흩어져 있던 계명들의 수행이 제자리를 잡습니다. 


하여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한 길은 오직 하나뿐임을 깨닫습니다. 하루하루 날마다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는 것입니다. 주님을 따르는 여정에 충실할 때 삶의 중심과 질서는 저절로 자리 잡을 것이며 세상 온갖 우상들과 잡신들로부터 자유로울 것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 모두에게 영원한 생명을 선사하시며, 당신을 따라 맑게 흐르는 강같은 내적여정의 삶을 살게 하십니다. 끝으로 제 자작시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중 셋째연으로 강론을 마칩니다.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끊임없이 

주님을 따라

하느님 바다 향해 맑게 흐르는 강(江)이 되어 살았습니다. 

때로는 좁은 폭으로 또 넓은 폭으로

때로는 완만(緩慢)하게 또 격류(激流)로 흐르기도 하면서

결코 끊어지지 않고 계속 흐르는 '하느님 사랑의 강(江)'이 되어 살았습니다.

하느님은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 받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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