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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3. 연중 제30주간 금요일                                                                                로마9,1-5 루카14,1-6



우리의 우선적 영적 의무

-하느님 사랑의 찬미-



“주님은 좋으시다. 그 이름을 찬양하라.”


아침 초대송 시편 후렴처럼, 하느님 찬양으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어제 위령의 날 화답송 후렴, “주님은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노라” 새벽에 흥얼거리다가 말마디를 바꿔, “주님은 나의 목자, 두려울 것 없노라.”, “주님은 나의 목자, 부러울 것 없노라.” 불러도 참 좋았습니다. 이렇듯 하느님 찬미가 우리를 위로하고 치유합니다.


예루살렘아, 주님을 찬미하여라.”(시편147,12ㄱ).


오늘 화답송 후렴이 강론 주제와도 일치합니다. 우리 수도자의 우선적인 영적의무가 하느님 찬미입니다. 아주 자주 인용하는 예가 있습니다. 수도원을 찾는 이들이 가끔 질문할 때가 있습니다. ‘수도원에서 무슨 맛, 무슨 기쁨으로 살아가느냐?’는 질문입니다.


“하느님 찬미의 맛, 찬미의 기쁨으로 살아갑니다.”


지체없이 대답하며 만족합니다. 사실 찬미의 맛, 찬미의 기쁨으로 살아가는 ‘찬미의 사람’인 우리 수도자들입니다. 평생 수도생활에 찬미의 맛, 찬미의 기쁨, 찬미의 행복을 능가하는 것은 없습니다. 우리 수도자의 수행 모두가 하느님 사랑의 표현이지만, 끊임없이 바치는 하느님 찬미와 감사의 공동전례기도야 말로 진정 하느님 사랑의 표현입니다. 


우리의 사부 성 베네딕도 역시 ‘아무것도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보다 더 낫게 여기지 말라’(성규4,21)에 이어 ‘아무것도 하느님의 일보다 낫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성규43,3) 말씀하시며 하느님을 섬기는 ‘찬미의 의무’가 우선적임을 천명하십니다.


수도원 설립 25주년 기념감사제 때 낭송했던 제 자작 좌우명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시를 쓸 당시의 체험을 잊지 못합니다. 일곱 개 연으로 된 장시인데 쓰고 나서도 웬지 내키지 않았고 뭔가 빠진 듯 허전했습니다. 마침내 일곱 개의 각연 마지막에 후렴같이 반복되는 말마디를 넣고서야 마음에 흡족함을 느꼈습니다.


“하느님은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받으소서.”


각 연마다 이 말마디가 들어감으로 하느님 찬미시로 격상된 것입니다. 이 또한 하느님 사랑의 표현을 단적으로 드러낸 강렬한 고백의 표현입니다. 진정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들 안에는 ‘찬미의 DNA’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하느님 모상 대로 지음 받은 인간이기에 영혼 깊이에는 누구나 ‘하느님 찬미의 DNA’가 있다 생각됩니다. 특히 시편집을 보면 이스라엘 사람들은 생래적으로 찬미의 사람들처럼 보입니다. 예수님과 바오로 사도 역시 그 좋은 본보기입니다. 


“그분은 만물 위에 계시는 하느님으로서 영원히 찬미받으실 분이십니다. 아멘.”(로마9,5ㄴ).


바로 오늘 제1독서 로마서 마지막 말마디에서 착안한 하느님 찬미의 강론주제입니다. 이 한마디 안에 바오로 사도의 열렬한 하느님 사랑이 녹아있음을 봅니다. 하느님의 시야에서 하느님의 마음으로 동족 이스라엘을 사랑했던 바오로 의 심정이 다음 고백을 통해 환히 드러납니다.


“그것은 커다란 슬픔과 끊임없는 아픔이 내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육으로는 내 혈족인 동포들을 위해서라면, 나 자신이 저주를 받아 그리스도에게서 떨어져 나가기라도 했으면 하는 심정입니다.”(로마9,2-3).


흡사 지옥의 모든 중생들의 구제를 위해 성불을 포기했던 불가의 지장보살을 연상케 하는 사도 바오로입니다. 바로 여기서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이중계명이 하나로 연결됨을 깨닫게 됩니다.


사랑과 앎은 함께 갑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면 할수록 사람을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마음을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하느님을 진정 사랑한다면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는 이웃 형제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바로 바오로의 하느님 사랑은 동족 사랑으로 표현된 것입니다.


누구보다 하느님 아버지를 사랑했던 예수님이셨기에 오늘 복음에서도 예수님을 통해 그대로 드러나는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예수님의 눈은 그대로 하느님의 눈이요 예수님의 마음은 그대로 하느님의 마음입니다. 하여 예수님은 매사 율법의 잣대가 아닌 사랑의 잣대로 판단하십니다. 


“안식일에 병을 고쳐주는 것이 합당하냐, 합당하지 않으냐?” 물으신 후 지체없이 수종병 환자의 손을 잡고 병을 고쳐 돌려보내신 다음 거푸 바리사이들의 응답을 촉구하십니다. “너희 가운데 누가 아들이나 소가 우물에 빠지면 안식일일지라도 바로 끌어내지 않겠느냐?”


이어지는 예수님의 질문에 바리사이들은 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합니다. 이미 질문안에 답이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사랑의 눈으로 보면 모든 것이 단순히 해결될 일인데 율법의 잣대로 보니 이처럼 복잡해진 것입니다. “사랑하라, 그리고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라.” 성 아우구스티노의 말씀도 사랑이 분별의 잣대임을 분명히 해줍니다.


찬미는 사랑입니다. 찬미는 일치입니다. 끊임없는 하느님 찬미를 통한 사랑의 일치입니다. 우리의 하느님 사랑은 끊임없이 하느님 찬미로 표현되고, 하느님 찬미의 사랑은 저절로 이웃 사랑으로 표출되기 마련입니다. 새삼 우리의 하느님 찬미의 삶이 이웃사랑의 원천임을 깨닫게 됩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당신을 찬미하는 우리 모두에게 풍성한 사랑을 선물하십니다.


“주님, 당신께는 생명의 샘이 있고, 저희는 당신 빛으로 빛을 보옵나이다.”(시편36,10).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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