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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9. 화요일 12월19일                                                                         판관13,2-7.24-25 루카1,5-25



“들어라!”

-갈망, 깨어있음, 들음-



대림2부 셋째 날, 12월19일 저녁성무일도 장엄한 '마리아의 노래' 장엄한 O후렴이 심금을 울립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오시는 주님을 기다리게 합니다.


“오, 옛세의 뿌리여 만민의 표징이 되셨나이다. 주앞에 임금들이 잠잠하고 백성들은 간구하오리니, 더디 마옵시고 어서 오시어 우리를 구원하소서.”


들음은 영성생활의 기초입니다. 잘 들어야 기도도 대화도 잘 할 수 있습니다. 잘 듣기위한 침묵이여 잘 들을 때 겸손과 순종이 뒤를 잇습니다. 성경의 핵심 말마디도 ‘들어라!’ 이고 베네딕도 규칙 역시 “들어라, 아들아!”로 시작됩니다. 우리 수도자들의 삶 역시 들음으로 이루어졌다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매일 평생 끊임없이 성당에서 무수히 하느님 말씀을 듣습니다. 


두 가지 예화가 생각납니다. 조선시대 임금들 역시 듣는 것이 참으로 중요했습니다. 얼마전 읽은 구절입니다. 


“청정聽政이라! 창덕궁 답사때도 말한 바 있지만 조선시대 임금의 정무政務를 ‘보는 것’이 아니라 ‘듣는 것’이라 한 것은 재삼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청정이라는 말의 뉘앙스 때문에 대리청정, 수렴청정이라하면 마치 왕이 주변에서 자문이나 받은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왕이 일을 독단으로 일을 처리하지 않고 대신들의 의견을 들어 업무를 보았다는 뜻이다.”(나의 문화유산답사기-서울편2-235쪽).


‘성인聖人’의 거룩할 ‘성聖’자의 뜻도 의미심장합니다. 우선 ‘귀耳’로 듣고 ‘입口’으로 말하는 ‘왕王’같은 존재가 성인이라는 것입니다. 잘 듣는 이가 성인이라는 것입니다. 매주 월요일 3시경 마다 듣는 야고보서 말씀도 생각납니다.


“누구든지 듣기는 빨리하고 말하기는 더디 하십시오. 또 여간해서는 화를 내지 마십시오. 화를 내는 사람은 하느님의 정의를 이룰 수가 없습니다. 누구든지 신앙생활을 한다고 하면서도 자기 혀를 억제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자기를 속이는 셈이니 그의 신앙생활은 결국 헛것이 됩니다.”(야고1,19ㄴ-20.26)


믿는 이들 누구나 금과옥조로 삼아야 할 말씀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들으라 있는 귀요 하느님을 찬양, 찬미하라 있는 입입니다. 바로 화답송 후렴이 이를 입증합니다.


"저의 입은 당신을 찬양하고 당신 영광을 찬미하나이다."(시편71,8)


제 96세 고모님을 찾아 뵈었을 때 들려준 재미난 일화도 생각납니다. 80대 전후의 청력이 약한 제 사촌 형님들이 고모님을 찾아 뵙고 이야기 하는데 모두 ‘제말’만 하더라는 것입니다. 노령에도 귀가 밝은 고모님은 조카들이 청력이 약함을 즉각 알아챘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불연 듯 청력이 약해 듣지 못해도 그렇지만 청력이 좋아도 듣지 않으면 제각기 ‘제말’만 하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성경의 인물들 한결같이 듣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간절한 소망이, 즉 갈망渴望이 있을 때 깨어있게 되고 잘 듣게 됩니다. 오늘 제1독서의 주인공, 삼손의 어머니이자 마노아의 아내가 그랬고, 복음의 주인공인 엘리사벳의 남편이자 세례자 요한의 아버지인 즈카르야가 그랬습니다. 


한결같이 모두가 한많은 ‘갈망의 사람들’이자 ‘들음의 사람들’이었습니다. 하느님은 이런 갈망의 깨어있는, 잘 듣는 사람들을 찾습니다. 주님은 당신 천사를 통해 마노아의 아내에게 말합니다.


“보라, 너는 임신할 수 없는 몸이어서 자식을 낳지 못하였지만, 이제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다.”


마침내 마노아의 부인인 아들을 낳고 이름을 삼손이라 지었다 합니다. 삼손의 뜻은 ‘태양’이란 뜻인데 잘 들었기에 태양같은 아들의 선물입니다. 주님의 말씀을 잘 들어야 태양같이 빛나는 삶입니다. 복음의 세례자 요한의 아버지이자 엘리사벳의 남편인 즈카르야 역시 갈망으로 늘 깨어있던 ‘들음의 사람’이었음을 봅니다. 다음 묘사가 이들 부부의 거룩한 삶을 요약합니다.


‘이 둘은 하느님 앞에서 의로운 이들로, 주님의 모든 계명과 규정에 따라 흠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그들에게는 아이가 없었다. 엘리사벳이 아이를 못낳는 여자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둘 다 나이가 많았다.’


참 절망적인 상황중에도 하느님께 희망을 두고 한결같이 깨어 주님을 섬겼던 성인부부입니다. 예나 이제나 시공을 초월하여 영원히 현존하시는, 또 언제나 우리의 필요를 아시기에 개입하실 만반의 준비가 되어있는 하느님이십니다. 마노아의 부인을 찾았던 주님의 천사가 이번에는 즈카르야를 찾습니다. 늘 준비되어 있던 들음의 사람, 즈카르야였음을 봅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즈카르야야, 너의 청원이 받아들여졌다. 네 아내 엘리사벳이 너에게 아들을 낳아 줄 터이니, 그 이름을 요한이라 하여라.”


여기서 주목할 바 즈카르야의 다음 처신입니다. 어제의 요셉과는 너무나 극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요셉은 천사의 말을 듣고 그대로 순종으로 받아들여 믿음의 모범을 보였는데, 즈카르야는 믿음의 시험에 실격하여 당분간 벙어리로 머물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아마 본의 아닌 침묵의 피정중에 자신의 믿음 부족을 통절히 깨달았을 것입니다. 이어지는 세례자 요한을 잉태한 엘리사벳의 진솔한 고백도 감동적입니다.


“내가 사람들 사이에서 겪어야 했던 치욕을 없애 주시려고 주님께서 굽어보시어 나에게 이 일을 해 주셨구나.”


주님은 우리의 모든 사정을 굽어보고 계시며 언제나 개입할 준비가 되어 있으십니다. 문제는 주님께 있는 것이 아니라 나한테 있습니다. 갈망으로 늘 깨어있어 열려있어야 주님의 말씀을 잘 들을 수 있습니다. 결국은 문제도 답도 내안에 있음을 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당신을 갈망하는 우리 모두를 깨어있게 하시고 늘 잘 듣도록 해 주십니다. 끝으로 며칠전 써놓은 ‘문제와 답’이라는 자작自作 글을 나눕니다.


-문제도/답도 내안에 있다

싸우지 마라/부질없는 일이다

부단히/자아초월自我超越의 은총으로/주님을 닮아가는 거다

부단히/내적內的으로/넓어지고/깊어지고/높아지는 거다

주님을 향해 활짝 여는 거다

이것이 답이다/이것이 진정 승리의 길이다/주님의 응답을 받는 길이다.-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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