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29. 금요일 성탄 팔일 축제 내 제5일                                                                1요한2,3-11 루카2,22-35



사랑의 계명 준수

-늘 주님 안에 머무르는 삶-



오늘 제1독서에서 요한은 ‘사랑의 계명 준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며 오늘 복음은 그 좋은 본보기로 예수님의 부모와 예언자 시메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요한이 주장하는 바 사랑의 계명을 실천하라는 것이며 새삼 설명이 없을 정도로 명료합니다.


“그러나 누구든지 그분의 말씀을 지키면 그 사람 안에서 참으로 하느님의 사랑이 완성됩니다. 그것으로 우리가 그분 안에 있음을 알게 됩니다. 그분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자기도 그리스도께서 사신 것처럼 그렇게 살아가야 합니다.”


‘그분 안에 머무른다’는 표현은 하느님과 그리스도인의 내밀한 관계를 가리킵니다. 쉬운 표상으로 ‘하느님의 품 안에 있다’고 보면 됩니다. 흔히 동서고금의 신비가들이 말하는 신인합일信人合一을 뜻하지 않고 내밀한 친교관계를 말합니다. 우리의 정주서원의 핵심도 바로 이러합니다. ‘---안에 머물러 있다’는 표현은 무려 요한1서에 14회, 요한복음에 10회 나옵니다. 


바로 사랑의 계명을 준수할 때 저절로 주님 안에 머물며 주님과의 내밀한 관계 속에 살게 된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건강하고 건전한 그리스도교의 신비주의라 하겠습니다. 사랑의 관상가, 사랑의 신비가, 사랑의 기적이라는 말도 있듯이 그 삶의 중심은 언제나 사랑임을 깨닫습니다. 새삼 삶의 본질은 사랑이요 허무에 대한 답도 사랑뿐임을 깨닫게 됩니다.


바로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모범이신 그리스도처럼 살라는 것입니다. 방법은 누구나 할 수 있는 하느님 사랑의 계명을 지키는 것입니다. 우리가 “그분을 안다.” 하면서도 그분의 계명을 지키지 않는 자는 거짓말쟁이고, 그에게는 진리가 없습니다. 사랑이 바로 진리입니다.


성경에서 ‘하느님을 알다’라는 표현을 잘 이해해야 합니다. 이 표현은 단순히 그분께 대한 추상적 지식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그분과 인격적 관계를 맺고 그분과 일치를 이루며 사는 것을 뜻합니다. 하느님에 대한 참된 앎의 기준은 그분 계명의 준수, 곧 근본적으로 이웃 사랑의 실천입니다.


예수님 탄생으로 어둠이 지나가고 참빛이 비치고 있습니다. 새계명의 빛이자 사랑의 빛입니다. 바로 이 거룩한 성체성사를 통한 은총의 빛입니다. 그러니 빛 속에 있다고 말하면서 자기 형제를 미워하는 사람은 어둠 속에 있는 사람입니다. 미워하는 것은 암흑 속에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며 필자는 심지어 이런 미움은 살인과 같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자기 형제를 사랑하는 사람은 빛 속에 머무르고, 그에게는 어둠이 전혀 없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자기형제를 미워하는 사람은 어둠 속에 있고 자기가 어디로 가는지 모릅니다. 어둠이 그의 눈을 멀게 하였기 때문입니다. 말그대로 사랑의 빛, 미움의 어둠입니다. 


바로 우리는 주님 안에 머물러, 주님 사랑의 빛속에서 이 거룩한 미사에 참여하고 있으며 미사은총이 우리를 이렇게 사랑의 빛 속에 살게 해줍니다. 물론 이에 앞서 당연히 전제되는 바 하느님 사랑의 계명 준수입니다. 바로 이의 모범이 오늘 복음의 예수님 부모이며 시메온 예언자입니다.


예수님 부모의 성전에서 아기 예수를 봉헌하는 모습에서 이분들이 얼마나 하느님을 사랑하고 서로 사랑하는 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평생 의롭고 독실하게 살며 위로 받을 때를 기다리는 시메온 역시 계명 준수의 모범입니다. 성령께서 그 위에 머물로 계셨다니 계명 준수의 사람에게 주시는 축복입니다.


마침내 평생을 주님 사랑의 계명에 충실했던 시메온은 사랑의 주님을 만남으로 소원이 성취됩니다. 우리가 끝기도때 마다 바치는 시메온의 아름다운 노래가 바로 오늘 시메온의 감격에 벅찬 고백입니다. 아기 예수님을 두 팔에 받아 안고 하느님을 찬미하는 시메온의 그 감동 가득한 심정으로 시메온의 노래를 불러야 함을 배웁니다.


“주님, 이제야 말씀하신 대로 당신 종을 평화로이 떠나게 해주셨습니다. 제 눈이 당신의 구원을 본 것입니다. 이는 당신께서 모든 민족들 앞에서 마련하신 것으로 다른 민족들에게는 계시의 빛이며 당신 백성 이스라엘에게는 영광이 됩니다."


시메온의 노래와 장상의 강복, 성모찬가로 하루를 마치는 끝기도의 수행에 충실할 때 선종善終의 복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시메온의 축복과 더불어 아기 어머니 마리아에 대한 예언이 의미심장합니다. 마치 빛과 어둠의 양면을 보는 듯 합니다.


“보십시오. 이 아기는 이스라엘에서 많은 사람을 쓰러지게도 하고 일어나게도 하며, 또 반대를 받는 표징이 되도록 정해졌습니다. 그리하여 당신의 영혼이 칼에 꿰찔리는 가운데, 많은 사람의 마음속 생각이 드러날 것입니다.”


그대로 마리아와 아드님 예수님에 대한 암울한 예언입니다만, 두 분 모자는 끝까지 사명 준수에 충실하며 하느님의 ‘예스맨YES-MAN’으로 사셨습니다. 말 그대로 두 분 다 시종일관 사랑의 승리, 믿음의 승리, 하느님의 승리를 뜻하는 거룩하고 아름다운 삶을 사셨습니다. 


주님 사랑의 계명을 실천하고 주님께서 주시는 우리 삶의 양면인 빛과 어둠 모두를 받아드려 하느님의 예스맨으로 살아 갈 때 주님 친히 놀라운 축복을 주십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사랑 계명 준수에 충실한 삶을 살게 하시며 날로 당신과 사랑의 관계를 깊게 하십니다. 


“하늘은 기뻐하고 땅은 즐거워하여라."(시편96,11ㄱ).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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