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6.5. 화요일 성 보니파시오 주교 순교자(672/5-754) 기념일

2베드3,12-15ㄱ.17-18 마르12,13-17



분별력의 지혜

-하느님 중심의 삶-



모든 덕의 어머니가 분별력의 지혜입니다. 비단 교회지도자들뿐 아니라 사회의 모든 지도자들이나 부모들은 물론 사회생활을 하는 모든 이들에게 필요한 덕목이 분별력의 지혜입니다. 분도 성인도 규칙서 ‘제64장;아빠스를 세움에 대하여’라는 장에서 다음과 같은 지혜로운 말씀을 주십니다.


“아빠스로 세워질 사람은, 비록 공동체의 차례에는 마지막 자리에 있더라도, 생활의 공덕과 지혜의 학식을 따라 선출되어야 한다.”


1500년 전 그 아득한 옛날의 글인데 오늘날 사람들에게도 전적으로 공감이 가는 이런 사고방식이 경이驚異롭습니다. 나이와 함께 가는 지혜가 아니니, 나이들어 간다는 사실을 두려워해야 할 것입니다.


“자기의 명령에 있어서는 용의주도하고 깊이 생각할 것이다. 그 명령이 하느님께 관계되는 일이든 아니면 세속에 관계되는 일이든 분별있고 절도 있어야 할 것이니, ‘만일 내가 내 양의 무리를 심하게 몰아 지치게 하면 모두 하루에 죽어 버릴 것이다’하신 성조 야곱의 분별력을 생각할 것이다. 이밖에도 모든 덕행들의 어머니인 분별력의 다른 증언들을 거울삼아, 모든 것을 절도있게 하여 강한 사람은 갈구하는 바를 행하게 하고, 약한 사람은 물러나지 않게 할 것이다.”


길다 싶지만 깊이 새겨야 할 분별력의 지혜이기에 인용했습니다. 이런 분별력의 지혜의 결핍으로 파생되는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런 분별력의 지혜는 하느님을 참으로 사랑하여 하느님 중심의 삶을 살아 갈 때 주어지는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열렬한 사랑은 분별의 잣대입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깨끗한 영혼들에게 선사되는 분별력의 지혜입니다. 사랑이 바로 지혜의 샘입니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을 볼 것이다.”


죄가 없어서 마음의 순수가 아니라 사랑할수록 마음의 순수입니다. 하느님 중심의 사랑의 삶으로 깨끗해진 영혼들에게 선사되는 분별력의 지혜입니다. 바로 이의 모범이 오늘 복음의 예수님입니다. 언제나 읽을 때마다 예수님의 천상지혜에 감탄합니다. 


악마는 수석사제들과 율법학자들과 원로들을 통해 예수님을 공격합니다. 너무나 치밀하고 교묘한 공격의 올무에서 벗어날 길이 없어 보입니다. 예수님을 잔뜩 치켜세우신 다음 본격적 유혹의 질문입니다.


-유혹자들;“그런데 황제에게 세금을 내는 것이 합당합니까, 합당하지 않습니까? 바쳐야 합니까, 바치지 말아야 합니까?”

 예수님;“너희는 어찌하여 나를 시험하느냐? 데나리온 한 닢을 가져다 보여 다오.---이 초상과 글자가 누구의 것이냐?”

 유혹자들;“황제의 것입니다.”

 예수님;“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 드려라.”-


세금을 내라하면 민족반역자로, 세금을 내지 말라하면 로마제국의 국사범으로 몰릴 양자택일의 절체절명의 순간 예수님을 구한 천상지혜입니다. 이런 천상적 지혜의 답변은 하느님의 선물임이 분명하지만, 예수님의 철저한 하느님 중심의 삶을 반영합니다. 


황제의 흉상이 박힌 ‘데나리온’처럼 하느님의 모습을 지닌 ‘인간’이기에 황제뿐 아니라 모두가 하느님께 속한 것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철저한 하느님 중심의 삶일 때 비로소 올바른 분별입니다. 이런 전제하에 세금을 내고 안내고는 각자 알아서 할 일이라는 것입니다. 일일이 시시콜콜 하느님이 개입하실 수는 없는 것입니다. 아마 예수님의 진의는 세금을 내는 데 있을 것입니다.


여기서 생각나는 ‘명분’과 ‘실리’입니다. 조선시대 병자호란전 주전파의 명분론과 주화파의 실리론이 연상됩니다. 세금을 내지 않는 명분을 택할 것인지, 세금을 내고 평화의 실리를 택할 것인지 분별해야 한다면 실리를 택해 세금을 내는 것이 예수님의 진의라는 생각입니다. 결코 목숨을 걸 정도의 명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건 얄팍한 합리화가 아니라 현실적 지혜입니다. 


예전 함석헌 선생님의 노자 강의시 들었던 예가 지금도 생각납니다. 똑같이 하느님을 믿는 프랑스와 독일의 전쟁중 각자 승리하게 해 달라고 기도했을 때 하느님은 어떻게 응답하시겠느냐는 것입니다.


“너희들이 알아서 네 실력대로 하라.”


각자 알아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 보라는 것입니다. 오늘 질문의 답변도 대동소이합니다. 하느님 중심의 확고한 삶이라면 세금을 바치든 안 바치든 그것은 네가 알아서 스스로 결정할 일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진의는 세금을 내는 쪽이었을 것입니다. 하느님 중심의 삶일 때 선사되는 분별력의 지혜입니다. 바로 베드로 2서가 하느님 중심의 삶의 모범을 가르쳐 줍니다. 그대로 종말론적 삶의 자세입니다.


-1.우리는 언약에 따라 의로움이 깃든 새하늘과 새땅을 기다리고 있으니, 티 없고 흠 없는 사람으로 평화로이 그분 앞에 나설 수 있도록 애쓰십시오. 

2.우리 주님께서 참고 기다리시는 것을 구원의 기회로 생각하십시오. 

3.무법한 자들의 오류에 휩쓸려 확신을 잃는 일이 없도록 주의하십시오. 

4.우리의 주님이시며 구원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받은 은총과 그분에 대한 앎을 더욱 키워가십시오.-


시공을 초월하여 예나 이제나 하느님 중심의 종말론적인 삶을 사는 모든 이들에게 주시는 금과옥조의 말씀이며 이대로 사는 자체가 지혜요 더불어 분별력의 지혜도 선사받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말마디가 어제 강조한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앎'을 더욱 키워가라는 것입니다. 


사부 성 베네딕도 역시 그 무엇도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보다 앞세우지 말라 하셨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과 더불어 ‘앎’도 깊어질 것이며 저절로 분별력의 지혜도 선사받게 될 것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 모두 당신께 대한 사랑과 앎을 더욱 깊게 해주시며 분별력의 지혜도 선사하십니다.


오늘 화답송 후렴, “주님, 당신은 대대로 저희 안식처가 되셨나이다.”(시편90,1), 처럼 주님을 궁극의 안식처, 정주처, 피난처로 삼아 그 사랑 안에 머물 때 분별력의 지혜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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