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4.2.부활 팔일 축제내 화요일                                                         사도2,36-41 요한20,11-18

 

 

부활하신 주님과 “만남과 회개의 여정”

-만남, 회개, 치유-

 

 

“보라, 주님의 눈은 당신을 경외하는 이들,

 당신 자애를 바라는 이들 위에 있나니,

 죽음에서 그들의 목숨을 건지시고, 

 굶주릴 제 살리려 하심이네.”(시편33,18-19)

 

일어나 방문을 여니 편지함에 빈봉투가 가득 꽂혀 있었습니다. 봉헌예물을 뺀 다양한 빈봉투들에는 피정을 마치고 떠난 분들의 다양한 내용의 소원들이 제 각각의 필체로 가득 씌어져 있었습니다. 흡사 루카복음의 가난한 과부의 헌금 봉투가 연상되었습니다. 가난한 이들의 성금이 담겼던 다양하면서도 초라한 빈봉투들 역시 빛나는 회개의 표징입니다.

 

눈만 열리면 세상 모두가 회개의 표징들입니다. 회개가 답입니다. 회개할 때 주님을 만나고 참나를 발견합니다. 사랑의 열정이 회개에로 이끌고 주님을 만나게 합니다. 무지와 허무에 대한 궁극의 답도 회개뿐입니다. 영혼의 치유와 건강에 회개보다 더 좋은 처방은 없습니다. 주님을 향한 전적인 방향전환이 회개입니다. 한두번이 아니라 끊임없는 회개의 여정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입니다. 주님과의 만남과 회개는 함께 갑니다. 

 

살아 있을 때 사랑이요 기도요 회개이지 죽으면 사랑도 기도도 회개도 끝입니다. “사랑하라, 기도하라, 회개하라”고 우리 삶이 연장되는 것입니다. 사랑하기도 기도하기도 회개하기도 턱없이 짧은 인생인데 미워하며 원망하며 불평하며 싸우며 살기에는 너무 허망하고 억울합니다. 참된 겸손도 지혜도 사랑도 회개의 열매입니다. 오늘 다산 옛 어른이 말씀도 저에게는 회개의 표징입니다.

 

“제 식구는 챙기지 못하면서 밖에서 큰 뜻을 이룰 수 있겠는가? 먼저 살림을 마련한 다음 시(詩)와 예(禮)를 배워 가슴에 쌓으라.”

“늘 가난하면서 인의(仁義)를 말하기 좋아한다면 그 역시 부끄러운 일이다.”

 

참으로 회개한 지혜로운 이들은 아주 현실적이 됩니다. 

오늘 지금 여기서 땅의 현실에 지극히 충실합니다.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한 깨우침이 되는 “영적일수록 현실적이다(the more spiritual...the more real)”란 말마디도 회개의 여정에 충실한 이들이 공감하는 진리입니다. 땅깊이 뿌리내릴수록 하늘 높이 가지들 뻗는 살아있는 나무들 이치와 똑같습니다. 일어나자 마자 열어본 다음 카톡 메시지도 회개의 표징입니다.

 

“신부님, 부활을 축하드립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신부님의 건강과 행복은 우리들의 행복입니다.”

 

이런 사랑의 메시지가 회개를 촉발합니다. 정말 변할 것은 누구도 아닌 나부터요, 끊임없는 주님과의 만남을 통해, 회개를 통해 끊임없이 새로워져야 합니다. 끊임없이 내적변화의 회개를 통해 주님을 닮아가는 우리들입니다. 아주 오래전 읽은 영어 말마디도 문득 생각이 납니다.

 

“As you are, so is the world”(네 정도만큼 세상도 그 정도다)

 

내가 먼저 변할 때, 이웃도 세상도 환경도 변한다는 것입니다. 회개를 통해 부단히 주님을 닮아 변하고 새로워질 때 주변도 세상도 점점 좋아진다는 것입니다. 무지로부터의 해방과 자유도 평생 회개의 여정을 통해 가능해집니다.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한 것이 회개입니다. 자기를 아는 겸손과 지혜도 회개를 통해 이뤄집니다. 

 

오늘 말씀도 역시 회개가 주제입니다. 슬픔중에도 샘솟는 사랑의 열정으로 주님을 찾아나선 마리아 막달레나, 아직은 무지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부활하신 주님을 무덤에서 찾으니 말입니다. 오늘 복음의 마리아 막달레나와 주님과의 만남의 과정은 언제 읽어도 흥미진진합니다. 우선 예수님의 빈무덤 안에서 천사와 마리아의 대화가 이뤄집니다.

 

“여인아, 왜 우느냐?”

“누가 저의 주님을 꺼내 갔습니다. 어디에 모셨는지 모르겠습니다.”

 

곧 이어지는 부활하신 주님과 마리아의 대화입니다. 주님을 앞에 보면서도 주님을 모릅니다. 회개로 눈이 밝아져야 보이는 부활하신 주님이심을 깨닫습니다. 똑같은 주님이지만 눈이 열려야 보이는 부활하신 주님입니다.

 

“여인아, 왜 우느냐? 누구를 찾느냐?”

마리아는 주님을 정원지기로 생각하고 묻습니다.

“선생님, 선생님께서 그분을 옮겨 가셨으면 어디에 모셨는지 저에게 말씀해 주십시오. 제가 모셔 가겠습니다.”

 

정원지기로 착각한 듯 하지만 마리아의 말이 맞습니다. 정원이 상징하는바 에덴동산이고 바로 에덴동산의 생명나무를 돌보는 정원지기는 부활하신 주님뿐이라는 것입니다. 아니 파스카의 예수님은 정원지기이자 생명나무도 됩니다. 내 삶의 자리, 새로워진 에덴동산에서 만나야할 정원지기이자 생명나무가 되는 부활하신 예수님입니다. 바로 이 생명나무의 열매인 성체를 모시는 미사시간입니다. 

 

회개의 은총입니다. 마리아의 사랑에 감격하신 주님의 부르심에 의해 이뤄지는 마리아의 전격적 회개입니다. 주님이 마리아를 부르시지 않았다면 결코 주님을 만나지 못했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마리아야!”하고 부르시자, 마리아는 돌아서서 히브리말로 “라뿌니!”하고 불르니, “스승님!”이란 뜻이다.’

 

이때 마리아의 감격은 토마가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이라 외치던 장면과 흡사합니다. 착한목자 주님의 부르심에 돌아서서 즉각적으로 주님을 부릅니다. “돌아서서”란 말마디가 상징하는바 파스카의 회개를 상징합니다. 절망에서 희망으로, 슬픔에서 기쁨으로, 어둠에서 희망으로, 죽음에서 생명으로의 전환이 회개입니다. 회개를 통해 파스카의 주님을 만나 새롭게 살아나니 이제 옛 마리아가 아닙니다.

 

“내가 아직 아버지께 올라가지 않았으니 나를 더 이상 붙들지 마라. 내 형제들에게 가서, ‘나는 내 아버지시며 너희의 아버지신 분, 내 하느님이시며 너희의 하느님이신 분께 올라간다’고 전하여라.”

 

부활하신 주님과 유일무이한 관계에 있는 아버지이신 하느님이심을 깨닫습니다. 남은 제자들을 내 형제들이라 칭하시니 이제 우리들에게 파스카의 예수님은 스승이자 형님이 되었습니다. 그러니 우리 삶의 여정은 회개와 더불어 예수 형님과 날로 깊어가는 우애(友愛)의 여정, 예닮의 여정임을 깨닫게 됩니다.

 

“제가 주님을 뵈었습니다.” 

 

마리아는 제자들에게 부활하신 주님을 선포합니다. 이것은 ‘교의(doctrine)’를 전하는 것이 아니라 ‘체험(experience)’을 나누는 것입니다. 이제부터 회개의 여정중에 끊임없이 주님을 만나는 주님과 만남의 여정이 시작되었음을 뜻합니다. 오늘 제1독서 사도행전은 어제에 이어 베드로의 오순절 설교가 계속됩니다. 회개와 주님과의 만남으로 완전히 새로 난 베드로는 옛 베드로가 아닙니다. 열화와 같은 설교로 회개하는 모습들이 흡사 산불처럼 번져나가는 모습입니다. 그날 3천명이나 세례를 받았다하지 않습니까? 베드로의 설교에 마음이 꿰찔리듯 아파하며 베드로와 다른 사도들에게 묻습니다.

 

“형제 여러분,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회개하십시오. 그리고 저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아 여러분의 죄를 용서 받으십시오. 그러면 성령을 선물로 받을 것이니다...여러분은 이 타락한 세대로부터 자신을 구원하십시오.”

 

회개하십시오,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합니다. 날마다 우리의 회개를, 우리의 세례를 새롭게 하는 이 거룩한 평생성사인 성체성사의 은총이 너무나 소중하고 감사합니다. 회개의 여정, 주님과 만남의 여정, 예닮의 여정에 결정적 도움이 되는, 회개의 일상화, 회개의 생활화를 이뤄주는 이 거룩한 미사은총입니다. 

 

“주님, 파스카 신비를 통하여 저희를 치유해 주셨으니, 천상선물도 풍성히 내리시어, 지금 세상에서 맛보는 기쁨과 자유를, 하늘에서 온전히 누리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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