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9.16.월요일 

성 고르넬리오 교황(+253)과 성 치프리아노 주교 순교자(+258) 기념일

1티모2,1-8 루카7,1-10

 

 

 

치열熾㤠한 삶

-항구하고 간절한 기도와 믿음-

 

 

 

우스개 소리같지만 진정성이 담긴 다음 말마디를 잊지 못합니다. 문병차 온 수녀들이 기계적으로 묵주기도를 바치자 병상에서 눈을 뜬 주교님의 “열정이 없어! 열정이!”란 일갈입니다. 열정은 영성생활의 기본입니다. 열정의 불 꺼지면 영성생활도 끝입니다. 얼마전 내심 다짐하며 써놓은 ‘치열한 삶’이라는 글입니다.

 

-“치열하기가/흡사 산불같다

마라톤할 때도/갈수록 속력을 냈던 나

산티아고 순례 때/갈수록 나르듯 빠르게 걸었던 나

누군가는 말했지/한 번 불븥으면 막을 길이 없다는 나라고

세월흘러/나이들어갈수록 

날로 밝게 치열히/주님 향해 불타오르는 사랑이고 싶다”-

 

갈수록 무기력한, 열정의 불꺼진 삶이 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타다 남은 불꺼진 장작같은 어둡고 무거운 삶이 아니라, 끝까지 밝게 빛을 내며 불태워 연소시켜야 하는 영적 삶이어야 합니다. 어제 어느 자매에게 준 조언도 생각납니다.

 

“한번 불붙었다 하여 평생 타오르는 불같은 삶이 아닙니다. 꺼지지 않도록, 잘 타오르도록 끊임없이 영혼에 ‘사랑의 불’을 붙여야 합니다. 하여 끊임없는 기도입니다. 영혼에 사랑의 불이 잘 타오르게 하고자 끊임없는 기도입니다. 수사들의 공동전례기도는 공동체에 주님 사랑의 불을 붙이는 시간입니다.”

 

요지의 조언이였습니다. 기도와 삶입니다. 기도와 함께 가는 삶입니다. 삶의 꼴을 형성해주는 기도입니다. 인생 허무와 무의미에 대한 답도 항구하고 간절한 사랑의 기도뿐입니다. 하여 참으로 만나는 많은 사람들 마다 휴대폰에 붙여 주는 ‘기도와 일’을 상징하는 ‘산과 불암산’의 수도원 로고입니다. 늘 하느님을 기억하여 기도하라는 표지가 바로 수도원 로고입니다.

 

오늘 제1독서는 교회규범중 참된 예배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참된 예배는 모든 인간을 위한 기도로부터 시작됩니다. 하느님은 모든 사람이 구원받기를 원하시기 때문에 하느님 앞에서 인류를 대표하는 교회는 ‘모든 사람을 위해’ 기도해야 합니다. 

 

교회의 관심은 하느님의 관심과 일치해야 합니다. 하여 필자는 권력자들이 어떤 종교를 믿건 또 교회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던 상관하지 말고 그들을 위해 기도함으로써 신심 깊고 품위 있게, 평온하고 조용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라 합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우리의 구원자이신 하느님께서 좋아하시고 마음에 들어 하시는 일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고 진리를 깨닫게 되기를 바랍니다.”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고 진리를 깨닫게 되기를 바라시는 하느님이시니 모든 이들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여 매일 세상 모든 이들을 위해 바치는 이 거룩한 미사입니다. 바로 오늘 복음의 백인대장의 치유의 구원을 통해서 하느님의 사랑은 그대로 입증됩니다. 하느님은 한 분이시고 하느님과 사람 사이의 중재자도 한분이시니 사람이신 그리스도 예수님이십니다. 

 

바로 제1독서에의 고백 그대로 오늘 복음에서 백인대장을 치유하시는 중재자 예수님이십니다. 예수님의 치유의 기적에 앞서 백인대장의 겸손한 믿음이 전제되고 있음을 봅니다.

 

“주님, 수고하실 것 없습니다. 저는 주님을 제 지붕 아래로 모실 자격이 없습니다. 제가 주님을 찾아뵙기에도 합당하지 않다고 여겼습니다. 그저 말씀만 하시어 제 종이 낫게 해 주십시오.”

 

바로 여기에 근거한 미사중 영성체전, “주님, 제 안에 주님을 모시기에 합당치 않사오나 한 말씀만 하소서. 제 영혼이 곧 나으리이다.”라는 은혜로운 고백입니다. 백인대장의 믿음을 상기하며 믿음으로 모시는 주님의 말씀과 성체가 우리를 치유합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나는 이스라엘에서 이런 믿음을 본 일이 없다!”

 

백인대장의 믿음에 감탄하신 예수님의 말씀에 이어 노예는 건강한 몸이 되었다 합니다. 주님을 감동, 감탄케 하는 믿음입니다. 겸손하고 진실한, 간절한 믿음이 영육의 치유에 얼마나 결정적인지 깨닫습니다. 문제는 주님께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믿음 부족에 있습니다. 참으로 부족한 믿음을 더해 달라고 주님께 믿음의 은총을 청해야 하겠습니다.

 

기도와 삶이 함께 가듯이 기도와 믿음도 함께 갑니다. 언젠가의 갑작스런 믿음의 은총이 아니라 항구하고 간절한 기도에 따른 믿음의 은총입니다. 끊임없는 기도로 영혼에 사랑의 불을 붙일 때 한결같이 유지되는 믿음입니다. 

 

채소 모종에 자주 물주듯 영혼에 물주듯 하는 기도이고, 영혼의 불이 꺼지지 않도록 자주 영혼에 불붙이듯 하는 기도입니다. 특히 바오로 사도의 다음 말씀은 남자나 여자 할 것 없이 기도하는 사람들이 필히 명심해야 할 사항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남자들이 성을 내거나 말다툼을 하는 일 없이, 어디에서나 거룩한 손을 들어 기도하기를 바랍니다.”

 

화를 내거나 말다툼을 하는 것은 기도하는 사람에게는 정말 어울리지 않고 부끄러운 일입니다. 거룩한 손을 들어 기도하는 외적 표현은 바로 거룩한 마음 가짐으로, 특히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는 마음으로 기도하라는 것입니다. 사실 당시 사람들은 손을 들어 기도했습니다. 화답송 시편도 이와 일치합니다.

 

“당신께 도움을 청할 때, 당신 지성소로 두 손을 들어 올릴 때 간청하는 제 소리 들어 주소서.”

 

두 손 들어 기도하라 있는 두 손임을 깨닫습니다. 미사중 주님의 기도를 바칠 때나 사제가 경문기도를 바칠 때, 두 손을 들어 기도하는 것은 바로 이런 기도 전통에 바탕을 둔 것임을 깨닫습니다. 

 

기도중의 기도가 이 거룩한 성체성사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의 부족한 믿음을 도와 주시며 우리 영혼에 다시 사랑의 불을 붙여주십니다. 끝으로 아주 오래 전에 써놨던, 지금도 여전히 제 소망을 반영하는 시를 나눕니다. 

 

-“당신/언제나/거기 있음에서 오는/행복, 평화

세월 지나면서/색깔은 바랜다지만/당신 향한 내 사랑/더 짙어만 갑니다

안으로/안으로/끊임없이 타오르는/사랑입니다

세월 지나면서

계속/새로워지고/좋아지고/깊어지는/당신이면 좋겠습니다”-1997.3.- 아멘.

 

 

  • ?
    고안젤로 2019.09.16 13:43
    사랑하는 주님, 주님을 향한 끊임없는 기도로 저희 영혼에 주님 사랑의 불이
    꺼지지 않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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