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4.13. 부활 제2주간 화요일                                                           사도4,32-37 요한3,7.8-15

 

 

 

유토피아 하늘 나라 공동체 꿈의 실현

-배움, 비움, 섬김-

 

 

 

“주께서는 땅을 굽어 보시고, 단비를 내리셨도다.”(시편65.10ㄱ)

아침기도 3번째 후렴처럼 어제에 이어 주님 내려 주신 단비가 대지를 촉촉이 적시고 있습니다. 이 거룩한 미사 은총의 단비가 메마른 영혼을 촉촉이 적십니다.

 

문득 행복기도 한 대목이 생각납니다. 참 많이도 인용했던 내용입니다.

“주님, 눈이 열리니 온통 당신의 선물이옵니다.

당신을 찾아 어디로 가겠나이까.

새삼 무엇을 청하겠나이까.

오늘 지금 여기가 하늘나라 천국이옵니다.”

 

그렇습니다. 유토피아 하늘 나라 천국은 멀리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죽어서 가는 것이 아니라 오늘 지금 여기서 실현됩니다. 말 그대로 선물이자 지금 여기서부터 실현되어가야 할 과제가 유토피아 공동체의 꿈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의 선물인 하늘 나라 유토피아 공동체의 꿈은 우리의 노력을 통해 서서히 실현되어 가는 것입니다.

 

예전 장상의 말씀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세계 많은 수도공동체들을 방문하며 많은 위로를 받았다는 것입니다. 문제없는 공동체가 하나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좋은 이상적인 공동체라는 평이 있는 공동체도 가까이 가보니 문제가 많았다는 것입니다. 하여 문제없는 공동체가 비정상이요 오히려 문제있는 공동체가 건강한 공동체라는 것입니다.

 

이는 건강의 이치와도 똑같습니다. 세월 흘러 나이 들어가면서 거의 대부분 영육의 아픔과 병을 앓습니다. 공동체의 경우처럼 100% 영육의 건강은 이상理想이자 환상幻想입니다. 기도와 더불어 음식과 약, 운동을 잘 병행하면서 영육을 잘 관리하는 자가 진정 건강한 사람이듯, 공동체 역시 사랑으로 잘 추스르며 관리할 때 비로소 온전한 의미의 건강한 공동체라는 것입니다. 

 

답은 사랑뿐입니다. 서로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받아들이면서 공존공생할 때 비로소 하늘 나라 공동체 꿈의 실현입니다. 상호보완 관계를 인정하면서 너그럽고 자비로운 마음으로 기다리는 인내의 사랑입니다. 제가 장상할 때 자주 뇌인 말이 있습니다. 

 

“아, 그럴수 있지.”, “아, 그게 현실이지.”, “건들이지 말자.”, “그냥 놔두자.”, 바로 모두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인내하며 기다리는 사랑이 답임을 깨닫습니다. 베네딕도 규칙서에 나오는 한 구절도 생각납니다. “형제들의 약점을 지극한 인내로 참아 견디라.”는 말씀입니다. 녹을 지우려다 그릇을 깰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제1독서 사도행전은 유토피아 공동체의 원형을 보여줍니다. 온갖 공동체 운동에 끊임없는 영감을 주고 있는 사도행전 신자들의 공동체입니다.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바 이런 공동체는 인간의 성취가 아니라 부활하신 주님의 선물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우리의 전폭적인 협조의 노력을 필요로 합니다. 하여 선물이자 과제인 유토피아 공동체라 하는 것입니다. 

 

말그대로 사랑의 공산주의, 유토피아 하늘 나라 공동체입니다. ‘정의와 사랑’이 공존 조화된 공동체입니다. 사랑없는 정의의 공산주의 공동체도 문제지만, 정의없는 사랑의 공동체도 공허합니다. ‘자유와 평등’ 역시 정의와 사랑처럼 영원한 모순관계에 있습니다. 자유를 마냥 허용하면 불평등이 자연스레 뒤따르고, 평등을 강조하면 자유가 제약을 받습니다. 

 

결국 답은 이타적 아가페 사랑뿐입니다. 오늘 사도행전의 유토피아 공동체는 바로 부활하신 주님의 참 좋은 선물이 아가페 사랑의 은총입니다. 바로 다음 대목이 입증합니다. 

 

‘사도들은 큰 능력으로 주 예수님의 부활을 증언하였고, 모두 큰 은총을 누렸다.’

 

바로 부활하신 주님의 은총의 선물인 아가페 사랑이 정의와 사랑, 자유와 평등의 모순이 해결된 평화의 공동체로 만들어 줍니다. 모든 것을 공동소유로 하며, 각자는 능력껏 일하고 필요한 만큼 받습니다. 그들 가운데는 궁핍한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합니다. 그러니 불평불만이 있을 수 없습니다. 바로 이런 사도행전의 유토피아 꿈의 공동체의 실현이 바로 우리 수도공동체입니다. 얼마나 감사하고 놀라운 기적의 선물같은 우리 수도공동체인지요!

 

바오로의 동료인 ‘위로의 아들’이라 칭하는 바르나바가 사도행전의 공동체에 참여한 사실도 신선한 충격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의 사랑이 그를 회심시켰기에 아낌없이 자기가 소유한 밭을 팔아 그 돈을 가져다가 사도들의 발 앞에 놓았음이 분명합니다. 집착의 탐욕에서 자발적 이탈의 사랑을 가능하게 한 원인은 무엇이겠는지요?

 

부활하신 주님께 대한 사랑입니다. 바로 그 주님의 영원한 사랑의 표지가 우리 삶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죽으시고 부활하신 주님의 십자가입니다. 지칠줄 모르는 사랑의 샘이 바로 주님의 십자가입니다. 오늘 복음 말미의 주님 말씀이 이를 생생히 증언합니다.

 

“하늘에서 내려온 이, 곧 사람의 아들 말고는 하늘로 올라간 이가 없다. 모세가 광야에서 뱀을 들어 올린 것처럼, 사람의 아들도 들어 올려져야 한다. 믿는 사람은 누구나 사람의 아들 안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려는 것이다.”

 

우리가 영원히 바라볼 대상은 파스카 예수님의 십자가뿐입니다. 바로 유토피아 하늘 나라 공동체의 답이 여기 있습니다. 영원한 생명의 사랑이신 파스카의 예수님을 삶의 중심에 모셨을 때 저절로 자발적 이탈의 사랑입니다. 최고의 보물인 영원한 생명의 선물인 주님을 모셨는데 무엇을 탐내겠는지요! 저절로 온갖 탐욕을 비우게 될 것입니다. 

 

참으로 죽으시고 부활하신 파스카의 주님을 배워 닮아갈수록 날로 사랑의 '배움과 비움, 섬김의 여정' 중에 자유롭고 풍요로운 삶이겠습니다. 그러니 유토피아 하늘 나라 공동체 꿈의 실현에 날마다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얼마나 결정적이고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깨닫게 됩니다. 우리 모두 부활하신 파스카 예수님의 영원한 생명의 은총 선물에 감사드리며 이 거룩한 미사를 봉헌합시다. 아멘.

 

 

 

  • ?
    고안젤로 2021.04.13 09:00
    "사랑하는 주님, 예수 그리스도께서 인류 구원을 위하여 세상에서 다가오는 모든 고통과 고난을 피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신것 처럼
    아니 오히려 그들을 측은하게 여기신것 처럼 저희도 다가오는 지금의 어렵고 이해 안되는 현실을 거부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는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담게 하소서. " 아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430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인생 항해(航海)-2015.4.18. 부활 제2주간 토요일 프란치스코 2015.04.18 449
3429 "나를 따라라." 2015.2.21 재의 예식 다음 토요일 1 프란치스코 2015.02.21 268
3428 "내 안에 머물러라"2015.5.6. 부활 제5주간 수요일 프란치스코 2015.05.06 527
3427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사랑하라, 찬미하라, 기뻐하라-2016.4.10. 부활 제3주일 프란치스코 2016.04.10 2495
3426 "너희는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사랑 예찬-2015.5.7. 부활 제5주간 목요일 프란치스코 2015.05.07 356
3425 "당신은 누구요(Who are you)?"2015.3.24. 사순 제5주간 화요일 1 프란치스코 2015.03.24 317
3424 "당신은 누구요?” -주님 사랑 안에 머무르십시오-2016.1.2. 토요일 성 대 바실리오(330-379)와 나지안조의 성 그레고리오 주교 학자(330-391) 기념일 프란치스코 2016.01.02 389
3423 "들어라!" -행복하여라, 주님의 말씀을 듣고 실행하는 사람!-2017.4.12. 성주간 수요일 프란치스코 2017.04.12 151
3422 "박해를 각오하십시오." -성령, 치욕, 겸손-2017.12.26. 화요일 성 스테파노 첫 순교자 축일 프란치스코 2017.12.26 150
3421 "벽壁이 변하여 문門으로" -부활하신 주님과의 만남-2018.4.7. 부활 팔일 축제 토요일 1 프란치스코 2018.04.07 134
3420 "어떻게 살아야 하나?" -'짐'이 아닌 '선물', '축복된 존재'로-2018.1.1.월요일 천주의 모친 성모 마리아 대축일 프란치스코 2018.01.01 227
3419 "어떻게 살아야 하나?" -하느님의 감동, 영적전쟁의 승리-2018.6.13. 수요일 파도바의 성 안토니오 사제 학자(1195-1231) 기념일 1 프란치스코 2018.06.13 316
3418 "오늘, 예수님을 뵈었습니다."2015.3.22. 사순 제5주일 1 프란치스코 2015.03.22 347
3417 "이 사람을 보라!(ecce homo;요한19,5)"-2016.3.20. 주님 수난 성지 주일 프란치스코 2016.03.20 295
3416 "주님을 기억하라"-기억(anamnesis)에 대한 묵상-2016.3.24. 주님 만찬 성목요일 1 프란치스코 2016.03.24 271
3415 "주님을 찾아라." -우리의 유일한 평생과제-2017.1.29. 연중 제4주일 프란치스코 2017.01.29 184
3414 "평화가 너희와 함께!“-손을 잡아 주십시오-2015.4.19. 부활 제3주일 프란치스코 2015.04.19 385
3413 "하느님 소원을 풀어드립시다"-2015.6.28. 연중 제13주일(교황주일) 프란치스코 2015.06.28 277
3412 "하느님의 얼굴을 뵙고 싶습니까?" -파스카의 삶, 하나뿐!-2018.5.3. 목요일 성 필립보와 성 야고보 사도 축일 1 프란치스코 2018.05.03 151
3411 "행복하여라, 평화의 사람들!"2017.5.16. 부활 제5주간 화요일 프란치스코 2017.05.16 96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72 Next
/ 172
©2013 KSODESIGN.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