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7.25.연중 제17주일(제1차 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날)           

2열왕4,42-44 에페4,1-6 요한6,1-15

 

 

 

주님처럼 우리 모두 영원한 표징이 되어 삽시다

-구원, 회개, 희망, 겸손-

 

 

 

어제가 보름이라 새벽 밤은 하늘엔 둥근 달에 별들도 많아 밝았고 대낮의 불볕더위와는 달리 많이 쉬원했습니다. 잠시 잔디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는 순간 교황님의 담화문 내용중 ‘꿈과 기억, 기도’가 생각났습니다. 바로 오늘 ‘제1차 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날’을 맞이하여 발표하신 참 자상하고 세밀한 담화문 내용이 감동적이었습니다. 7월26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부모 성 요아킴과 성녀 안나 기념일’에 가장 가까운 주일에 기념하니 바로 오늘입니다. 특히 교황님이 강조하신 꿈과 기억과 기도입니다.

 

“나이나 일, 혼자인지 가족이 있는 지는 중요하지 않다, 꿈, 기억, 기도의 세가지 길을 따라 새로운 여정을 시작해야 한다. 우리는 계속 꿈을 꿔야 한다. 정의, 평화, 연대라는 우리의 꿈은 젊은이들이 새로운 전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 또 기억을 생생하게 간직하는 것은 모든 이의 참된 사명이며, 기억들은 더욱 인간적이고 환대하는 세상을 만드는 데에 도움을 준다. 우리의 기도는 매우 소중한 자원이며 빼앗겨서는 안되는 교회와 세상의 허파이다. 감염병의 세계적 유행이라는 풍랑이 몰아치는 바다에서 같은 배를 타고 항해하는 동안 세상과 교회를 위한 우리의 전구는 큰 가치를 지닌다.”

 

위 요지의 내용에 전적으로 공감했습니다. 바로 성서는 끊임없이 우리의 꿈을, 기억을, 기도를 새롭게 하며 삶의 용기를 붇돋웁니다. 우리를 꿈꾸도록 자극하며 기억을 강화하고 끊임없이 기도하게 합니다. 기도해야 꿈도, 기억도 살아납니다.

 

기적이 아닌 표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참으로 찾아야 할 것은 기적이 아니라 표징입니다. 표징은 보는 눈과 이해하는 마음을 지닌 사람에게는 영원한 실체를 상징하는 영원한 표징이 됩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엘리사 예언자가 스무 개의 보리빵으로 100명을 먹인 일도 표징에 속하며, 오늘 복음에서 5000명을 배불리 먹인 일화도 표징에 속합니다. 이들 모두가 영원한 표징으로 영원히 살아 계신 주님을 꿈꾸게 하고 기억하게 하고 기도하게 합니다. 이런 표징들로 가득한 성서요 세상입니다. 표징을 통해 새롭게 발견하는 살아계신 주님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구원의 표징’인 예수님의 참으로 진지하고 간절한 모습이 감동적입니다. 그분이 일으키신 표징들을 보고 따르는 많은 군중들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눈을 드시어 많은 군중이 당신께 오시는 것을 보시고 필립보에게 말씀하십니다.

 

“저 사람들이 먹을 빵을 우리가 어디에서 살 수 있겠느냐?”

 

필립보를 시험해 보려고 하신 말씀이요, 이미 주님은 당신이 하시려는 일을 잘 알고 계십니다. 바로 구원의 표징을 일으키기 직전입니다. 아니 예수님 자체가 구원의 표징이요 예수님과 일치가 깊어질 때 우리 또한 이웃에게 구원의 표징이 될 수 있습니다.

 

“저마다 조금씩이라도 받아 먹게 하자면 이백 대나리온어치 빵으로도 충분하지 않겠습니다.”

예수님의 표징을 깨닫지 못한 필립보의 동문서답의 우려입니다. 이어 등장하는 ‘회개의 표징’입니다. 

 

“여기 보리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진 아이가 있습니다만, 저렇게 많은 사람에게 이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바로 이 아이가 회개의 표징입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내놓으신 예수님 모습의 반영이자 참으로 믿는 이들의 모습입니다. 예수님은 물론 모인 사람들이 이 아이의 모습에 감동했을 것이며 부끄럽게 했을 것입니다. 예수님과 이 아이의 천진무구天眞無垢한 순수한 모습에 하늘의 하느님도 땅의 사람들도 감동했음이 분명합니다. 

 

감동이 부끄러움이 군중들을 회개로 이끌었을 것이며, 아마도 가진 것을 모두 내 놓고 함께 나눴을 것입니다. 말그대로 십시일반十匙一飯의 기적일 수 있습니다. 참으로 영원한 구원의 표징인 주님과 일치될수록 우리 또한 이웃에게 회개의 표징이 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교회가 ‘희망의 표징’이 됩니다.

오천명을 먹이신 표징이야기는 그대로 교회의 성체성사의 풍요로움을 상징합니다. 매일 교회의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재현되는 영원한 구원의 표징인 빵의 기적입니다. 배불리 먹은 다음 남은 조각을 모았더니, 사람들이 보리 빵 다섯 개를 먹고 남긴 조각으로 열두광주리나 가득 찼다 합니다. 참으로 성체성사의 풍요로운 은총을 상징합니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입니다. 교회의 지체인 우리 하나하나가 받은 부르심에 합당하게 살아갈 때 비로소 교회는 생생한 희망의 표징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의 일치를 위한 바오로 사도의 가르침이 참 좋습니다. 그대로 전문을 인용합니다.

 

“겸손과 온유를 다하고, 인내심을 가지고 사랑으로 서로 참아 주며, 성령께서 평화의 끈으로 이끌어 주신 일치를 보존하도록 애쓰십시오.”

‘겸손-온유-인내심-사랑-평화-일치’의 삶중에 희망의 표징으로서 우리의 존재는 더욱 빛을 발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여러분을 부르실 때에 하나의 희망을 주신 것처럼, 그리스도의 몸도 하나이고, 성령도 한 분이십니다. 주님도 한 분이시고, 믿음도 하나이며 세례도 하나이고, 만물의 아버지이신 하느님도 한 분이십니다. 그분은 만물위에, 만물을 통하여, 만물 안에 계십니다.”

 

내적분열은 모든 죄악과 온갖 질병의 원천이 됩니다. 만물의 아버지이신 하느님 한 분 안에서 교회와 하나되어 살아갈 때 내적일치의 건강하고 온전한 삶이요 우리 하나하나가 희망의 표징이 되어 살 수 있습니다. 

 

참으로 제 분수를 알아 겸손할 때, 구원의 표징, 회개의 표징, 희망의 표징으로 살 수 있습니다. 떠나야 할 때, 물러나야 할 때 잘 떠나는 것, 잘 물러나는 것 또한 겸손의 표징입니다. 복음 후반부의 예수님의 겸손하고 지혜로운 처신은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운지요! 예수님의 표징을 오해한 무지한 군중들의 천박한 처신이 참 부끄럽습니다. 유다인들의 파스카 축제때에 행해진 5천명을 먹이신 표징입니다. 바로 새로운 파스카의 주인공 예수님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 것입니다. 죽으시고 부활하신 겸손과 온유의 파스카 예수님을 그들의 임금으로 삼으려 했기 때문입니다.

 

-“이분은 정말 세상에 오시기로 되어 있는 그 예언자시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이 와서 당신을 억지로 모셔다가 임금으로 삼으려 한다는 것을 아시고, 혼자서 다시 산으로 물러가셨다.-

 

‘혼자서 다시 산으로 물러가셨다’, 화두처럼 주어지는 말씀, 마음 깊이 간직하시기 바랍니다. 참으로 구원의 표징, 회개의 표징, 희망의 표징으로 살기 위해 인생 광야여정중 고독과 침묵의 겸손은 필수입니다. 주님 안에 머물러 깊은 일치의 관상시간을 지니기 위함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의 꿈과 기억, 기도의 삶을 새롭게 하시며, 우리 모두 당신의 구원의 표징, 회개의 표징, 희망의 표징, 겸손의 표징이 되어 살게 하십니다. 

 

“주님, 눈이란 눈이 모두 당신을 바라보고, 당신은 제때에 먹을 것을 주시나이다. 당신은 손을 펼치시어, 살아 있는 모든 것을 은혜로 채워주시나이다.”(시편145,15-16).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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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안젤로 2021.07.25 05:50
    "혼자서 다시 산으로 물러가셨다’, 화두처럼 주어지는 말씀, 마음 깊이 간직하시기 바랍니다. 참으로 구원의 표징, 회개의 표징, 희망의 표징으로 살기 위해 인생 광야여정중 고독과 침묵의 겸손은 필수입니다. 주님 안에 머물러 깊은 일치의 관상시간을 지니기 위함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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