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9.27.월요일 성 빈첸시오 드 폴 사제(1581-1660) 기념일

즈카8,1-8 루카9,46-50

 

 

하늘 나라 공동체

-꿈의 현실화-

 

 

새벽 교황님의 홈페이지를 여는 순간 두 기사 제목이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하나는 ‘크리스찬의 친교는 분리가 아닌 환영에 의해 건설된다’ 는 어제 주일 삼종기도후 교황님의 복음을 주제로 한 말씀이요, 하나는 어제 ‘제107차 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을 맞이하여, ‘교황은 더 포용적인 세계를 요구하다’란 기사 제목입니다. 환영과 포용의 넓고 따뜻한 품의 공동체가 이웃에 활짝 열려 있는 하늘나라 공동체임을 깨닫습니다.

 

어제 방문하여 고백성사를 봤던 ‘채계순(季淳)’ 수녀의 이름뜻에 대한 글(가톨릭다이제스트 9월; 62-63쪽)을 읽은 후 수녀에게 전한 문자 메시지도 재미있고 유익하다 싶어 나눕니다.

 

“끝 ‘계季’자의 겸손에, 순박할 ‘순淳’의 온유, 그대로 예수성심을 상징하는 이름이요, 또 이름을 바탕한 삼행시三行詩 역시 기막히게 좋습니다. ‘채’우려 하지 않아도, ‘계’속해서 샘솟는, ‘순’수의 우물, 사랑하는 ‘채계순!’ 수녀님, 늘 이렇게 사세요. 그대로 하늘나라 꿈이 실현된 이름입니다.”

 

가을 인생에 접어들면 이제 보이는 희망은 거의 사라지고 자칫 삶은 무미건조해질 수 있습니다. 노화와 더불어 학력도, 지식도, 기억도 거의 사라져 모두가 비슷해지다 죽음 앞에서는 똑같아지는 느낌입니다. 남는 것은 ‘좋은 사람’이었느냐는 것 하나뿐 같습니다. 하여 좌절감을 갖는 대부분 형제자매들에게 격려차 드리는 결론같은 말씀이 있습니다.

 

“이제 희망은 하느님뿐입니다. 이제 삶의 목표이자 희망은 단 하나 하느님께서 뜻하는 참나의 성인이 되는 것입니다. 모든 어려움을 성인이 되는 겸손과 비움의 계기로 삼으십시오.”

 

말씀드리면, 대부분 환해지는 얼굴입니다. 그렇습니다. 믿는 이들 누구나의 궁극의 희망이자 소망이자 목표는 단하나 성인이 되는 것이고, 되어야하고, 또 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을 닮아 하늘나라의 꿈을 현실화한 사람이 바로 성인입니다. 

 

하늘나라는 장소가 아니라 사람이요 관계입니다. 그리스도 예수님을 통해 날로 하느님과 깊은 사랑의 관계로 나아가는 사람들이 바로 하늘나라의 꿈을 실현한 성인들이요 바로 하늘나라입니다. 죽어서 가는 하늘나라가 아니라 오늘 지금 여기서부터 살아야 하는 하늘나라 공동체 삶입니다. 

 

예언자들은 하늘나라의 꿈과 이상을 앞당겨 산 분들입니다. 즈카르야 예언자의 하늘나라 비전은 꿈은 얼마나 고무적인지요! 그대로 파스카 예수님을 공동체 삶의 중심에 모셨을 때 실현되는 하늘나라 꿈임을 깨닫습니다. ‘시온’이, ‘예루살렘’이 상징하는 바, 내 몸담고 살아가는 하늘나라 공동체입니다. 주님의 말씀을 들어 보십시오.

 

“내가 시온으로 돌아가, 예루살렘 한가운데에 살리라, 예루살렘은 ‘진실한 도성’이라고, 만군의 주님의 산은 ‘거룩한 산’이라고 불리리라.”

 

진실한 도성, 거룩한 산으로 지칭되는 공동체, 얼마나 아름답고 멋지 공동체인지요! 이상주의적 현실주의자들이 예언자들이요 교회의 성인들입니다. 이어지는 예언도 우리를 통해 실현되고 있는 하늘나라 공동체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제 내가 내 백성을, 해 뜨는 땅과, 해 지는 땅에서 구해 내리라. 나는 그들을 데리고 와서, 예루살렘 한 가운데에 살게 하리라. 그러면 진실과 정의 안에서, 그들은 나의 백성이 되고, 나는 그들의 하느님이 되리라.”

 

오늘 지금 여기 내 몸담고 사는 공동체가 바로 예루살렘 하늘나라 공동체입니다. 공동체 중심에 계신 주님과 날로 깊어지는 관계와 더불어 실현되는 하늘나라의 꿈이자 비전입니다. 바로 이런 하늘나라 꿈을 실현시킨, 하늘나라 꿈의 현실화가 바로 성인들입니다. 기념, 기억할뿐 아니라 우리 모두 분투의 노력을 다해 성인이 되어 살 것을 바라시는 주님이십니다. 

 

우리 하나하나가 성인이 되는 것은 우리의 소망일뿐 아니라 하느님의 소망이기도 합니다. 성인들이야말로 영원한 희망의 표징, 회개의 표징, 구원의 표징이요, 인생 무지와 허무에 대한 답이자, 하느님 계심에 대한 결정적 증거입니다.

 

오늘은 성 빈첸시오 드 폴 사제 기념일입니다. 파란만장한 삶중에도 79세를 사셨으니 천수를 누리신 분입니다. 참으로 가난한 이들을 사랑했던, 레오13세 교황에 의해 자선사업의 수호성인으로 선포된(1885) 성인의 눈부신 활동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성인은 애덕부인회(1617), 선교회(1625)를 설립했고, 협력자이자 영적 도반인 미망인 ‘성녀 루이즈 드 마리약’(1591-1660)과 ‘성 빈첸시오 아 바울로 사랑의 딸회’(1633)를 설립합니다. ‘가난한 이들은 우리의 주인’이라며 가난한 이들의 종이 되기를 소망했던 성인의 감동적인 강론 일부를 소개합니다.

 

“가난한 이들에 대한 봉사는 다른 모든 것에 우선되어야 하고 지체없이 행해져야 합니다. 사랑은 모든 규칙에 우선하며 만사는 무엇보다 사랑으로 행해져야 합니다. 사랑은 그 자체로 위대한 주인이므로 그가 명하는 대로 행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 마음이 새로워진 열성으로 가난한 이들에게 봉사하고, 무엇보다 가장 버림받은 이들을 찾아내도록 합시다. 하느님께서 그들을 우리에게 주인으로 또 지배자로 주셨기 때문입니다.”

 

바로 오늘 복음의 주님 말씀을 그대로 실현한 성인들입니다. 누가 가장 큰 사람이냐 하는 문제로 논쟁중인 철부지 제자들에게 주님은 어린이 하나를 데려다가 곁에 세우신 다음 이들의 무지를 깨우쳐 주십니다. 시공을 초월하여 제자들은 물론 우리 모두에 하늘나라 공동체의 원리를 가르쳐줍니다.

 

“누구든지 이 어린이를 내 이름으로 받아들이면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나를 받아들이는 사람은 나를 보내신 분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너희 가운데 가장 작은 사람이야말로 가장 큰 사람이다.”

 

어린이가 상징하는 바 무력하고 약하고 병들고 가난한 이들 모두입니다. 이들을 사랑으로 받아들임이 예수님을, 하느님을 받아들이는 것이라는 놀라운 진리를 보여줍니다. 바로 이와같이 가난한 이들을 온 마음으로 환대하는 겸손과 섬김과 자비의 가장 작은 사람들이 역설적으로 가장 큰 사람들이요 이런 이들의 공동체야말로 하늘나라 공동체의 실현이라는 것입니다. 바로 이 복음의 진리를 그대로 살아낸, 하늘나라 꿈의 현실화가 바로 오늘 기념하는 성 빈첸시오 드 폴입니다.

 

이어지는 엘리트의식에 젖어있는 요한 제자에 대한 예수님의 복음 말씀에서도 하늘나라 공동체의 특성을 배웁니다. 차별과 분리가 아닌 모두를 포용하는 넓고 깊은 하늘같은 공동체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요즘 제 기쁨중 하나는 하늘 그림 감상입니다. 늘 새롭고 놀랍고 신비롭고 아름다운 가을 하늘은 그대로 하느님의 반영같습니다. 자주 되뇌어 보는 ‘하늘’이란 자작시입니다.

 

-“늘 봐도/늘 좋은 

 하늘은/하느님의 얼굴/하느님의 마음

 내 얼굴/내 마음

 늘/하늘이고 싶다“

 

주님의 다음 결론같은 말씀은 주님의 이름으로 마귀를 쫓아내는 것을 못하게 막은 옹졸하고 편협한 엘리트주의자 요한은 물론 우리에게도 참 좋은 깨우침이 됩니다.

 

“막지 마라. 너희를 반대하지 않는 이는 너희를 지지하는 사람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씀처럼 참 넓은 마음의 포용적인 관대한 사람이 되라는 것입니다. 결코 진리를, 성령을, 하느님을 우리만이 독점하고 있는 양 착각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종파를 초월하여 곳곳에서 익명의 하늘나라를 살고 있는 하느님만이 아시는 성인들도 무수하기 때문입니다. 

 

참으로 하루하루 날마다 주님을 닮아가는 환대와 포용의 성인聖人들의 공동체, 하늘나라 공동체로 성장되어야 함을 깨닫게 됩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하늘나라 공동체의 꿈을 실현하며 살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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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안젤로 2021.09.27 06:03
    “이제 희망은 하느님뿐입니다. 이제 삶의 목표이자 희망은 단 하나 하느님께서 뜻하는 참나의 성인이 되는 것입니다. 모든 어려움을 성인이 되는 겸손과 비움의 계기로 삼으십시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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