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4.월요일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1182-1226) 기념일

요나1,1-2.1.11 루카10,25-37

 

 

 

"성인이 되세요!"

-궁극의 희망이자 목표-

 

 

 

“만군의 주님이여,

계시는 곳, 그 얼마나 사랑하오신고

 

그 안이 그리워,

내 영혼 애태우다 지치나이다 

이 마음 이 살이 생명이신 하느님 앞에 뛰노나이다.”(시편84,2-3)

 

아침성무일도중 마음에 와닿은 시편입니다. 이처럼 하느님을 사랑하여 그리워하는 자가 성인입니다. 10월1일은 성녀 소화 데레사 기념일이었고 오늘 10월4일은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기념일입니다. 흡사 10월 묵주기도 성월이 성인성월聖人聖月, 성인의 달처럼 느껴집니다. 성인들은 누구입니까? 주님을 닮아 마음의 얼굴도 둥글둥글 잘 익어 원숙한 가을 배열매들 같은 사람들입니다. 마침 23년전 이때쯤 썼던 둥글 ‘원圓’자, 익을 ‘숙熟’의 ‘원숙(圓熟)이란 시도 생각났습니다. 

 

-“가을 열매는

태양의 자식들

배, 사과, 복숭아, 호박...

태양을 닮아

둥글둥글 환하다

 

사람도

사랑으로 익어 열매되면

얼굴도

마음도

글도

말도

행동도

하느님 닮아

둥글둥글 환하다”-1998.9

 

*각주: 둥근 태양아래 ‘둥글둥글(圓)’ 황금빛 찬란하게 ‘익어가는(熟) 배 열매들 보고 원숙의 의미를 깨달았습니다.

 

더불어 성철 큰 스님이 “나는 모나게 살았지만 너희들은 둥글게 살라” 제자들 마다 둥글 원(圓)자가 들은 법명을 지어주었다는 일화도 생각났습니다. 오늘 성 프란치스코 기념일을 앞둔 어제 10월3일에는 오전부터 오후까지 고백성사와 제 축일을 미리 축하하러 온 형제자매들을 참 많이 만났습니다. 

 

떠날 때 마다 드린 당부 인사말은 “성인이 되세요!”, “성녀가 되세요!”라는 기분 좋은 덕담의 말마디였습니다. 불가에서는 “성불成佛하세요!”, 부처님이 되라는 인사말도 있다 합니다. 참 기분좋은 인사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실 믿는 이들 누구나의 깊이에 잠재해 있는 궁극의 희망이자 목표는 성인이 되고 싶다는 갈망일 것입니다. 사실 한국 천주교회 신자들 안에는 순교성인의 영적 디엔에이가 면면히 계승되고 있음을 믿습니다. 별난 성인들이 아니라 인생 가을을 접어들면서 주님 사랑 안에서 원숙한 열매들로 익어가는 영혼들입니다. 아주 오래전, 만30년 전인 1991년 10월4일, 오늘 아시시 성 프란치스코 기념일에 했던 강론중 많은 부분이 시사하는 바가 자못 커 나눕니다.

 

-우리는 수도원에 성인이 되기 위해 왔습니다. 출세하기 위해, 명예를 얻기 위해, 학자가 되기위해, 좋은 일꾼이 되기 위해 온 것이 아닙니다. 또 세례 받은 사람은 누구나 성덕에로 부름을 받고 있는 잠재적 성인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성인은 완전한 자가 아닙니다. 본래의 참나가 되는 것입니다. 100% 참나를 사는 자유인입니다. 뚜렷이 자기 색깔대로 사는 사람입니다. 이번 주 축일을 지낸 성인이 다 그렇습니다. 괴팍하고 별났던 9월30일의 예로니모 성인은 ‘사막의 선인장’ 같았고, 스물네살의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난 10월1일의 소화 데레사 성녀는 ‘한송이 장미꽃’같았고, 오늘 기념하는 가난을 사랑하여 자연과 하나되어 살았던 프란치스코 성인은 가을 길에 피어난 ‘해말간 코스모스’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성덕의 잣대는 열렬한 사랑입니다. 성인이 되는 데는 오직 한 가지 길만이 있을 뿐입니다. 뜨겁게 항구히 주님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사랑으로 익어 둥글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께 대한 항구한 사랑만이 온갖 고통을 빛과 기쁨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얼마나 주님을 사랑했으면 오상까지 받은 성 프란치스코 성인이였겠습니까! 

 

다른 것은 다 양보해도 이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 하느님께 대한 사랑만은 양보해선 안됩니다. 성인들의 공통적 특징은 그리스도께 대한 한결같은 사랑이었고 바로 이것이 성덕의 기준입니다. 우리의 규칙서 역시 그 무엇도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보다 앞세우지 말라 하십니다. 

 

그러니 주님 사랑에 항구하는 것입니다. 시들해 지는 사랑에 다시 불을 붙여야 합니다. 주님을 사랑하면 할수록 본래의 자기가 되어 갑니다. 향기와 색깔도 뚜렷해 집니다. 성인이 되어 갑니다. 다른 모든 복잡한 생각들을 집어 치우고, 주님 사랑에 총력을 기울입시다.-

 

당시 배수확 봉사차 수련자들을 인솔하고 요셉 수도원에 오신 수련장이었던, 지금은 작고하신 이형우 시몬 아빠스께서 이 강론을 들으시고 감동하셨다 하며 다음해 1992년 1월 수련원 수도자들의 연중 피정 강사로 초대해 주신 고마운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성인 축일 때 마다 반드시 확인해 보는 생몰生沒연대, 성 프란치스코는 고작 44세 생애였지만 남긴 족적은 불멸입니다. 성인을 결정적 회심으로 이끈 성구는 “전대에 금도 은도 구리돈도 지니지 마라”(마태10,9)는 말씀이었고 자발적 가난의 기쁨으로 일관된 들꽃같은 삶이었습니다. 성인의 ‘오, 감미로워라’로 시작되는 ‘태양의 찬가’는 얼마나 황홀한 아름다움인지요! 제 장례미사때 입장, 퇴장 성가로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작은 형제회 수도회의 창립자인 성인은 1226년10월3일 시편 142장을 크 소리로 노래하며 선종합니다. 이런 기조의 시편입니다.

 

“소리쳐 부리는 곳 주여 당신이오니

이 몸이 피할 것은 당신이외다

생명의 나라에서 내 몫이외다.”(시편142,6)

 

서방 수도생활의 결정적 전환점이 되었던 성 베네딕도와 성 프란치스코의 보완 관계가 의미심장합니다. 더불어 연상되는 베네딕도 16세 전임 교황과 현재의 프란치스코 교황입니다. 산山같은 성 베네딕도에 강江같은 성 프란치스코를 묵상하며 두 영성을 동시에 살 수 있기를 소망하며 쓴 시가 생각납니다.

 

“밖으로는 정주의 산

천년만년 임기다리는 산

안으로는 강

천년만년 임향해 맑게 흐르는 강”-1998.10

 

밖으로는 정주의 산같고 안으로는 강같은, 산과 강의 영성을 살아가는 우리 베네딕도회 수도자들입니다. 바로 이런 성인의 관점에서 보면 오늘 말씀의 이해도 확연해 집니다. 다음 율법교사의 주님을 향한 불순한 의도의 질문은 그는 물론 우리의 내적 갈망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스승님, 제가 무엇을 해야 영원한 생명을 받을 수 있습니까?”

 

바로 ‘제가 무엇을 해야 성인이 될 수 있겠습니까?’라는 질문과 대동소이합니다. 이어 예수님은 구체적 착한 사마리안의 비유로 들면서 누가 진짜 성인인지 밝힙니다. 겉으로는 거룩한 성인처럼 보였던 사제도 레위인도 아닌, 강도를 만나 초주검이 된 이를 살려 낸, 자비행의 이방의 익명의 사마리아 사람이 진짜 성인이었던 것입니다. 사실 세상 곳곳에는 하느님만이 아시는 착한 사마리아인 같은 익명의 진짜 성인들도 많을 것입니다.

 

오늘부터 시작되는 요나서, 우리는 참 재미있는 각별한 성인 요나를 만납니다. 요나는 ‘하느님의 유머’같은 재미있는 성인으로, 시종일관 미소짓게 하는 성인입니다. 하느님의 부르심을 피해 도주하는 모습도 재미있고, 요나의 솔직한 고백에서 성인의 매력적인 진면목이 드러납니다. 왜 하느님이 그를 좋아하셨는지 그 까닭을 알게 됩니다.

 

“나는 히브리 사람이요, 나는 바다와 뭍을 만드신 주 하늘의 하느님을 경외하는 사람이오. 나를 들어 바다에 내 던지시오. 그러면 바다가 잔잔해질 것이오. 이 큰 폭풍이 당신들에게 들이닥친 것이 나 때문이라는 것을 나도 알고 있소.”

 

저는 여기서 안타까움에 하느님께 부르짖으며 요나를 바다에 던지는 이방의 순박한 뱃사람들도 익명의 성인들처럼 생각됩니다. 주님께서는 큰 물고기를 시켜 요나를 삼키게 했고, 요나는 사흘 낮과 사흘 밤을 그 물고기 배 속에 있다 살아나니 그대로 요나는 파스카 예수님의 예표가 됩니다. 하느님 역시 참 재미있는 유머의 대가임을 깨닫게 됩니다. 그 누구도 하느님 섭리의 손길을 벗어날 수 없다는 가르침을 줍니다.

 

주님께 성인이 되라 불림받고 있는 우리들입니다. 바로 이것이 우리의 궁극의 희망이자 소망이자 목표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이렇게 성인이 되어 살도록 도와 주십니다. 주님은 사마리아 사람은 물론 우리 모두에게 성인이 되는 자비행의 길을 알려 주십니다.

 

“가서 너도 그렇게 하여라.”(루카10,37). 아멘.

 

  • ?
    고안젤로 2021.10.04 08:48
    사랑하는 주님, 오늘 성 프란치시코 성인 축일을
    맞이하신 이수철 프란치스코
    신부님께 주님 축복과
    은총이 항상 가득하시길
    기도 합니다

    항상 주님과 함께 하시어
    주님의 대리자로써
    주님의 말씀을 저희가 알아 들을수 있도록
    말씀을 전해주시는 신부님께서는
    늘 항상 저희 빽그라운드로 현실 생활의
    주인 이십니다

    항상 밝은 웃음과 늘 기도해주시는
    신부님께 건강과 주님사랑이 더 하시길
    바랍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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