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2.화요일 죽은 모든 이를 기억하는 위령의 날

지혜3,1-9 로마5,17-21 마태11,25-30

 

 

 

단 하나의 소원所願

-“잘 살다가 잘 죽는 것뿐입니다!”-

 

 

 

 

“부활의 희망속에 고이 잠든 교우들과

세상을 떠난 다른 이들도 모두 생각하시어

그들이 주님의 빛나는 얼굴을 뵈옵게 하소서.”

 

윗 미사경문 말씀이 은혜롭고 위로가 됩니다. 파스카의 삶이 새로운 삶의 시작이듯이 죽음 역시 새로운 삶의 시작입니다. 어제가 ‘모든 성인들(All Saints)’의 대축일이었다면 오늘은 ‘죽은 모든 이들(All Souls)’을 기억하는 위령의 날입니다. 우리 믿는 이들은 죽어도 죽은 것이 아니라 죽어도 주님 안에서 살아 하나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리하여 천상 성인들은 우리를 위해, 또 우리는 천상 성인들과 함께 부활의 희망중에 정화중인 죽은 모든 영혼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미사신청하는 분들을 보면 생미사와 연미사가 반반입니다. 참으로 많은 분들이 죽은 친지들은 물론 불쌍하게 죽은 이들, 자살한 영혼들,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가련한 영혼들, 불쌍하게 버림 받은 영혼들, 불쌍한 낙태아들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고 연미사를 봉헌합니다. 연미사를 봉헌한다는 사실은 그처럼 죽음을 염두에 두고 삶을 진지하게 산다는 이야기입니다. 

 

저 역시 32년전 사제서품식때 가족 사진을 책상앞에 놓고 늘 기도하는 마음으로 대합니다. 사진을 보면 이미 오래전 세상을 떠난 어머니와 세 형들이 지금도 주님 안에서 살아있는 듯 느껴집니다. 요셉 수도원 정주하기 만 33년 동안 얼마나 많은 분들이 세상을 떠났는지 모릅니다. 주변에서도 지인들이 하나 둘 계속 세상을 떠나고 있습니다. 아무도 세월의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고, 그 누구도 생자필멸生者必滅, 늙음과 죽음을 피할 수 없습니다. 

 

“어떻게 죽어야 하나?” 질문은 “어떻게 살아야 하나?”라는 물음으로 직결됩니다. 그래서 자주 소원이나 좌우명, 유언이나 임종어, 묘비명을 생각하며 삶을 추스르게 됩니다. 임종을 담당하는 호스피스 관계자들의 말을 들으면 죽음을 받아들이는 이들이 많지 않다 합니다. 거의 대부분 죽는 순간까지 살리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합니다. 참으로 온전히 주님께 자기를 맡기고 선종의 죽음을 맞이하는 이들이 드물다 합니다.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제 좌우명입니다. 하루하루 날마다 깨어 처음이자 마지막처럼 평생처럼, 자기를 버리고 주님을 따라 사는 것입니다. 또 제 소원은 “잘 살다 잘 죽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죽는 그날까지 새벽마다 매일 강론을 쓰고, 산책하며 기도하고, 그리고 미사를 봉헌하는 것입니다.” 바로 이게 제 단 하나의 소원입니다.

 

매일 강론은 매일 미사준비입니다. 날마다의 매일 강론은 저에게 하루의 양식이자 하루 삶의 의미, 삶의 중심, 삶의 방향이 됩니다. 내 주님 사랑의 고백이고 운명이자 유언이요 위로와 치유의 구원이 됩니다. 미사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의 소원이 담겼는지요!

 

무엇보다 잘 살다가 잘 죽을 수 있는 첩경의 지름길은 날로 주님과의 관계를 깊이하는 것입니다. 주님 앞에 갖고 갈 것은 주님과의 관계, 믿음의 관계, 희망의 관계, 사랑의 관계, 즉 신망애의 관계 하나뿐입니다. 관계의 준비 없이 지내다가 갑자가 죽음을 맞이한다면 얼마나 혼란스럽고 당황스럽겠는지요! 그러니 날마다의 삶은 날마다의 죽음 준비인 것입니다.

 

참 좋고 깊은 관계의 손님은 빈손으로 와도 반갑듯이 참 좋고 깊은 관계의 신자는 빈손으로 와도 하느님께는 반갑고 기쁠 것입니다. 주님과의 관계는 하루, 몇 일, 몇 달, 몇 년 만으로 깊어지는 관계가 아니라 평생 관계입니다. 과연 하루하루 날마다 깊어가는 주님과의 관계, 이웃과의 관계인지요? 

 

하루하루 날마다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 선물인지 깨달을 것입니다. 어제 읽은 김수환 추기경님의 어록중 일부를 나눕니다. 유비무환입니다. 우리의 ‘삶과 죽음’의 묵상에 좋은 참고가 될 것입니다. 

 

하나, “여행이 즐거우려면 세가지 조건이 맞아야 한다. 1.짐이 가벼워야 한다/2.동행자가 좋아야 한다/3.돌아갈 집이 있어야 한다.” 

둘, “세상에는 없는 게 세가지 있는 데, 1.정답이 없다/2.비밀이 없다/3.공짜가 없다.” 

셋, “죽음에 대해 분명히 알고 있는 것 세가지, 1.사람은 분명히 죽는다/2.나 혼자서 죽는다/3.아무것도 가지고 갈 수 없다.”

넷, “죽음에 대해 모르는 것 세 가지 1.언제 죽을지 모른다/2.어디서 죽을지 모른다/3.어떻게 죽을지 모른다.”

 

이래서 하느님의 은총과 우리의 노력이 필수입니다. 100% 하느님 손에 달린 듯이 기도하고 100% 내 손에 달린 듯이 노력하는, 그대로 진인사대천명의 자세로 사는 것입니다. 날로 주님과 신망애의 관계를 깊이하는 것입니다. 그대로 제1독서 지혜서의 의인의 이의 모범입니다. 주님과 신망애의 관계가 날로 깊어가는 의인들에게 주시는 은총입니다.

 

“의인들의 영혼은 하느님의 손안에 있어, 어떠한 고통도 겪지 않을 것이며, 평화를 누리고 있다. 그들은 불사불멸의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 그들은 단련을 받은 뒤 은혜를 크게 입을 것이다. 그분께서는 용광로 속의 금처럼 그들을 시험하시고, 그들이 당신께 맞갖은 이들임을 아셨기 때문이다.”

 

“주님을 신뢰하는 이들은 진리를 깨닫고, 그분을 믿는 이들은 그분과 함께 살 것이다. 은총과 자비가 주님의 거룩한 이들에게 주어지고, 그분께서는 선택하신 이들을 돌보시기 때문이다.”

 

당신을 믿고 희망하고 사랑하는 이들에게 주시는 은혜가 얼마나 풍요로운지요! 그러니 지혜서의 의인처럼 사는 것입니다. 또 오늘 복음의 예수님처럼 사는 것입니다. 예수님과 아버지와 일치의 관계가 얼마나 깊은지 ‘찬미와 감사의 기도(마태11,25-26)’를 통해, 또 절절한 ‘아버지와 하나됨의 고백(마태11,27)’을 통해서 깨닫습니다. 

 

바로 이런 예수님의 초대에 응답해 하루하루 날마다 영원한 안식처 주님 안에 머물러 예수성심의 온유와 겸손의 사랑을 배우는 것입니다. 주님은 내 불편한 멍에는 주님 온유의 편한 멍에로, 내 무거운 짐은 주님 겸손의 가벼운 짐으로 바꿔주실 것입니다. 잘 살다가 잘 죽는 길은 이길뿐이 없습니다. 자비하신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인생 광야 여정 중 무거운 짐을 지고 고단하게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초대하시며 당신 안식을 선물하십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로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 정녕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마태11,29-30). 아멘.

 

 

 

 

 

 

  • ?
    고안젤로 2021.11.02 09:08
    "사랑하는 주님, 주님 주신
    이 하루 주님 닮은 삶으로
    최선을 다해 살아 주님 부르심에 자신있게 응답하는
    하루가 되게 하소서." 아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414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인생 항해(航海)-2015.4.18. 부활 제2주간 토요일 프란치스코 2015.04.18 449
3413 "나를 따라라." 2015.2.21 재의 예식 다음 토요일 1 프란치스코 2015.02.21 267
3412 "내 안에 머물러라"2015.5.6. 부활 제5주간 수요일 프란치스코 2015.05.06 526
3411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사랑하라, 찬미하라, 기뻐하라-2016.4.10. 부활 제3주일 프란치스코 2016.04.10 2495
3410 "너희는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사랑 예찬-2015.5.7. 부활 제5주간 목요일 프란치스코 2015.05.07 356
3409 "당신은 누구요(Who are you)?"2015.3.24. 사순 제5주간 화요일 1 프란치스코 2015.03.24 317
3408 "당신은 누구요?” -주님 사랑 안에 머무르십시오-2016.1.2. 토요일 성 대 바실리오(330-379)와 나지안조의 성 그레고리오 주교 학자(330-391) 기념일 프란치스코 2016.01.02 389
3407 "들어라!" -행복하여라, 주님의 말씀을 듣고 실행하는 사람!-2017.4.12. 성주간 수요일 프란치스코 2017.04.12 151
3406 "박해를 각오하십시오." -성령, 치욕, 겸손-2017.12.26. 화요일 성 스테파노 첫 순교자 축일 프란치스코 2017.12.26 150
3405 "벽壁이 변하여 문門으로" -부활하신 주님과의 만남-2018.4.7. 부활 팔일 축제 토요일 1 프란치스코 2018.04.07 134
3404 "어떻게 살아야 하나?" -'짐'이 아닌 '선물', '축복된 존재'로-2018.1.1.월요일 천주의 모친 성모 마리아 대축일 프란치스코 2018.01.01 227
3403 "어떻게 살아야 하나?" -하느님의 감동, 영적전쟁의 승리-2018.6.13. 수요일 파도바의 성 안토니오 사제 학자(1195-1231) 기념일 1 프란치스코 2018.06.13 316
3402 "오늘, 예수님을 뵈었습니다."2015.3.22. 사순 제5주일 1 프란치스코 2015.03.22 347
3401 "이 사람을 보라!(ecce homo;요한19,5)"-2016.3.20. 주님 수난 성지 주일 프란치스코 2016.03.20 295
3400 "주님을 기억하라"-기억(anamnesis)에 대한 묵상-2016.3.24. 주님 만찬 성목요일 1 프란치스코 2016.03.24 270
3399 "주님을 찾아라." -우리의 유일한 평생과제-2017.1.29. 연중 제4주일 프란치스코 2017.01.29 183
3398 "평화가 너희와 함께!“-손을 잡아 주십시오-2015.4.19. 부활 제3주일 프란치스코 2015.04.19 383
3397 "하느님 소원을 풀어드립시다"-2015.6.28. 연중 제13주일(교황주일) 프란치스코 2015.06.28 277
3396 "하느님의 얼굴을 뵙고 싶습니까?" -파스카의 삶, 하나뿐!-2018.5.3. 목요일 성 필립보와 성 야고보 사도 축일 1 프란치스코 2018.05.03 149
3395 "행복하여라, 평화의 사람들!"2017.5.16. 부활 제5주간 화요일 프란치스코 2017.05.16 96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71 Next
/ 171
©2013 KSODESIGN.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