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2021.12.22.수요일 12월22일                                                            1사무1,24-28 루카1,46-56

 

 

가난한 아나뷤(anawim)의 간절한 노래

-찬미와 감사-

 

 

아나뵘의 가난한 잡지 같은 왜관 수도원의 겨울호 ‘분도芬道’ 계간지를 받고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분도는 베네딕도를 한자음으로 표기한 것입니다. 특집으로 다룬 ‘바람, 희망’이란 주제도 좋았고, 표지 그림도 좋았습니다. 가난한 아나뷤들에게 선사되는 분도芬道, ‘향기로운 길’입니다.

 

-“오, 만민의 임금이시여, 모든 이가 갈망하는 이여, 두 벽을 맞붙이는 모퉁이돌이시니, 오시어 흙으로 만든 인간을 구원하소서.”-

 

주님 오실 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주님 오심을 기다리는 간절한 소망이 녹아 있는 12월22일 “오”후렴 기도 노래가 심금을 울립니다.

 

-“항상 기뻐하십시오. 

늘 기도하십시오.

어떤 처지에서든지 감사하십시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님을 통해서 여러분에게 보여주신 하느님의 뜻입니다.”(1테살5,16-18)-

 

예나 이제나 예외없이 고백성사후 보속으로 늘 가장 많이 써 드리는 말씀 처방전의 성구입니다.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한 기쁨과 기도, 감사의 삶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살아야 하느님 중심의 삶도 확고해지고 더불어 행복한 삶입니다.

 

새삼 기쁨과 기도, 감사 역시 훈련임을 깨닫습니다. 살아있는 그날까지 하루하루 날마다의 영성훈련이 기쁨의 훈련, 기도의 훈련, 감사의 훈련입니다. 수도자의 영성훈련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이 ‘시편 공동 성무일도’입니다. 이에 대한 예전 제 글을 그대로 인용합니다.

 

“그렇다. 하느님 향한 사랑이 꽃처럼 활짝 피어나는 시간이 수도자들이 시편 성무일도를 바치는 시간이다. 하느님 찬미와 감사의 고백의 시편들을 노래로 바친다는 것은 얼마나 큰 행복이요 축복인가! 찬미와 감사의 영혼의 양날개를 달고 하느님 창공을 자유로이 나는 시간이다.

 

시(詩)와 노래(歌)와 고백(告白)과 기도(祈禱)가 하나가 되어(여기에 춤(舞)까지 더해 진다면 금상첨화이겠다!), 하느님 사랑을 표현하는 시간이자 살아 계신 하느님을 체험하는 관상기도 시간이 공동시편기도 시간이다. 알게 모르게 이런 살아계신 하느님 체험이 우리와 하느님과의 관계를 깊이하며 더불어 우리의 하느님 향한 믿음과 희망과 사랑을 더욱 북돋아 준다.

 

이와 함께 나쁜 기억으로 인한 마음의 내적 상처는 점차 치유되어 자기도 모르는 중에 서서히 부정적 비관적 삶에서 긍정적 낙관적 삶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진다. 또한 잠재의식에 내재해 있는 악성이나 마성도 은총으로 서서히 정화되고 성화되어 전 존재의 변형이 즉 존재론적 변화가 이루어 지게 하는, 운명을 바꾸는 시편 노래기도의 힘이다. 한 두 번 고백으로 끝나는 기도가 아니라 평생 날마다 한결같이 끊임없이 규칙적으로 바쳐야 풍성한 축복이다.

 

기도생활에 특별한 비법이나 요령, 지름길은 없다. 좋든 싫든 감정 따라 가지 말고 의지적으로, 의식적으로 꾸준히 규칙적으로 기도 바치는 것을 습관화하여 제2천성으로 함이 좋다. 영성생활을 훈련이자 습관이요, 결국 습관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이다. 기도를 잘하는 방법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느님을 열렬히 사랑하여 그냥 지금 여기서부터 기도가 잘되든 안되든 개의치 말고 실행하면 된다.”

 

지금도 여전히 공감하는 가난한 아나뷤의 시편기도 예찬입니다. 가톨릭 교회의 수도자들은 물론 신자들은 예외없이 성서의 가난한 사람들인 아나뷤의 후예들입니다. 물질적으로는 비록 가난했지만 하느님께 희망과 신뢰를 두고 끊임없이 찬미와 감사의 시편을 노래 기도로 바치며 기쁘고 행복하게 살았던 참으로 영적부자요 자유인이 아나뷤들이었습니다. 정말 아나뷤들에게 시편 노래의 힘은 그대로 하느님의 힘이었던 것입니다. 말그대로 절망은 희망으로, 어둠은 빛으로, 죽음은 생명으로, 즉 불운을 행운으로 운명을 바꾸는 찬미와 감사의 기도 노래입니다. 

 

오늘 화답송 후렴은 아나뷤인 한나의 노래이고 복음은 역시 아나뷤인 마리아의 노래입니다. 

 

“제가 기도한 것은 이 아이 때문이었습니다. 주님께서는 제가 드린 청을 들어주셨습니다. 그래서 저도 아이를 주님께 바치기로 하였습니다. 이 아이는 평생을 주님께 바친 아이입니다.”

 

사무엘을 하느님께 바친 내용의 사무엘상권 1장이 끝나면 2장에 곧장 이어지는 한나의 노래입니다. 바로 오늘 화답송(1사무2 ,1-8)은 한나의 노래입니다. 아이를 낳지 못하던 참으로 불우했던 한나가 하느님의 은총으로 아들 사무엘을 얻고 어머니가 되어 바치는 찬미와 감사의 기도 노래입니다. 한나의 노래를 닮은 오늘 복음의 마리아의 노래입니다. 사무엘을 얻고 기쁨에 벅차 찬미 감사 기도 노래를 바치는 한나처럼 마리아도 노래를 바칩니다.

 

두 영적 도반인 두 아나뷤 엘리사벳과 마리아가 주고 받는 내용의 말씀과 마리아의 찬가는 얼마나 아름답고 고무적인지요!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

 

엘리사벳의 감탄의 찬사와 더불어 마리아의 영혼 깊이에서 샘솟듯 터져 나오는 마리아의 찬가입니다. 가톨릭 교회 2000년 동안 저녁성무일도시 마리아 성모님과 함께 부른 대표적 아나뷤의 찬가였습니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고 내 마음이 나의 구원자 하느님 안에서 기뻐뛰니 그분께서 당신 종의 비천함을 굽어보셨습니다.”

 

이어지는 하느님의 위업을 노래한 하느님께 대한 희망과 신뢰를 붇돋우며 하느님의 궁극의 승리를 노래한 영적 혁명의 내용을 담고 있는 아나뷤의 노래가 마리아의 노래입니다. 나라마다 국가國歌가 있듯이 가톨릭 교회의 교가敎歌와도 같은 성서를 압축 요약한 듯한 아나뷤의 찬미와 감사의 노래가 바로 마리아의 찬가입니다. 

 

모전자전母傳子傳, 그 어머니에 그 아들입니다. 제 어머니를 생각하면 감사와 더불어 마음이 짠하며 때로 눈물이 납니다. 나이들어갈수록 더욱 그러합니다. 기도하는 가난한 어머니 한나에 아들 사무엘 예언자였고, 기도하는 가난한 엘리사벳에 그 아들 세례자 요한이었고, 기도하는 가난한 어머니 마리아에 아들 예수님 구세주였습니다. 

 

고스란히 기도하는 어머니의 믿음을, 희망을, 사랑을, 참됨을, 착함을, 아름다움을 보고 먹고 배운 자식들입니다. 기도하는 어머니가 자녀 교육에 얼마나 결정적 역할을 하는지, 이런 어머니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참으로 예나 이제나 가난한 아나뷤의 운명공동체 교회 형제자매들이 간절한 희망과 신뢰, 소망을 담아 하느님께 바친 노래 기도가 바로 마리아의 찬가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아나뷤의 후예인 우리 모두에게 하느님 중심의 찬미와 감사의 삶을 확고히 해주십니다. 아멘.

 

 

  • ?
    고안젤로 2021.12.22 06:17
    "기도생활에 특별한 비법이나 요령, 지름길은 없다. 좋든 싫든 감정 따라 가지 말고 의지적으로, 의식적으로 꾸준히 규칙적으로 기도 바치는 것을 습관화하여 제2천성으로 함이 좋다. 영성생활을 훈련이자 습관이요, 결국 습관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이다. 기도를 잘하는 방법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느님을 열렬히 사랑하여 그냥 지금 여기서부터 기도가 잘되든 안되든 개의치 말고 실행하면 된다.”
    아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422 천사적 삶 -찬미讚美와 선행善行의 삶-2016.9.29. 목요일 성 미카엘, 성 가브리엘, 성 라파엘 대천사 축일 프란치스코 2016.09.29 105606
3421 사랑의 공동체-사랑밖엔 길이 없었네-2015.1.8. 주님 공현 후 목요일(뉴튼수도원 59일째) 프란치스코 2015.01.08 2960
3420 왕중의 왕이신 그리스도 -섬김의 왕, 진리의 왕, 평화의 왕-2015.11.22. 주일 그리스도왕 대축일(성서주간) 프란치스코 2015.11.22 2633
3419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사랑하라, 찬미하라, 기뻐하라-2016.4.10. 부활 제3주일 프란치스코 2016.04.10 2495
3418 주님과 일치의 여정중인 우리들 -그리스도 중심의 삶- 2022.9.5.연중 제23주간 월요일 ​​​​​​​ 프란치스코 2022.09.05 2114
3417 천상의 것을 추구하십시오.-부활의 기쁨-2016.3.27. 예수 부활 대축일 프란치스코 2016.03.27 2010
3416 참 행복한 삶 -기다리라, 기뻐하라, 사랑하라-2019.12.15. 대림 제3주일(자선주일, 장미주일) 1 프란치스코 2019.12.15 1393
3415 하늘 나라의 삶 -사랑의 관상, 사랑의 활동-2023.7.31.월요일 성 이냐시오 데 로욜라 사제(1491-1566) 기념일 프란치스코 2023.07.31 1238
3414 환대(歡待)의 성모 마리아-환대 예찬-2015.2.7. 토요일(성모영보수녀원 피정 3일째) 1 프란치스코 2015.02.07 886
3413 새 예루살렘 -늘 깨어 기도하여라-2020.11.28.연중 제34주간 토요일 프란치스코 2020.11.28 864
3412 천국에서 천국으로 -한결같은 삶-2015.2.6. 금요일(말씀의 성모 영보 수녀원 피정 2일째) 1 프란치스코 2015.02.06 864
3411 내 삶의 여정旅程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2016.1.3. 주일 주님 공현 대축일 프란치스코 2016.01.03 844
3410 보물찾기 인생 여정 -참보물이자 참지혜이신 그리스도 예수님- 2023.7.30.연중 제17주일 프란치스코 2023.07.30 794
3409 그리스도 예수님 중심의 공동체 -환대와 섬김의 사랑-2023.7.29.토요일 주님의 손님 성녀 마르타와 성녀 마리아와 성 라자로 기념일 프란치스코 2023.07.29 786
3408 연민과 겸손 -참여형과 은둔형-2015.1.15. 연중 제1주간 목요일(뉴튼수도원 66일째) 히브3,7-14 마르1,40-45 1 프란치스코 2015.01.15 764
3407 아나빔(anawim)의 영성-성서의 가난한 사람들-2015.12.15. 대림 제3주간 화요일 프란치스코 2015.12.15 754
3406 떠남의 여정- 2015.2.5. 목요일 성녀 아가타 동정 순교자 기념일 3 프란치스코 2015.02.04 748
3405 어린이처럼-2015.10.1. 목요일 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 동정 학자(1873-1897) 축일 프란치스코 2015.10.01 739
3404 예수님의 공동체-오래된 미래-2015.1.22.연중 제2주간 목요일(뉴튼수도원 73일째) 프란치스코 2015.01.22 705
3403 착한 목자 -예수닮기, 예수살기-2015.4.26. 부활 제4주일(성소주일, 이민의 날) -인보성체수도회 피정지도 6일째)- 프란치스코 2015.04.26 674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72 Next
/ 172
©2013 KSODESIGN.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