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6.1.수요일 성 유스티노 순교자(100-165) 기념일 

사도20,28-38 요한17,11ㄷ-19

 

 

진리의 목자, 존재의 목자

-진리 안에서, 예수 성심聖心 안에서의 삶-

 

 

"내 마음이 당신을 향하여 있사오니,

 주여 이 종의 영혼에게 기쁨을 주소서."(시편86,4).

 

요셉 수도원에 지금까지 34년 정주하는 동안 진리의 끈, 말씀의 끈, 강론의 끈을 잡고 살아 왔습니다. 말씀이자 진리이신 주님 사랑이 저의 전부였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입니다. 2014년 처음으로 수도원을 떠나 안식년 동안, 산티아고 순례 때는 물론 지금도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 일어나자 마자 그날의 강론을 쓰면서 진리를 먹고 살아 왔습니다.

 

저에게 매일 이른 아침의 산책시간은 존재의 목자, 진리의 목자가 되어 수도원 경내의 배밭사이 숲길을 걸으며 온갖 피조물들을 만나는 사목방문시간입니다. 하이데거 철학자의 후기 대표작인 “숲길”의 제목이 좋아 읽다가 어려워 잠시 멈췄지만, 배밭사이 숲길, 오솔길의 산책은 계속될 것입니다. 어제 남긴 ‘사목방문’이란 시입니다.

 

“날마다

아침 산책 시간은

거를 수 없는 사목방문 시간, 강복降福에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말없는 침묵중에 환대하며 반가이 맞이하는

은은한 향기의 빨간 장미꽃들

늘 봐도 늘 좋고 새롭고 사랑스럽다

 

채소밭 온갖 종류의 사이좋게 자라는 채소 자매들

주렁주렁 매달린 매실열매들, 배열매들, 그리고 무수한 초목들

역시 환대중에 인사하기 바쁘다

 

늘 하늘님 축복속에 하루를 시작하는

새롭고 좋은 하늘님의 참 좋은 선물인 피조물이다”

 

참으로 진리의 목자, 존재의 목자가 되어 살고 싶은 것은 예수님을 흠모하여 따르는 이들이 소원이기도 할 것입니다. “존재의 연인”으로 불렸던 성 아우구스티노, “진리의 협력자”로 불리기를 원했던 베네딕도 16세 교황입니다. 참으로 제 삶의 자리에 한결같이 충실한 이들 역시 “진리의 사람들”입니다. 며칠전 “제 삶의 자리”에 회의하는 분을 격려하여 드린 메시지가 지금도 생생합니다.

 

“사랑하는 세레나 자매님!

진리는, 멀리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 가까이 ‘내 삶의 자리’에 있습니다. 주님을 만나야 할 자리도 오늘 지금 여기입니다. 잘 살아 오셨네요. 용기를 내어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것입니다. 해마다 이맘때쯤 거기 그 자리에서 빨갛게 익어가는 앵두열매들이 이 진리를 입증합니다.”

 

메시지와 더불어 기쁨으로 익어가는 빨간 사랑의 앵두열매들 사진을 보냈습니다. 앵두열매들하니 떠오른 “고백”이란 시가 있어 나눕니다. 무려 26년전 이때쯤 시입니다. 시를 통해 계시되는 삶의 진리입니다.

 

-“사랑합니다”

빨간 열매들로 

사랑을 고백하는 앵두나무

초록빛 나뭇잎들

믿음 사이로

수줍게 살며시 얼굴 내밀고

사랑을 고백하는 

기쁨으로 익어가는 빨간 앵두열매들

부끄러워 빨갛게 물들었네.”-1996.5.30.

 

진리의 목자, 존재의 목자인 오늘 복음의 예수님이요, 그리스도 예수님이 삶의 전부였던 역시 진리의 목자, 존재의 목자인 사도 바오로에 관한 제2독서 사도행전입니다. 전자가 예수님의 제자들을 위한 고별기도라면 후자는 3차 선교여행중인 사도 바오로가 에페소 교회 원로들을 위한 고별인사입니다. 그대로 시공을 초월하여 오늘 우리에게 주시는 말씀으로 깊은 감동의 울림을 줍니다.

 

“저는 아버지께 갑니다. 제가 세상에 속하지 않은 것처럼 이들도 세상에 속하지 않습니다. 이들을 세상에서 데려가시라고 비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악에서 지켜 주십사고 빕니다. 이들을 진리로 거룩하게 해 주십시오. 아버지의 말씀이 진리입니다. 아버지께서 저를 세상에 보내신 것처럼 저도 이들을 세상에 보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들을 위하여 저 자신을 거룩하게 합니다. 이들도 진리로 거룩해지게 하려는 것입니다.”

 

얼마나 아름답고 은혜로운 우리의 복된 신원인지 잘 드러납니다. 진리가 우리를 거룩하게 합니다. 진리가 우리를 자유롭게 합니다. 진리의 거룩함 속에, 진리의 자유로움 속에 살아 갈 때, 참기쁨, 참행복이요, 세상 그 누구도, 그 무엇도 그를 다치지 못합니다. 참으로 진리의 거룩함 안에 머물 때 안정과 평화가 있습니다. 

 

진리의 목자, 존재의 목자 사도 바오로의 고별인사도 감동 그자체입니다. 바오로의 삶도 우리를 참으로 부끄럽게 하는 감동이요 고별인사도 심금을 울립니다. 역시 시공을 초월하여 오늘의 우리에게도 그대로 감동으로 와닿습니다.

 

“여러분 자신과 모든 양떼를 잘 보살피십시오. 그리고 내가 삼 년 동안 밤낮 쉬지 않고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을 눈물로 타이른 것을 명심하여 늘 깨어 있으십시오. 

이제 나는 하느님과 그분 은총의 말씀에 여러분을 맡깁니다. 그 말씀은 여러분을 굳건히 세울 수 있고, 또 거룩하게 된 모든 이와 함께 상속 재산을 차지하도록 여러분에게 그것을 나누어 줄 수 있습니다.

나는 누구의 은이나 금이나 옷을 탐낸 일이 없습니다. 나와 내 일행에게 필요한 것을 이 두 손으로 장만하였다는 사실을 여러분은 잘 알고 있습니다. 나는 모든 면에서 여러분에게 본을 보였습니다.”

 

새삼 무슨 군더더기 설명이 필요하겠는지요! 예수님처럼 똑같이 에페소 교회 원로 제자들을, 또 오늘의 우리 모두를 하느님과 그분 은총의 말씀에 맡기는 사도 바오로입니다. 

 

5월 성모성월에 이어 6월은 예수성심성월이요, 오늘 6월1일 첫날은 성 유스티노 순교자 기념일이며,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지는 공휴일이기도 합니다. 참으로 진리의 주님께서 주시는 분별의 지혜로 반듯한 지도자를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오늘 기념하는 성 유스티노는 평신도 신학자로 평생 한결같이 진리의 탐구자와 구도자로 수행자로, 진리의 설파자, 신앙의 설교가로 하느님께 봉헌된 삶을 살다가 마르크스 아우렐리우스 황제 통치 시절인 165년 6명의 동료와 함께 순교의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말그대로 “진리의 순교자” 성 유스티노입니다. 성인이 에페소의 바닷가를 거닐다가 한 노인을 만나 성서의 진리 말씀을 들었을 때의 결정적 회심 장면의 고백도 감동스럽습니다.

 

“나의 영혼은 즉시 끓어올랐고, 예언자들과 그리스도의 친구들에 대한 애정이 엄습해왔다. 그리고는 이것이야말로 내가 그토록 갈망했던 유익하고 확실한 철학임을 깨닫게 되었다.”

 

6월은 초록빛 사랑으로 빛나는 예수성심성월입니다. 우리 모두 이 거룩한 미사중 늘 예수 성심의 사랑 안에, 말씀의 진리 안에 머물러 진리의 목자, 존재의 목자로 아름답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주님께 도움을 청합시다.

 

"나를 구하시는 하느님,

 당신의 진리 안을 걷게 하시고,

 그 가르침을 내려 주소서."(시편25,5).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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