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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4.27.부활 제4주간 토요일                                                             사도13,44-52 요한14,7-14

 

 

믿음의 여정

-관계의 뿌리, 믿음의 뿌리-

 

 

 

 

“온 세상아, 주님 앞에 덩실덩실 춤추어라.

 즐기어라, 기뻐하라, 고에 맞춰 노래하라.”(시편98,4)

 

신록의 기쁨에 빛나는 파스카의 축제 계절에 어울리는 시편입니다. 눈이 있다고 다 보는 것이 아닙니다. 눈이 있어도 못 보는 것은 얼마나 많겠는지요. 눈따라 보는 것이 아니라 관심따라, 마음따라 보기 때문입니다. 눈이 열려 보는 것도 새삼 은총임을 깨닫습니다. 어제 미사준비중 제의방 창밖을 내다 보다 깜짝 놀랐습니다. 신록의 생명으로 빛나는 초목들중 해마다 크고 둥글둥글한 대추열매를 달고 있던 대추나무가 완전히 말라 죽어 있었던 것입니다. 생명과 죽음이 극명한 대조가 참 충격적이었습니다. 한참 전에 죽어 있던 것을 이제야 발견한 것입니다.

 

즉시 떠오른 것이 믿음의 뿌리였습니다. 땅속깊이 넓게 튼튼히 뿌리내릴 때 신록의 생명으로 빛나는 초목들입니다. 아무리 가물어도 깊이 뿌리 내린 초목들은 푸르름으로 빛나지만 얕게 뿌리내린 초목들은 곧 시들어 죽습니다. 바로 뿌리가 죽은 대추나무였던 것입니다. 뿌리가 죽으면 나무도 죽듯이 믿음의 뿌리가 죽으면 영혼도 죽습니다. 정말 중요한 것이 믿음의 뿌리, 믿음의 관계입니다. 수도원을 찾는 분들이 자연경관의 아름다움에 감탄하여 “여기가 천국입니다.” 말할 때 마다 드린 답변입니다.

 

“아닙니다. 환경이 좋아서 천국이 아니라 관계가 좋아야 천국입니다. 아무리 환경이 좋아도 관계가 좋지 않으면 지옥입니다. 하느님과의 관계, 형제들과의 관계, 나와의 관계, 자연과의 관계등, 관계가 좋아야 합니다. 관계가 좋으면 천국이요 관계가 안좋으면 지옥입니다. 천국과 지옥도 장소개념이기보다는 관계 개념입니다. 날로 주변과 깊어지는 관계가 중요합니다. 관계의 뿌리, 관계의 믿음입니다.”

 

요지의 답변을 드리곤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주님과의 관계입니다. 삶의 중심, 공동체의 중심인 주님께 날로 믿음의 뿌리를 깊이 내리는, 날로 주님과 깊어지는 믿음의 관계가 중요합니다. 이래서 하루하루 날마다 평생, 끊임없이, 한결같이, 수도원의 중심인 성전에서 노래로 시편성무일도와 미사 공동전례기도를 바치는 여기 수도공동체형제들입니다. 주님과의 관계를, 믿음의 뿌리를 깊이 하기 위함입니다. 이렇게 날마다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의 노래 기도를 바칠 수 있음도 큰 은총임을 깨닫습니다.

 

“음악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삶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현실이 버거운 우리 모두에게 음악은 진통제가 되어준다”<다산>

“공자는 노래부르는 자리에서 어울리며 누군가 노래를 잘하면 반드시 다시 부르게 했고 뒤이어 화답했다.”<논어>

 

옛 어른의 말씀에 공감합니다. 이래서 가톨릭교회의 전례가 귀하고 고맙습니다. 믿음의 생활화, 믿음의 뿌리내림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노래로 바치는 찬미와 감사의 전례공동기도입니다. 예전에 써놨던 ‘뿌리 살이’라는 시도 생각납니다. 

 

“뿌리 없이는 꽃도 없다

 뿌리로 살아야지

 세월속에 묻혀 뿌리로 사는 거야

 꽃 사랑으로 피어날 때까지 

 기다리며 뿌리로 사는거야

 뿌리살이 고달플 때 

 꽃 사랑의 추억으로 갈증 축이며

 하늘 사랑 꽃으로 피어날 그날 그리며

 묵묵히 뿌리로 사는거야

 뿌리없이는 꽃도없다.”-1999.4.

 

바로 정주영성의 핵심도 이런 뿌리 살이에 있음을 봅니다. 날로 주님과 깊어지는 관계의 뿌리, 믿음의 뿌리가 정주영성의 핵심입니다. 바로 이런 관점에서 보면 오늘 복음의 이해도 확연해집니다. 바로 제자들의 주님과의 관계의 뿌리, 믿음의 뿌리가 빈약했던 것입니다. 

 

“필립보야, 내가 이토록 오랫동안 너희와 함께 지냈는데도, 너는 나를 모른다는 말이냐?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 그런데 너는 어찌하여 ‘저희가 아버지를 뵙게 해 주십시오, 하느냐?’ 내가 아버지 안에 있고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다는 것을 너는 믿지 않느냐?...내가 아버지 안에 있고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다고 한 말을 믿어라.”

 

흡사 오랫동안 주님의 집 수도원에서 정주의 믿음 생활을 한 우리에게 하시는 말씀같습니다. 정말 깊은 믿음에 믿음의 눈이 열리면 형제들의 얼굴에서 예수님의 얼굴을, 또 하느님의 얼굴을 볼 것입니다. 삶은 믿음의 여정입니다. 날로 주님께 믿음의 뿌리를 깊이 내려가는 믿음의 여정입니다. 필립보를 비롯한 당대의 제자들의 믿음의 뿌리가 실로 빈약했던 것이며, 예수님의 이 말씀이 늘 새롭게 시작될 이들의 믿음의 여정에 좋은 자극이 됐을 것입니다. 다시 믿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주님이십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나를 믿는 사람은 내가 하는 일을 할 뿐만 아니라, 그보다 더 큰 일도 하게 될 것이다...너희가 내 이름으로 청하면 내가 다 이루어 주겠다.”

 

정말 믿음이 답입니다. 믿음의 기도가 주님의 응답을 받습니다. 믿음으로 살아가는 믿음의 여정중의 우리들입니다. 무지와 허무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에 대한 궁극의 답도 주님께 대한 믿음뿐임을 깨닫습니다. 날로 주님께 믿음의 뿌리를 깊이 내리는 것이며, 주님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입니다. 

 

바로 이의 빛나는 모범이 오늘 사도행전의 바오로와 바르나바를 비롯한 제자들입니다. 바로 제자들의 눈부신 선교활동은 부활한 파스카의 예수님과의 깊은 믿음의 관계를 반영합니다. 바로 이 제자들을 통해 일하시는 파스카의 주님이요 바로 이들의 주님과의 일치의 정도를 반영합니다. 바오로와 바르나바의 담대함은 바로 믿음의 반영입니다. 

 

제자들로부터 주님의 말씀을 들은 다른 민족 사람들은 기뻐하며 주님의 말씀을 찬양하였고, 영원한 생명을 얻도록 정해진 사람들은 모두 믿게 됩니다. 제자들은 무지한 이들의 시기와 박해에 쫓겨 가면서도 발의 먼지를 털어버리고 떠나는 모습이 참 자유롭고 홀가분해 보입니다. 믿음따라 최선의 노력을 다한 결과일 것입니다. 제자들은 기쁨과 성령으로 가득차 있었으니 부활하신 파스카 예수님의 참 좋은 선물이 기쁨과 성령충만한 삶임을 깨닫습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의 믿음을 튼튼히 하시고 기쁜 삶, 성령충만한 삶을 살게 하십니다.

 

"하느님 내 주시여,

 온 땅에 당신 이름 어이 이리 묘하신고

 하늘 위 높다랗게 엄위를 떨치셨나이다."(시편8,1).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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