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2022.8.28.연중 제22주일

집회3,17-18.20.28-29 히브12,18-1922-24ㄱ 루카14,1.7-14

 

 

오늘 지금 여기가

-"천국입니다"-

 

 

“주님, 당신을 경외하는 자들 위하여 감춰 두신 

 그 인자하심이 얼마나 크오니까

 당신께 의탁하는 자에게 그 인자하심을,

 사람들 보는 앞에서 베푸시나이다.”(시편31,20)

 

이제 처서處暑(8.23)도 지나니 서늘 하기가 완연한 가을입니다. 하늘은 높고 푸르며 희미하게 보이던 별들도 초롱초롱해졌습니다. 어제 8월27일은 참 행복한 날이었습니다. “오늘 지금 여기가 천국입니다”, 고백이 나올 정도로 행복한 날이었고 그대로 강론 제목으로 택했습니다. 어제 “프란치스코” 수도사제인 저는 주님의 섭리 은총으로 같은 수도명으로 시작된 “프란치스코” 전교 봉사 수도회 피정 지도를 마쳤습니다. 

 

피정 참가자들 18명중 14명이 선교수도사제이며 4명도 언젠가는 사제가 될분들입니다. 한국13명, 잠비아5명, 인도2명 으로 구성된 모두가 순수와 열정이 넘친 다국적 수도회라 할 정도로 참 다채로웠습니다. 호칭은 모두가 “형제”였습니다. 8월22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 모후 기념일”로 시작하여 어제 8월27일 “성녀 모니카 기념일”로 끝난 일정이 우연이 아님을 깨닫습니다. 

 

오늘 8월28일은 아쉽게도 연중 제22주일이라 성 아우구스티노 주교 학자(354-430) 기념 미사를 못 드리지만, 두 모자母子 성인을 생각할 때 늘 애틋한 마음이 들며 동시에 저와 제 어머니를 생각하게 됩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을 생각할 때는 늘 다음 고백이 떠오릅니다.

 

“늦게서야 님을 사랑했습니다. 이렇듯 오랜, 이렇듯 새로운 아름다움이시여, 늦게야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여기 근거한 저녁 성무일도 “마리아의 노래” 후렴도 비록 오늘 부르지는 못하지만 참 아름답고 깊어 마음에 긴 여운을 남깁니다.

 

“옛것이나 항상 새로운 주님의 아름다움이여, 늦게야 당신을 사랑했나이다. 주님은 부르시고 지르시는 소리로 절벽이던 내 귀를 트이셨나이다.”

 

피정지도를 마친 후 귀원하자 총원장 형제의 단아端雅한 감사 답신도 저를 행복하게 했습니다. 주고 받은 메시지입니다.

 

“신부님, 

안으로 성베네딕도

밖으로 성프란치스코

라는 말씀이 기도와 활동안에서 수도여정을 살아가는 

수도자들에게 큰 울림을 줍니다.

이 길에서 만나는 모든이에게 주님의 기쁜소식을 전하는

삶이 될 수 있도록 탁마琢磨하며

그 길을 형제들과 함께 걸어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멋진 결심, 거룩한 결심에 진심으로 찬사와 격려와 더불어 주님의 축복을 빕니다. 그대로 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레오 형제님!”

 

참고로 피정지도 주제는 “선교에 앞서, 선교와 더불어, 수도공동체에서의 기본적 수행들”이었습니다. 내 그리던 사랑, 수도원에 귀원했을 때 “난 수도승이다” 라는 자각과 더불어 흡사 야전사령부의 제자리에 온 듯 “주님의 전사戰士로 살다가 전사戰死하여 내 뼈를 묻을 곳”이란 순간의 결심도 새로웠습니다.

 

놀라운 기적은 제 침방에서 목격했습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일이었는데 이 또한 깊이 보면 하느님 사랑의 은총의 선물입니다. 사전에 사랑하는 수도형제와 주고 받은 메시지들 전 과정을 공개합니다.

 

“수사님, 침방 여기저기 바닥에 세워져 있는 앨범, 액자등을 벽의 적당한 곳에 붙여 드릴까요”

“적당한 때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무질서의 질서’, 자연스러움을 좋아하는 제 취향인가 봅니다.”

“지금 마르코 수사님이 수사님 침방을 아름답게 꾸미고 계십니다. 와보시면 놀라실 겁니다.”

 

정말 피정 끝낸후 침방에 들어서는 순간 놀랐고 오늘 한 밤중에 일어났을 때 또 두 번 놀랐습니다. 아, “오늘 지금 여기가 천국입니다”, 즉시 강론 제목을 택하게 한 계기가 됐습니다. 어제 마지막으로 발송했던 메시지입니다.

 

“침방의 조화와 균형의 배치가 기막히게 절묘하고 아름답기가 가히 혁명적입니다. 형제애兄弟愛에 감동합니다. 놀라운 아이디어의 기적입니다! 감사합니다!!!”

 

요즘 일기쓰듯 강론도 자유로워졌습니다. 수도원의 환경은, 수도자의 방은 참 깊고 중요합니다. 수도자의 방에 대한 결론과도 같은 아름다운 대목을 강의록에서 인용합니다.

 

“수도자의 방은 숱한 투쟁, 패배, 승리, 기쁨, 눈물로 점철된 장이 될 수 있다. 방은 어머니의 자궁과 같아 수도자는 더 성숙되고 세련洗練된 자아로 태어나 그날의 도전에 다시 잘 직면할 수 있게 된다. 아마 아플 때도 방은 병실이 될 수 있고 죽을 때는 부활의 생명이 나오는 무덤이 될 수 있다. 방안에서 항구함은 죽을 때까지 수도원에서 잘 살 수 있는 비결이다.”

 

수도자의 방뿐 아니라, 이상적인 수도원 역시 어머니의 자궁과 같습니다. 영적전투 치열한 최전방 수도원이면서 동시에 어머니의 자궁같은 편안한 쉼터이자 지상에서의 천국인 수도원이라 어머님이 계신 고향을 찾듯이 끊임없이 형제자매들이 찾는 영혼의 고향, 하느님 집인 수도원입니다. 

 

오늘 수도원 미사에 참석한 여러분은 오늘 지금 여기서 천국을 체험하고 계십니다. 어떻게 오늘 지금 여기서 천국을 살 수 있겠는지요? 바로 오늘 두개의 독서와 하나의 복음이 답을 줍니다.

 

첫째, 겸손입니다. 

겸손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겸손은 덕행으로 정의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누가 겸손하기로 작정을 하면 등신等神이 되기 십상입니다. 본인은 절대 모르고 남만이 아는 겸손입니다. 겸손할 때 아름답고 교만할 때 추합니다. 누가 인품이 아름답다 느껴지면 그는 분명 겸손한 사람입니다. 겸손을 연습하다보면 속없는 사람이 되기 일쑤입니다. 겸손한 사람은 욕심이 없는, 집착이 없는 초연한 사람입니다.

 

답은 단 하나입니다. 하느님을 진정 사랑할수록 나도 모르는 사이 점점 주님을 닮아 겸손해 집니다. 우리 수사님들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겸손의 어원은 흙이고 흙에 어원을 둔 인간입니다. 흙humus같이 겸손humilitas해서 사람homo임을 깨닫습니다. 흙을 닮은 우리 수도자들입니다. 오늘 집회서의 겸손에 대한 설명이 참 아름답습니다. 온유와 겸손은 함께 갑니다.

 

“얘야, 네 일을 온유하게 처리하여라. 네가 높아질수록 자신을 더욱 낮추어라. 그러면 주님 앞에서 총애를 받으리라. 정녕 주님은 크시고, 겸손한 이들을 통하여 영광을 받으신다.”

 

하느님을 사랑하여 날로 가까워질수록 겸손이지만 하느님을 떠나 날로 멀리할수록 거만倨慢입니다. 겸손은 아름답지만 거만은 참 추합니다. 집회서의 말씀이 참 좋은 가르침이자 깨우침입니다.

 

“거만한 자의 재난에는 약이 없으니, 악의 잡초가 그 안에 뿌리내렸기 때문이다. 겸손하고 현명한 마음은 격언을 되새긴다. 주의 깊은 겸손한 귀는 지혜로운 이가 바라는 것이다.”

 

둘째, 환대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가장 많이 반복되는 단어는 “초대”로 무려 아홉 번 나옵니다. 성경 원어는 ‘칼레오’ 곧 ‘부르다’라는 뜻입니다. 겸손으로 불린 우리들이라는 것입니다. 초대의 마음, 초대의 사랑은 그대로 환대의 마음, 환대의 사랑과 통합니다. 초대와 환대의 사람 역시 겸손한 사람입니다.

 

초대의 자리, 환대의 자리에 갔을 때는 겸손히 끝자리에 가서 앉으라 하십니다. 사실 겸손한 이들은 드러내기를 부끄러워하며 감춰지기를 바라고 끝자리를 좋아합니다.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입니다. 거만으로 높아지면 낮아지고 겸손으로 낮아지면 올라가는 것이 역설적 영적 진리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초대의 진수, 환대의 진수를 보여 주십니다. 참으로 겸손한 환대의 사람은 가난한 이들을 우선합니다.

 

“네가 잔치를 베풀 때에 네 친구나 형제나 친척이나 부유한 이웃을 부르지 마라. 오히려 가난한 이들, 장애인들, 다리저는 이들, 눈먼이들을 초대하여라. 그들이 너에게 보답할 수 없기 때문에 너는 행복할 것이다. 의인들이 부활할 때에 네가 보답을 받을 것이다.”

 

바로 이게 진짜, 초대의 축복, 환대의 축복입니다. 참으로 가난한 이들, 장애인들, 불우한 이들을 형제애로 초대하고 환대할 때 마지막 날, 주님 친히 갚아주실 것입니다. 사실 깊이 들여다 보면 정도의 차이일뿐 모두가 장애인들입니다. 아니 이런 환대의 사랑 자체가 보답이 되어 오늘 지금 여기서 천국의 행복을 살게 합니다.

 

셋째, 천국입니다.

참으로 겸손의 사랑, 환대의 사랑을 살 때 오늘 지금 여기서 펼쳐지는 하늘 나라, 천국의 실현입니다. 하느님 사랑에 날로 가까워질수록 겸손에 환대의 사람이 됩니다. 오늘 히브리서의 시나이 산으로 대변되는 옛계약과 시온산으로 대변되는 새계약의 대조가 참 흥미롭습니다.

 

참으로 겸손한 사람, 환대의 사람은 새계약의 사람이 되어 오늘 지금 여기서 하늘 나라 천국을 삽니다. 그대로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미리 맛보는 다음 새계약의 현실입니다. 바로 오늘 우리를 두고 하시는 주님의 말씀이 참 고맙습니다.

 

“여러분이 나아간 곳은 시온산이고, 살아 계신 하느님의 도성이며 천상 예루살렘으로 무수한 천사들의 축제 집회와 하늘에 등록된 맏아들들의 모임이 이루어지는 곳입니다. 또 모든 사람의 심판자 하느님께서 계시고, 완전하게 된 의인들의 영이 있고, 새계약의 중개자 예수님께서 계십니다.”

 

이 거룩한 미사전례에 감사하십시오. 이 거룩하고 은혜로운 미사가 아니곤 어디서 이런 새계약의 천상 세계의 아름다운 현실을, 하늘 나라 천국의 행복을 미리 맛볼 수 있겠는지요!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오늘 지금 여기서 천국을 살게 합니다. 겸손한 사람, 환대의 사람, 의인義人이 되어 천국의 삶을 살게 합니다.

 

“의인들아 기뻐하며 춤을 추라. 

하느님 앞에서 기뻐하며 즐거워하라.

너희는 하느님께 노래하여라. 그 이름을 찬송하여라.

그 이름 주님이시다. 그분 앞에서 기뻐 춤추라.”(시편68.4-5). 아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413 천사적 삶 -찬미讚美와 선행善行의 삶-2016.9.29. 목요일 성 미카엘, 성 가브리엘, 성 라파엘 대천사 축일 프란치스코 2016.09.29 104431
3412 사랑의 공동체-사랑밖엔 길이 없었네-2015.1.8. 주님 공현 후 목요일(뉴튼수도원 59일째) 프란치스코 2015.01.08 2960
3411 왕중의 왕이신 그리스도 -섬김의 왕, 진리의 왕, 평화의 왕-2015.11.22. 주일 그리스도왕 대축일(성서주간) 프란치스코 2015.11.22 2633
3410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사랑하라, 찬미하라, 기뻐하라-2016.4.10. 부활 제3주일 프란치스코 2016.04.10 2495
3409 주님과 일치의 여정중인 우리들 -그리스도 중심의 삶- 2022.9.5.연중 제23주간 월요일 ​​​​​​​ 프란치스코 2022.09.05 2111
3408 천상의 것을 추구하십시오.-부활의 기쁨-2016.3.27. 예수 부활 대축일 프란치스코 2016.03.27 2010
3407 참 행복한 삶 -기다리라, 기뻐하라, 사랑하라-2019.12.15. 대림 제3주일(자선주일, 장미주일) 1 프란치스코 2019.12.15 1393
3406 하늘 나라의 삶 -사랑의 관상, 사랑의 활동-2023.7.31.월요일 성 이냐시오 데 로욜라 사제(1491-1566) 기념일 프란치스코 2023.07.31 1236
3405 환대(歡待)의 성모 마리아-환대 예찬-2015.2.7. 토요일(성모영보수녀원 피정 3일째) 1 프란치스코 2015.02.07 886
3404 새 예루살렘 -늘 깨어 기도하여라-2020.11.28.연중 제34주간 토요일 프란치스코 2020.11.28 864
3403 천국에서 천국으로 -한결같은 삶-2015.2.6. 금요일(말씀의 성모 영보 수녀원 피정 2일째) 1 프란치스코 2015.02.06 864
3402 내 삶의 여정旅程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2016.1.3. 주일 주님 공현 대축일 프란치스코 2016.01.03 844
3401 보물찾기 인생 여정 -참보물이자 참지혜이신 그리스도 예수님- 2023.7.30.연중 제17주일 프란치스코 2023.07.30 792
3400 그리스도 예수님 중심의 공동체 -환대와 섬김의 사랑-2023.7.29.토요일 주님의 손님 성녀 마르타와 성녀 마리아와 성 라자로 기념일 프란치스코 2023.07.29 783
3399 연민과 겸손 -참여형과 은둔형-2015.1.15. 연중 제1주간 목요일(뉴튼수도원 66일째) 히브3,7-14 마르1,40-45 1 프란치스코 2015.01.15 764
3398 아나빔(anawim)의 영성-성서의 가난한 사람들-2015.12.15. 대림 제3주간 화요일 프란치스코 2015.12.15 753
3397 떠남의 여정- 2015.2.5. 목요일 성녀 아가타 동정 순교자 기념일 3 프란치스코 2015.02.04 748
3396 어린이처럼-2015.10.1. 목요일 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 동정 학자(1873-1897) 축일 프란치스코 2015.10.01 738
3395 예수님의 공동체-오래된 미래-2015.1.22.연중 제2주간 목요일(뉴튼수도원 73일째) 프란치스코 2015.01.22 705
3394 착한 목자 -예수닮기, 예수살기-2015.4.26. 부활 제4주일(성소주일, 이민의 날) -인보성체수도회 피정지도 6일째)- 프란치스코 2015.04.26 674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71 Next
/ 171
©2013 KSODESIGN.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