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20.연중 제29주간 목요일                                                       에페3,14-21 루카12,49-53

 

 

자녀다운 삶, 품위 있는 삶

-간절하고 항구한 기도와 회개가 답이다-

 

 

참으로 평범하고 한결같은 일상생활을 할 수 있음이 제일 감사한 축복임을 깨닫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결같은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자녀다운 삶, 품위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주님의 도움을 청하며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참으로 중요한 것은 과거의 지난 삶이 아니라, 오늘 지금 여기서부터 죽는 그날까지 하루하루의 삶입니다. 몇 가지 떠오른 성경 말씀과 기도문입니다.

 

“항상 기뻐하십시오.

늘 기도하십시오.

어떤 처지에서든지 감사하십시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님을 통해서 여러분에게 보여 주신 하느님의 뜻입니다.”(1테살5,16-18).

 

고백성사 보속 시 가장 많이 써드린 바오로 사도의 말씀 처방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들고 어려울수록 이 처방 말씀에 충실해야 내적으로 무너지지 않고 항구할 수 있습니다.

 

“주께서 집을 아니 지어 주시면, 그 짓는 자들 수고가 헛되리로다.

주께서 도성을 아니 지켜 주시면, 그 지키는 자들 파수가 헛되리로다.

이른 새벽 일어나 자리에 드는 것도, 

수고의 빵을 먹는 것도 너희에게 헛되리니,

주님은 사랑하시는 자에게, 그 잘 때에 은혜를 베푸심이로다.”(시편127,1-2)

 

매주일 미사후 낮기도 대신 바치는 시편입니다. 요즘 며칠간 실감하는 시편 구절입니다. 새벽 일찍 저절로 단잠에서 깨어나 강론을 쓸 수 있으니 참 감사합니다. 엊그제 부터는 참으로 내적 평화 중에 사랑과 감사의 마음에 젖어 지내고 있습니다. 이런 적이 없었는데 참 특별한 은총입니다. 제 지난 삶도 “간절함”이란 한마디 말로 요약됨을 깨닫고 기뻤습니다.

 

어제 새벽에 있었던 일도 생전 잊지 못할 것입니다. 일찍 강론 쓰기를 마친 후 홈페이지에 올리려니 로그인이 되지 않았습니다. 노트북이 오래 되어 원장수사의 다정한 배려로 교체함으로 발생한 일입니다. 하도 답답해 컴퓨터 도사 경지에 이른 원장수사를 기상 전, 한 시간 전에 깨어 도움을 청했으나, 실패했고 아침 미사 후 방법을 찾아냈다 하여 로그인후 강론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이런 와중에 아침 산책과 묵주기도를 걸러 보긴 처음입니다. 그래도 형제애兄弟愛에 깊이 감동했고 감사했습니다. 제 행복기도 중 다음 연은 제가 각별히 좋아합니다.

 

“주님, 

 당신은 저의 전부이옵니다.

 저의 사랑, 저의 생명, 저의 기쁨, 저의 행복이옵니다.

 하루하루가 감사와 감동이요 감탄이옵니다.

 날마다 새롭게 시작하는 아름다운 하루이옵니다.”

 

그렇습니다. 넘어지는 게 죄가 아니라, 좌절과 절망으로 일어나지 않는 게 죄입니다. 성 베네딕도는 네 희망을 하느님께 두고 하느님의 자비에 절대로 실망하지 말라 말씀하셨습니다. 죽을 때까지 넘어지면 지체 없이 일어나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것입니다. 고해인생이 아닌 축제인생을 살아야 합니다. 

 

요즘 들어 수도공동체 형제들이 함께 노래로 바치는 찬미와 감사의 시편성무일도 전례기도가 이렇게 감미롭게 느껴지기는 처음입니다. 공동체의 일치는 물론 자녀다운 삶, 품위있는 삶에 결정적 도움을 주는 찬미와 감사의 시편과 미사의 공동전례기도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의 세 말씀 역시 우리의 한결같은 삶에 참 좋은 도움이 됩니다.

 

1.“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그 불이 이미 타올랐으면 얼마나 좋으랴?”

 

주님은 불입니다. 사랑의 불, 말씀의 불, 성령의 불입니다. 열정이 없으면, 열정의 불이 꺼지면 영성생활은 끝입니다. 주님은 끊임없이 당신과의 만남을 통해 열정에 불을 붙여 주시어 끊임없이 한결같은 사랑으로 타오르게 하시니 바로 날마다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입니다.

 

2.“내가 받아야 하는 세례가 있다. 이 일이 다 이루어 질 때까지 내가 얼마나 짓눌릴 것인가?”

 

늘 순교의 죽음을 예감하고 사신 주님이십니다. 그러니 이런 세례의 죽음을 앞당겨 하루하루 처음이자 마지막처럼 순교적, 종말론적 삶에 충실하는 것입니다. 유비무환입니다. 현실의 시련에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모두 비움의 계기로, 겸손의 계기로 삼아 순교적 삶에 항구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성 베네딕도는 “날마다 죽음을 눈앞에 환히 두고 살라.” 말씀하셨습니다. 이래야 하느님의  자녀다운 삶, 품위있는 삶이겠습니다.

 

3.“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왔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오히려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

 

거짓 평화, 가짜 평화가 아닌 참 평화, 진짜 평화를 주러 오신 주님이십니다. 결코 값싼 평화는 없습니다. 참 평화로운 삶을 위해 은총과 더불어 분투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주님은 진리요 빛이며 생명이십니다. 이런 주님의 도래와 더불어 진리와 거짓, 빛과 어둠, 생명과 죽음은 확연히 드러나 분열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믿음의 눈에는 파괴적 분열이 아니라 참 평화에 이르는 정화과정 중 창조적 분열임을 깨닫습니다. 어떤 시련과 고난 중에도 진리요 빛이요 생명이신 주님과 하나 되어 살 때 궁극의 승리요 자녀다운 삶, 품위 있는 삶의 성취요 실현입니다.

 

주님과 일치의 여정 중에 있는 우리들입니다. 바로 여기서 결정적 역할을 하는 두 필수 요소가 기도와 회개입니다. 끊임없는, 한결같은 기도와 회개와 더불어 날로 주님과 깊어지는 신망애 관계입니다. 오늘 에페소서에서 바오로 사도가 가르쳐 주시는, 참으로 깊고 아름다운 '교회를 위한 기도'로 강론을 마칩니다. 너무 깊고 아름다운 내용이라 다 인용하고 싶지만 일부만 인용합니다. 이 기도문 그대로 이뤄주시는 미사은총입니다. 

 

“아버지께서 당신의 풍성한 영광에 따라 성령을 통하여 여러분의 내적인간이 당신 힘으로 굳세어지게 하시고. 여러분의 믿음을 통하여 그리스도께서 여러분의 마음 안에서 사시게 하시며, 여러분이 사랑에 뿌리내리고 그것을 기초로 삼게 하시길 빕니다.

 

그리하여, 여러분이 모든 성도와 함께 너비와 깊이와 높이와 깊이가 어떠한지 깨닫는 능력을 지니고, 인간의 지각을 뛰어 넘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알게 해 주시기를 빕니다. 이렇게 하여 여러분이 하느님의 온갖 충만하심으로 충만하게 되기를 빕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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