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22.화요일 성녀 체칠리아 동정 순교자(+230년?) 기념일

요한묵14,14-19 루카21,5-11

 

 

정주의 영성

-하루하루, 한결같이-

 

 

 

"태양이 솟아 오를 무렵, 성녀 체칠리아는

'그리스도의 전사여, 어두움의 행실을 벗어버리고

빛의 갑옷을 입으라'하고 부르짖었도다."(아침성무일도 즈카르야의 노래 후렴)

 

“보라, 이제 순결한 예물, 정결한 희생 제물인 용감한 동정녀 체칠리아가,

우리를 위하여 십자가에 달리신 어린양을 따른다.”(입당송)

 

더불어 생각나는, 오늘 하루 종일 부르고 싶은 모든 성인의 날, 저녁성무일도 때 마리아의 노래 후렴입니다.

 

“성인들이 그리스도와 함께 기뻐하는 그 나라가 얼마나 영광스러운가.

흰옷을 입고 어린양을 따라가는도다.”

 

오늘은 3세기 중엽 순교한 체칠리아 동정 성녀 기념일입니다. ‘천상의 백합’이란 이름 뜻대로, 배교의 강요를 물리치고 동정으로 순교한 성녀의 삶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성녀 체칠리아는 음악과 음악인들의 수호성인입니다. 

 

성녀가 원치 않았던 결혼식때 결혼 음악과 환호하는 소리를 듣지 못하였고, 내심으로 하느님을 찬양하는 노래를 불렀다는 행적에 근거합니다. 성녀의 문장은 오르간입니다. 끝까지 신앙을 지키며 참혹한 순교를 맞이했던, 참으로 하느님 사랑에 깊이 뿌리 내린 정주의 성녀였습니다. 

 

지난 11월20일 주일, 그리스도왕 대축일 삼종기도후 교황님의 강론 끝부분중 공감이 갔던, “우리는 평화의 기근 시대를 살고 있다” 말마디가 지금도 생생합니다. 베네딕도 수도회의 평화의 정주, 정주의 영성, ‘하루하루, 한결같이’의 삶이 참으로 절실한 시절입니다. 제 좌우명일뿐 아니라 성인들의 특징이 하루하루, 한결같이, 정주의 삶이었습니다. 제 사랑하는 좌우명시 “하루하루 살았습니다”중 “산과 강”에 연관된 두 연을 소개합니다. 

 

1.“하루하루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언제나 그 자리에 불암산佛巖山이 되어 가슴 활짝 열고

모두를 반가이 맞이하며 살았습니다.

있음 자체만으로 넉넉하고 편안한 산의 품으로,

바라보고 지켜보는 사랑만으로 행복한 산이 되어 살았습니다.

이제 오랜 연륜과 더불어 

내적으로는 장대한 ‘하느님의 살아 있는 산맥山脈’이 되어 살았습니다.

하느님은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받으소서.”

 

2.“하루하루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끊임없이 하느님 바다를 향해 흐르는 강이 되어 살았습니다.

때로는 좁은 폭으로 또 넓은 폭으로

때로는 완만緩慢하게 또 격류激流로 흐르기도 하면서

결코 끊어지지 않고 계속 흐르는 ‘하느님 사랑의 강江’이 되어 살았습니다.

 

제 사랑하는 성 베네딕도 수도회의 영성이 바로 한결같이, 하루하루, 제자리에서 제정신으로 제대로 살아가는 정주의 영성, 산과 강의 영성입니다. 오늘 지금 여기서 영원한 현재를 사는 영성입니다. 역시 다음 좌우명시 '산과 강'이라는 짧은 시가 이를 요약합니다.

 

“밖으로는 산, 천년만년 임기다리는 정주의 산,

 안으로는 강, 천년만년 임향해 맑게 흐르는 강”

 

바로 산과 강의 정주의 영성이 오늘 말씀에 대한 답을 줍니다. 정주의 영성은 그대로 평화의 영성입니다. 하느님 중심에 깊이 믿음의 뿌리 내리기에 흔들림 없는 요지부동의 평화입니다. 심판을 염두에 둘수록 더욱 정주 영성에 박차를 가하며 하루하루 처음처럼 마지막처럼, 평생처럼 삽니다. 제1독서 묵시록의 최후심판의 장면이 실감나게 전달됩니다.

 

“낫을 대어 수확을 시작하십시오. 땅의 곡식이 무르익어 수확할 때가 왔습니다.” 의인의 구원이 이에 해당됩니다.

“그 날카로운 낫을 대어 땅의 포도나무에서 포도송이들을 거두어 들이십시오. 포도가 다 익었습니다.” 악인의 심판이 이에 해당됩니다.

 

이런 마지막 심판을 염두에 둘수록 하루하루의 삶에 한결같이 최선을 다하는 진인사대천명의 삶입니다. 오늘 복음의 경우 역시 정주 영성의 결핍을 보여 줍니다. 갈팡질팡, 우왕좌왕, 일희일비, 경거망동, 부화뇌동, 모두가 정주의 뿌리가 없어 혼란으로 방황하고 표류하는 모습들입니다. 성전의 호화로운 외관에 마음을 뺏기는 것도 정주 영성의 빈약함의 표현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이 그대로 오늘 우리에게 주시는 말씀입니다.

 

“너희는 속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여라. 많은 사람이 내 이름으로 와서, ‘내가 그리스도다.’, 또 ‘때가 가까웠다.’하고 말할 것이다. 그들 뒤를 따라가지 말라. 그리고 너희는 전쟁과 반란이 일어났다는 소문을 듣더라도 무서워하지 마라.”

 

정주의 영성에, 정주의 삶에 한결같이 충실할 수 있음은 늘 함께 하시는 주님의 은총입니다. “주님은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어라”, “주님은 나의 목자, 두려울 것 없어라.” 저절로 정주의 삶에서 솟아나는 믿음의 고백, 사랑의 고백입니다. 주님의 날마다의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한결같이, 하루하루 정주의 삶에 충실하도록 도와 주십니다. 며칠전 읽은 참 좋은 말마디를 나눕니다. 주님 안에서 정주의 삶에 항구할 때 주어지는 은총입니다.

 

-“정수유심(靜水流深), 심수무성(深水無聲)”

 “고요한 물은 깊이 흐르고, 깊은 물은 소리가 나지 않는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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