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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12.대림 제3주간 월요일                                                 민수24,2-7.15-17 마태21,23-27

 

 

 

하느님의 참 좋은 은총의 선물

-분별력의 지혜-

 

 

 

“주님, 당신의 길을 가르쳐 주시고, 

 당신의 행로를 가르쳐 주소서.

 저를 가르치시어 당신 진리로 이끄소서. 

 당신은 제 구원의 하느님이시옵니다.”(시편25,4-5ㄱㄴ)

 

한밤중 일어나 조심조심 하루를 시작하면서 문득 떠오른 말마디 둘입니다. 

하나는 ‘조고각하(照顧脚下)’, 

“자신의 다리 아래를 살펴보라”는 뜻으로, 지금 그 자리에서 자신을 잘 돌아다보고 살펴보라는 뜻입니다. 수행의 과정이나 신자의 길도 어두운 길을 걷는 것과 다르지 않으므로, 끊임없이 자신을 살펴 수행자로 참답게 살고 있는지 점검해야 할 것입니다. 이 또한 분별력의 지혜에 속합니다. 

 

또 하나는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 

“머무르는 곳마다 주인이 돼라. 지금 있는 그곳이 진리의 자리이다.”라는 뜻으로 언제 어디서나 진실하고 주체적이며 창의적인 주인공으로 살아가면, 그 자리가 바로 행복의 자리, 진리의 자리가 된다는 말입니다. 역시 오늘 지금 여기 이 자리에서 깨어 살 것을 촉구하는 말씀이니, 이 또한 분별력의 지혜에 속합니다. 오늘 마음에 담고 살아가고 싶은 말씀입니다.

 

참으로 겸손한 영혼에게 선사되는 모든 덕의 어머니인 분별력의 지혜입니다. 온갖 지식과 정보가 범람하는 시절에 분별력의 지혜는 갈수록 중요해집니다. 특히 공동체를 섬기는 자들에게 분별력의 지혜는 필수입니다. 베네딕도 역시 아빠스는 분별력을 지녀야 함을 특히 강조합니다.

 

“자기의 명령에 용의주도하고 깊이 생각할 것이다. 그 명령이 하느님께 관계되는 일이든 세속에 관계되는 일이든 분별있고 절도있어야 할 것이니, ‘만일 내가 내 양의 무리를 심하게 몰아 지치게 하면 모두 하루에 죽어 버릴 것이다’하신 성조 야곱의 분별력을 생각할 것이다. 

 

이 밖에도, 모든 덕행들의 어머니인 분별력의 다른 증언들을 거울 삼아, 모든 것을 절도있게 하여 강한 사람은 갈구하는 바를 행하게 하고, 약한 사람은 물러나지 않게 할 것이다.”(성규64,17-19)

 

어제 깊이 묵상한 한자 둘, “원圓”과 “덕德”자입니다. 성철 스님은 '자신은 모나게 살았지만 제자들은 둥글게 살라'고 법명에 둥글 “원圓”자를 넣었다는데, 수행에 남달리 날카롭고 엄격했던 법정 스님은 제자들은 덕스럽게 살라고 법명에 “덕德”자를 넣어 주었다는 일화입니다. 둥글고 덕스런 “원圓과 덕德의 삶”, 역시 분별력의 지혜에 속합니다.

 

오늘 제1독서 민수기의 발라암이나 복음의 예수님은 분별력의 지혜를 선사받은 분임을 깨닫게 됩니다. 참으로 간절히 청할 천상적 지혜, 분별력의 지혜입니다. 하느님의 영이 그에게 내리자 신탁을 선포하는 발라암입니다. 야곱의 천막이, 이스라엘의 거처가 그대로 먼 훗날 실현될 교회의 모습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발라암의 말이다. 열린 눈을 가지 사람의 말이며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이의 말이다. 야곱아, 너의 천막들이, 이스라엘아, 너의 거처가 어찌 그리 좋으냐! 골짜기처럼 뻗어 있고, 강가의 동산같구나. 주님께서 심으신 침향나무 같고, 물가의 향백나무 같다. 그의 물통에서는 물이 넘치고, 그의 씨는 물을 흠뻑 먹으리라.”

 

흡사 풍요롭고 충만한 은총 가득한 교회를 상징하는 듯 합니다. 이어 구원자 예수님의 탄생을 내다보는 발라암의 천상 지혜입니다.

 

“발라암의 말이다. 열린 눈을 가진 사람의 말이며,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지식을 아는 이의 말이다. 나는 한 모습을 본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나는 그를 바라본다. 그러나 가깝지는 않다. 야곱에게서 별 하나가 솟고, 이스라엘에게서 왕홀이 일어난다.”

 

별이, 왕홀이 상징하는 바, 미구에 탄생하실 구원자 예수님입니다. 하느님의 현자, 발라암을 통해 계시되는 천상의 지혜입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을 통해서도 분별력의 지혜가 빛을 발합니다. 수석사제들의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 지?” 묻는 불순한 질문 자체가 그대로 덫입니다. 어떻게 대답하던 덫에서 벗어날 길이 없습니다. 예수님은 질문으로 대답하며 역공逆攻합니다. 복음 그대로 인용하는 것이 이해가 빠를 것입니다.

 

“나도 너희에게 한가지 묻겠다. 너희가 나에게 대답하면 나도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지 너희에게 말해 주겠다. 요한의 세례가 어디에서 온 것이냐? 하늘에서냐, 아니면 사람에게서냐?”

 

적대자들의 결정적인 덫에서 벗어난 물음, 예수님의 천상적 지혜, 분별력의 지혜입니다. 이젠 공수가 바뀌어 예수님의 역공의 질문으로 궁지에 몰린 적대자들입니다. 이들의 의논의 결론이 이미 답을 말해주지만 차마 말은 못합니다. 하늘에서 왔다하면 왜 그를 믿지 않느냐 할 것이고, 사람에게서 왔다하면 요한을 예언자로 여기는 군중이 두려우니 이래저래 참 진퇴양난입니다.

 

결국 “모르겠소” 대답함으로 자기들의 덫에 자기들이 걸린 꼴입니다. 예수님의 분별력의 천상 지혜가 요약된 다음 말씀이 결정적 한방이 되어 적대자들을 침묵케 했음을 봅니다. 

 

“나도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지 너희에게 말하지 않겠다.”

 

너희가 스스로 헤아려 깨달으라는 말씀으로 이제 수석사제들과 원로들에게 부여된 과제입니다. 답은 나와있지만 완고함에 눈먼 이들은 절대로 하늘로부터 받은 예수님의 권한을 인정하지 않을 것입니다. 참으로 발라암처럼 열린 눈을 지닌 겸손한 이들에게 위로부터 분별력의 지혜가 선사됨을 깨닫습니다. 바로 주님의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분별력의 지혜를 발휘하며 살게 하십니다. 

 

“오소서, 주님, 저희를 찾아오시어, 평화를 베푸소서. 

 저희가 주님 앞에서 온전한 마음으로 기뻐하게 하소서.”(시편106,4-5).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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