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31.화요일 성 요한 보스코 사제(1815-1888) 기념일 

히브12,1-4 마르5,21-43

 

 

 

믿음의 전사

-믿음도 보고 배운다-

“탈리타 쿰!”

 

 

 

우선 오늘 강론을 읽기전 또는 읽은후 성가480장 "믿음으로" 4절까지 불러 보시기 바랍니다. 오늘도 어제에 이어 ‘믿음’이 주제입니다. 주님의 전사는 믿음의 전사입니다. 저는 병사兵士나 군사軍士라는 말마디보다 전사戰士란 말을 좋아합니다. 수도생활 초창기부터 참 많이 사용해온 ‘주님의 전사’란 말마디입니다. 평생 현역의 주님의 전사로 죽어야 제대라고 자주 말하곤 합니다. 영적전쟁은 살아있는 그날까지 계속될 것이고 죽어야 비로소 끝날 것입니다. 

 

전사에게, 주님의 전사, 믿음의 전사에게 평생 훈련은 필수입니다. 믿음의 훈련입니다. 사고사事故死나 객사客死, 병사病死가 아닌 싸우다 전사戰死해야 전사戰士라고 말하곤 하며 그렇게 되길 소원합니다. 일하다 공부하다 기도하다 죽는 다면 말 그대로 영적전사이겠습니다. 

 

전사들에게 훈장처럼 달려 있는 부상이요 병들입니다. 저 또한 분투의 노력을 다해 반듯하게 살아왔지만 아픈 곳이 한둘이 아닙니다. 이 또한 주님을 섬기다가 믿음의 전투중 입은 영적상처의 상징으로, 또 영적전쟁의 승리의 표징인 훈장으로 생각하면 위로가 됩니다. 또 제 자신의 죄에 대한 보속補贖으로, 세상 죄에 대한 대속代贖으로 여기며 위로를 받습니다. 

 

참 많은 이들의 저에 대한 관심사가 건강입니다. 속으로는 아프고 불편해도 안 그런척 건강하다고 말하곤 합니다. 이 또한 믿음의 고백입니다. 사실 좀 불편하고 아파도 영적으로 건강하기 때문입니다. 

 

참으로 주님의 전사, 믿음의 전사에게 우선적인 것은, 한결같은 것은 영적 전의의 열정입니다. 영적 사기의 충천입니다. 아무리 무기가 좋고 전략이 뛰어나도 영적 전의의 열정이 식어버리면 영적승리는 기대할 수 없습니다. 정말 한결같은 전의와 열정, 훈련이 필수입니다. 아주 오래 전 고백이 새롭게 떠오릅니다.

 

-‘왜관수도원에서 파견받아 떠나기 전날 밤

1988년 7월10일

다음날 성 베네딕도 대축일 7월11일 아침 4시까지

밤새 수도원 성전에서

주님께 3천배 절하였다

 

“불암산이 떠나면 떠났지 난 안 떠난다”

다짐하며, 배수진背水陣을 치고

성철 스님의 종신불퇴終身不退 말씀을 

좌우명으로 삼아 살아왔다

지금까지 오늘 하루만 살았다.

나에겐 하루하루가 영원이었다’-

 

여전히 살아있는 동안 유효한 고백이겠습니다. 언제나 거기 그 자리의 불암산은 정주의 표상이자 한결같은 인내와 믿음의 표상입니다. 불암산을 바라볼 때 마다 인내의 정주, 믿음의 정주를 새롭게 확인합니다.

 

이어 또 둘의 비유가 생각납니다. 용수철의 비유를 들며 주님의 전사는 영적탄력, 믿음의 탄력이 좋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세월의 흐름과 더불어 육신의 탄력은 떨어져도 마음의 탄력, 정신의 탄력, 영혼의 탄력은 떨어져선 안된다며 분투의 치열한 노력을 통해 신망애信望愛의 탄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좀 저속하다 생각되지만 팬티끈과 팬티천의 비유도 잊지 못합니다. 팬티끈이 영혼이라면 팬티천은 육신이요, 팬티끈만 탄력이 좋아 튼튼하다면 팬티천은 낡고 떨어져도 이리저리 기워입으면 끝까지 입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팬티끈의 탄력이 떨어져 느슨하거나 끊어지면 좋고 새로운 팬티천도 무용지물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한마디로 영혼이 튼튼하고 탄력이 좋아 육신을 끌고 가야지 육신한테 영혼이 끌려가선 안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평상시 영혼 건강을 위한 믿음의 훈련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아 실천하라고 여러번 강론에도 인용했던 일이 생각납니다.

 

주님의 전사는 믿음의 전사입니다. 믿음도 보고 배웁니다. 자녀들에게 물려줄 최고의 유산도 믿음입니다. 제가 수도형제 도반들에게 가장 많이 보고 배우는 것도 믿음입니다. 공동전례기도 바칠 때면 그 간절한 믿음의 고백을 감지하곤 합니다. 우리는 오늘 제1독서 히브리서에서 참 좋은 믿음의 격려를 받습니다. 그대로 시공을 초월하여 오늘의 우리 모두를 향한 말씀입니다.

 

“형제 여러분, 이렇게 많은 증인들이 우리를 구름처럼 에워싸고 있으니, 우리도 온갖 짐과 그토록 쉽게 달라붙는 죄를 벗어버리고, 우리가 달려야 할 길을 꾸준히 달려갑시다.”

 

영적전쟁은 단거리 100m 경주가 아니라 평생 한결같이 끝까지 달려야 할 장거리 마라톤 경주같습니다. 아무리 잘 달려도 도중 하차 하면 말짱 도루묵입니다. 지금까지가 아니라 지금부터가 중요합니다. 늘 새롭게 시작하는 파스카의 삶이어야 합니다. 불퇴전의 자세로 초발심의 자세로 진인사대천명의 자세로, 일일시호일의 하루하루를 살아야 합니다. 

 

죽어야 끝나는 영적전쟁이요 영적 마라톤이기 때문입니다. 주님 친히 은총을 주시기에 이렇게 영적전쟁에 항구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를 구름처럼 에워싸고 있는 믿음의 증인들, 성인들이 이웃 믿음의 형제들이 큰 도움이 됩니다. 혼자의 믿음은 약하지만 믿음의 성인들과 형제들로 이뤄진 교회공동체의 믿음의 힘은 무궁무진, 그대로 하느님의 힘을 반영합니다.

 

오늘 기념하는 성 요한 보스코 참 놀라운 성인입니다. 살레시오 수도회의 창립자입니다. 성 요한 보스코는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일찍 아버지를 여의었지만 어머니의 믿음을 그대로 보고 배워 믿음의 성인이 되었습니다. 믿음의 기적, 사랑의 기적입니다. 이미 살아 있을 때부터 많은 기적으로 성인으로 인정된 돈 보스꼬입니다. 

 

아 그러고 보니 ‘수단의 돈 보스코’ 라고 불린 살레시오회 이태석 신부도 생각납니다. 오늘 영명축일을 지내는 저의 왜관수도원에서 수련시 수련장이셨던 사랑하는 김구인 요한 보스코 신부님과 성 아우구스티누스 연구의 대가인 존경하는 영원한 현역, 성염 요한 보스코 교수님도 떠오릅니다. 이미 성인의 경지에 이른 이분들의 믿음입니다. 성 요한 보스코 사제의 한생이 주님의 전사로서 참 치열했던 영적승리의 삶이었음을 깨닫습니다. 청소년들을 참으로 사랑했던 성인의 두 말마디가 생각납니다.

 

“청소년은 젊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랑받기에 충분합니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들이 사랑받고 있음을 알도록 사랑하십시오.”

 

마지막 임종시 유언도 감동입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선을 행하고 아무에게도 악을 행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나의 아이들에게 천국에서 기다리겠다고 전해 주십시오.”

 

성인의 묘비에는 '고아들의 아버지'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합니다. 흡사 교육의 성자 페스탈롯지를 연상케 합니다. 주님의 전사, 믿음의 전사의 모범은 현 프란치스코 교황님입니다. 87세 고령에도 영원한 현역의 백전노장百戰老將입니다. 오늘 1월31일부터 2월5일까지 제40차 사목여정중 그 불편한 노구에도 아프리카의 콩고와 남수단을 방문합니다.

 

참 좋은 하느님의 선물들이, 우리를 구름처럼 에워싸고 있는 믿음의 증인들이 성인들이요 믿음 좋은 이웃 형제들입니다. 우리는 오늘 복음에서 믿음의 영도자이자 완성자인 예수님과 더불어 참 좋은 믿음의 사람, 회당장 형제와 하혈병 치유를 받은 자매를 만납니다. 참으로 주님을 감동시킨 이들의 믿음은 그대로 주님께 응답받습니다. 하혈병을 앓던 자매에 대한 주님의 치유선언입니다.

 

“딸아,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평안히 가거라. 그리고 병에서 벗어나 건강해져라.”

 

그대로 미사은총을 상징합니다. 딸대신 여러분 자신의 세례명을 넣어 나에게 주신 주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여 오늘 마음에 새기고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이어진 회당장 딸의 치유도 참으로 통쾌합니다. 둘 다 믿음의 승리를 상징합니다. 예수님을 감동시켜 응답을 받아낸 이들의 믿음입니다. 회당장 아버지의 믿음 덕분에 주님의 도움으로 부활의 삶을 살게 된 그의 외동딸입니다.

 

“탈리타 쿰! 소녀야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라!”

 

오늘도 힘들고 어려우면 예수님의 손을 붙잡고 “탈리타 쿰!”하며 곧장 일어나 새롭게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넘어지면 곧장 일어나 다시 시작해야 믿음의 탄력, 영적 탄력도 손상되지 않습니다. 넘어지는 것이 죄가 아니라 자포자기 절망으로 일어나지 않는 것이 대죄요 이런 경우는 하느님도 어쩌지 못합니다. 

 

오늘 복음에서의 예수님의 모습은 그대로 히브리서의 묘사와 일치합니다. 우리가 늘 시선을 두어야 할 분은, 할 곳은 믿음이 영도자이자 완성자이신 예수님뿐임을 깨닫습니다.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의 눈길을 늘 이런 예수님께 두고 살게 하십니다. 히브리서의 가르침의 권고로 강론을 마칩니다.

 

“우리는 우리 믿음의 영도자이시며 완성자이신 예수님을 바라봅시다. 그분께서는 당신 앞에 놓인 기쁨을 내다보시면서, 부끄러움도 아랑곳하지 않으시고 십자가를 견디어 내시어, 하느님의 어좌 오른쪽에 앉으셨습니다.”(히브12,2).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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