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16.목요일 성녀 대(大) 젤투르다 동정(1256-1302) 기념일 

지혜7,22ㄴ-8,1 루카17,20-25

 

 

정주(定住)의 지혜

-지혜 예찬(禮讚), 지혜를 사랑합시다-

 

 

사랑이 답입니다. 사랑밖엔 길이 없습니다. 어느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대가들의 한결같은 특징은 사랑입니다. 주님을 사랑하듯 삶을, 이웃을, 진리를, 지혜를 모두를 사랑했습니다. 이 모두에 앞서 주님을 한결같이, 열렬히, 온마음, 온정신, 온힘으로 사랑했습니다. 탓할 것은 그 무엇도 아닌 내 사랑 부족일 것입니다. 잠자리 들기전 끝기도때 간절한 주님 사랑 고백의 찬미가 둘째 연은 늘 감동입니다.

 

“우리는 잠을자도 주님과함께, 꿈에도 당신만을 뵙게하소서

 언제나 한결같이 당신영광을, 새는날 밝아올제 찬미하리다”

 

얼마나 절절한 주님 사랑의 고백인지요! 오늘은 서울 베네딕도 수녀원의 주보성녀이며 중세의 신비가이자 베네딕도회 수도자 였던 성녀 대 젤투르다 동정 기념일입니다. 성녀의 신심의 특징은 예수성심에 대한 강렬한 사랑 체험과 헌신입니다. 그래서 성녀는 영성사에서 ‘예수성심의 신학자’라고 불렸고, 예수성심 공경을 시작한 선구자 혹은 사도로 여겨집니다.

 

성녀는 중세의 신비신학과 신비주의에 중요한 역할과 기여를 했고, 특히 13세기 독일 교회 안에서 가장 위대한 신비가로 여겨집니다. 성녀의 풍부한 신비체험으로 인해 ‘독일의 테레사’로 불리기도 합니다. 1288년 심한 병을 얻게 된 성녀 젤투르다는 합병증으로 치유 불가능한 상태에서 예언의 은사를 받기도 합니다. 오랫동안 병상에서 누워있던 성녀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수녀원의 시간전례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헬프타 수도원에서 오랫동안 중병으로 고통받던 성녀 젤투르다는 1302년 11월16일 바로 오늘 거룩한 임종어 “아! 신랑이 오신다.”라고 외치면서 세상을 떠납니다. 이때 성녀의 나이는 만46세 였고, 공식적으로 성인품에 올려지지 않았지만, 1606년 교황청으로부터 공식 전례의 기도와 독서, 찬가에서 성녀를 공경할 수 있다는 공인을 받습니다. 

 

이후 성녀의 축일은 전 세계 가톨릭 교회로 확대되었고, 1738년 교황 클렌멘스 12세는 다른 젤투르다 성녀와 구별하고 성녀의 영적인 깊이를 재평가하면서 ‘위대한(the Great)’이라는 칭호를 부여합니다. 성녀의 다음 연옥의 모든 영혼들을 위한 이 기도는 전통적으로 주님께서 성녀에게 주신 약속에 따라 이 기도를 바칠 때 마다 많은 영혼들이 연옥을 벗어난다고 알려진 기도입니다. 11월 위령성월에 바치기에 적절한 기도입니다.

 

“영원하신 아버지, 연옥의 모든 영혼들을 위하여, 모든 곳의 죄인들을 위하여, 내 가족과 가정 안의 죄인들을 위하여, 오늘 온 세상에서 드리는 미사성제와 더불어 당신 성자 예수님의 가장 값진 피를 봉헌하나이다. 아멘.”

 

성인들의 위대한 특징은 아마도 지혜와 사랑일 것입니다. 하느님의 지혜와 사랑의 깊이를 그대로 반영하는 성인들입니다. 참으로 열렬히, 항구히 지혜를 사랑한다면 “진리의 연인”이라 칭했던 성 아오스팅처럼, “지혜의 연인”이 되어 지혜의 원천이신 하느님을, 하느님의 지혜이신 예수님을, 지혜를 온마음, 온정신, 온힘으로 사랑할 것입니다.

 

지혜를 사랑합시다. 지체없이 오늘 강론 제목으로 택했습니다. 지혜를 사랑할수록 오늘 기념하는 성녀 대 젤투르다처럼 날로 지혜를 알게되고 계속 하느님의 지혜이신 예수님을 닮아 갈 것입니다. 오늘 제1독서 지혜서는 그대로 지혜에 대한 찬미이자 예찬입니다. 지혜서가 아니곤 어디서 이런 귀한 내용을 만날 수 있겠는지요! 생략하기가 너무 아까워 공부하는 마음으로 전문을 인용합니다.

 

“지혜 안에 있는 정신은 명석하고 거룩하며, 유일하고 다양하고 섬세하며, 민첩하고 명료하고 청절하며, 분명하고 손상될 수 없으며 선을 사랑하고 예리하며, 자유롭고 자비롭고 인자하며, 항구하고 확고하고 평온하며, 전능하고 모든 것을 살핀다. 또 명석하고 깨끗하며 아주 섬세한 정신들을 모두 통찰한다.

 

지혜는 하느님의 권능의 숨결이고, 전능하신 분의 영광의 순전한 발산이어서 어떠한 오점도 그 안으로 기어들지 못한다. 지혜는 영원한 빛의 광채이고 하느님께서 하시는 활동의 티없는 거울이며, 하느님의 선하심의 모상이다. 지혜는 혼자이면서도 모든 것을 할 수 있고, 자신 안에 머무르면서 모든 것을 새롭게 하며 대대로 거룩한 영혼들 안으로 들어가 그들을 하느님의 벗과 예언자로 만든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지혜와 함께 사는 사람만 사랑하신다. 지혜는 해보다 아름답고 어떠한 별자리보다 빼어나며 빛과 견주어 보아도 그보다 밝음을 알 수 있다. 밤은 빛을 밀어내지만 악은 지혜를 이겨내지 못한다. 지혜는 세상 끝에서 끝까지 힘차게 퍼져가며 만물을 훌륭히 통솔한다.”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 대신 태초에 지혜가 있었다 말하고 싶습니다. 하느님의 모상대로 지음 받은 인간의 본질은 무지가 아니라 이런 지혜라고 고백하고 싶습니다. 바로 이런 지혜자체이신 주님의 성체를 모시는 이 거룩한 미사시간입니다. 이런 지혜야 말로 하느님의 모두이자 주님의 참 좋은 최고의 선물이며 그대로 주님의 현존인 성령이요 사랑이요 진리이기도 합니다.

 

무지에 대한 궁극의 답도 바로 이 지혜뿐입니다. 바로 이 지혜의 육화이자 결정체가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님입니다. 예수님을 닮아가는 예닮의 여정은 그대로 날로 지혜로워지는 지혜의 여정이며 성인들이 밟았던 여정이기도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하느님의 지혜이신 예수님께서는 정주의 지혜에 대한 참 유익한 가르침을 주십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눈에 보이는 모습으로 오지 않는다. 그러니 “보라, 여기에 있다.” 또는 “저기에 있다.”하고 사람들이 말하지도 않을 것이다. 보라, 하느님의 나라는 오늘 지금 여기 우리 가운데에 있다.’

 

사막교부들은 이구동성으로 하느님이 계신 곳을 찾지말고 하느님을 찾으라 했습니다. 바로 예수님 함께 계신 어디나 하느님의 나라입니다. 바로 여기서 정주의 지혜가 빛을 발합니다. 결코 부화뇌동, 경거망동하여 거짓 선동에 휘둘려 뿌리없는 사람들처럼 이리저리 떠돌지 말고 오늘 지금 여기 이 삶의 자리에 정주하며 하느님의 나라를 살라는 주님의 다음 말씀입니다.

 

“사람들이 너희에게 ‘보라, 저기에 계시다.’ 또는 ‘보라, 여기에 계시다.’ 할 것이다. 그러나 너희는 나서지도 말고 따라가지도 마라. 번개가 치면 하늘 이쪽 끝에서 하늘 저쪽 끝까지 비추는 것처럼, 사람의 아들도 올 것이다.”

 

그러니 언제 주님께서 임재하실지 모르니 오늘 지금 여기 정주의 자리에서 지혜롭게 깨어 살라는 것입니다. 아니 지금도 우리 모두 정주의 지혜를 살라고 끊임없이 우리를 찾아오시어 위로하시고 격려하시는 주님이십니다. 이어지는 주님의 수수께끼 같은 말씀입니다.

 

“그러나 그는 먼저 많은 고난을 겪고 이 세대에게 배척을 받아야 한다.”

 

빛과 그늘의 공존입니다. 부활의 영광에 앞선 십자가의 고난과 배척입니다. 현세에서 주님과 함께 겪는 고난과 배척을 부활 영광의 희망으로 잘 견뎌내라는 말씀처럼 들립니다. 파스카의 은총이, 파스카의 기쁨이 능히 이런 어려움을 감당할 수 있는 힘을 줍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정주의 지혜로 빛나는 삶을 살게 하시며 예수님을 닮아가는 지혜의 여정, 예닮의 여정에 항구할 수 있는 힘을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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