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25. 월요일 주님 성탄 대축일 밤미사 

성경독서 이사11,1-10 

교부독서 레오 대교황의 성탄강론1-3

이사9,1-6 티토2,11-14 루카2,1-14

 

참 기쁜 소식

-“오늘 우리 구원자 주 그리스도 태어나셨다!”-

 

 

“하느님의 사랑을 영원토록 노래하리라.”

하루종일 흥겹게 불렀던 대림 제4주일 미사시 화답송 후렴이었습니다. 요즘은 정말 하느님 사랑하는 기쁨으로, 재미로, 맛으로 삽니다. 도대체 삭막한 광야 여정, 이런 하느님 사랑하는 맛이 없으면 무슨 맛으로 살아 갈 수 있을런지요! 하느님을 더욱 많이 사랑하고 싶어 오래 살고 싶습니다. 그래도 임종을 맞이했을 때의 단 하나 아쉬움이 있다면 더 하느님을 많이 사랑하지 못한 것일거란 예감이 듭니다. 

 

아무리 오래 산들 하느님 사랑이 빠진 삶이라면 무슨 의미가 있을런지요. 사랑은 삶의 의미이자 존재이유입니다. 사랑해서 사람이니 사랑하는 사람은 인간의 정의 입니다. 무지와 허무에 대한 답도 사랑뿐입니다. 사랑의 빛이 무지와 허무의 어둠을 몰아냅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절정에 도달하여 학수고대하던 우리 구원자 주 그리스도 오늘밤 태어나셨습니다. 말그대로 하느님 사랑의 선물입니다. 

 

우리는 방금 성경독서 이사야서와 레오 대교황의 성탄 강론 노래를 통해서도 잠시 주님 성탄의 기쁨을 맛봤습니다. 마침내 제1독서 이사야서 예언이 실현되었습니다.

 

“어둠속을 걷던 백성이, 큰 빛을 봅니다. 암흑의 땅에 사는 이들에게, 빛이 비칩니다. 당신께서는 즐거움을 많게 하시고, 기쁨을 크게 하십니다. 사람들이 당신 앞에서 기뻐합니다.”

 

주님 탄생으로 인한 기쁨의 빛이 온누리를 환히 밝힙니다. 우리 구원자 예수님은 우리 마음의 구유안에 어둠에서 빛으로, 죽음에서 생명으로, 절망에서 희망으로 태어나셨습니다. 우리도 아기 예수님과 함께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이제부터 성탄시기만 아니라 매일 성탄의 기쁨 속에 빛으로 생명으로 희망으로 살 수 있게 된 우리들입니다. 우리 구원자 예수님 탄생으로 인해 비로소 살맛나는 인생이 되었습니다. 예수님의 성탄을 맞이하여 몇가지 구체적 물음에 대한 답을 나누고 싶습니다. 

 

첫째, 구원자 예수님의 탄생을 체험한 이는 누구입니까?

모두가 잠든 밤, 밤새 깨어 양들을 보살폈던, 맡은바 책임에 충실했던 가난한 목자들입니다. 유명한 종교인들이나 신학자도, 부자도 아닌 참으로 가난하나 깨어 그 책임에 충실하던 목자들에게 선물처럼 예수님 탄생의 체험이 주어졌습니다. 주님의 천사가 다가오고 주님의 영광이 그 목자들의 둘레를 비추었을 때 목자들은 몹시 두려워하는 중에 천사로부터 기쁜 소식을 듣습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보라. 나는 온 백성에게 큰 기쁨이 될 소식을 너희에게 전한다. 오늘 너희를 위하여 다윗 고을에서 구원자가 태어나셨으니, 주 그리스도이시다.”

 

바로 오늘 지금 여기가 영적 다윗 고을 베들헴이요 바로 오늘 이밤에 불암산 기슭 요셉수도원에서 구원자 예수님 태어나셨습니다. 아니 요셉 수도원만 아니라 세상 곳곳에서 성탄 밤미사전례를 봉헌하는 모든 곳에서 탄생하시는 예수님이요, 깨어 묵묵히 책임을 다하다 미사전례에 참석한 가난한 우리 모두가 지금 탄생하신 주님을 만나고 있습니다. 참으로 언제 어디서나 늘 깨어 책임을 다하는 가난하고 순수한 영혼들만이 주님을 만납니다.

 

둘째, 탄생하신 구원자 예수님을 만나는 곳은 어디입니까?

하늘 높이에서가 아닌 땅 낮은 곳에서 만나는 주님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보다시피 아기 예수님의 탄생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 귀하신 하느님의 아드님이 구중궁궐 고대광실도 아닌 여관집 마굿간에서 구유에 뉘어 있습니다. 다음 묘사 그대로입니다. 

 

“마리아 요셉 부부가 거기에 머무르는 동안 마리아는 해산 날이 되어, 첫 아들을 낳았다. 그들은 아기를 포대기에 싸서 구유에 뉘었다. 여관에는 그들이 들어갈 자리가 없었던 것이다.”

 

참으로 안락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를 한없이 부끄럽게 하는 장면입니다. 탄생하실 주님을 만나는 곳은 결코 부유하고 화려한 안락한 곳이 아니라 소외된 낮고 춥고 어두운 곳입니다. 바로 거기서 생명으로, 빛으로, 희망으로 탄생하신 주님을 만납니다. 말 구유하니 모든 이의 밥이 되신 주님을, 또 주님의 십자가의 죽음을 연상하게 됩니다. 여기 여관이란 말마디가 나오니 감동적 일화가 생각납니다.

 

오늘 상황은 아이들의 성탄 연극에도 자주 나옵니다. 바로 이 예수님 부모가 여관을 찾았을 때, 초라한 행색에 여관주인은 방이 없다고 내모는 순간, 여관주인을 돕던 배역을 하던 아이가 대본에도 없던 내용을 발설함으로 연극은 끝나고 말았지만 관중은 큰 감동을 받았다는 내용입니다. 

 

“여기 방 있어요! 가지 마세요. 여기 이 방으로 들어오세요.”

 

여관 주인이 방이 없다고 하자 옆에 있던 배역이 아이가 예수님 부모를 쫓아가며 외쳤다는 대본에 없던 말마디입니다. 그 아이는 약간 부족한 아이로 걱정했는데 정말 큰 사고(?)를 냄으로 연극은 여기서 끝났고 관객은 크게 감동하여 흐뭇한 마음으로 돌아갔다는 일화입니다. 참으로 천진무구한 아이였던가 봅니다. 이런 마음의 구유안에 생명과 빛, 희망으로 탄생하시는 주님이십니다.

 

셋째, 탄생하신 구원자 예수님은 우리가 어떻게 살기를 바라실까요?

평화를 이루어 함께 평화롭게 사는 것입니다. 바로 다음 하늘로부터 들려오는 천사들의 하느님 찬미에 하느님의 소망이 담겨 있습니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

 

참으로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는 이들에게 선사되는 평화입니다. 바로 이 거룩한 미사전례에 참석한,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우리들에게 선사되는 주님의 평화입니다. 독서기도시 독서 이사야서 11장1-10절까지 말씀도 만물의 평화공존의 유토피아를 노래합니다. 참으로 평화의 일꾼이 되어 사는 일이 탄생하신 주님은 물론 하느님을 기쁘게 하는 일입니다. 이사야 예언자가 바로 탄생하신 구원자 예수님의 정체를 밝힙니다. 평화의 하느님 안에 평화의 예수님이 보입니다.

 

“정녕 당신께서는 그들이 짊어진 멍에와 어깨에 멘 장대와, 부역 감독관의 몽둥이를, 미디안을 치신 그날처럼 부수십니다. 왕권이 그의 어깨에 놓이고, 그의 이름은 놀라운 경륜가, 용맹한 하느님, 영원한 아버지, 평화의 군왕이라 불리리이다. 그 왕권은 강대하고, 그 평화는 끝이 없으리라. 그는 이제부터 영원까지, 공정과 정의로, 그 왕국을 굳게 세우고 지켜가리이다. 만군의 주님의 열정이 이를 이루실 것이다.”

 

이런 공정과 정의, 평화의 하느님을 닮은 구원자 예수님의 탄생입니다. 평화를 지향하는 주님의 전사, 평화의 전사들인 우리를 용기백배, 사기충천케하는 평화의 하느님이요 우리의 평화이신 구원자 예수님입니다. 땅에서의 평화는 하늘에서의 영광으로 화답됩니다. 평화와 영광은 한 구원실재의 양면입니다.

 

오늘 구원자 예수님 탄생하셨습니다. 예수님과 동시에 우리도 우리 마음의 구유안에서 빛으로, 생명으로, 희망으로 태어났습니다. 이 거룩한 주님 성탄 밤미사 은총이 우리 모두 주님의 평화의 일꾼, 평화의 전사가 되어 하느님께는 영광이 되는 삶을 살게 하십니다. 여러분 모두가 오늘밤 탄생하신 구원자 예수님의 축복을 받으시고 충만한 삶을 누리시길 바랍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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