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3.주님 공현 대축일 전 수요일                                                1요한2,29-3,6 요한1,29-34

 

 

예닮의 여정

-“따름과 닮음; 하느님의 자녀다운 삶”-

 

 

“주님은 내 등불을 밝혀주시고,

 당신은 내 어둠을 비추시나이다.”(시편18,29)

 

마음속 무지의 어둠을 밝히는 주님의 빛입니다. 어제는 우정에 대해 다양한 예를 들면서 나눴고 우선적 본보기로 복음을 근거로 예수님과 세례자 요한과의 영적우정에 대해 나눴습니다. 이미 두분간의 영적우정은 마리아의 엘리사벳 방문시 두 어머니의 태중에서부터 시작된 각별한 사이였습니다. 새삼 예닮의 여정에 빛나는 모범이 세례자 요한임을 깨닫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예수님과 세례자 요한의 깊은 우정 관계를 감지할 수 있습니다. 세례자 요한을 통해 계시되는 ‘하느님의 어린양’으로서의 예수님의 신원입니다. 그 많은 사람중 예수님의 신원을 알아 본 사람은 세례자 요한뿐이었습니다. 사람이라 하여 다 똑같은 눈이 아닙니다. 영의 눈이 활짝 열린 세례자 요한의 외침입니다. 유난히 ‘본다’라는 동사가 많이 나옵니다.

 

“보라,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 저분은 ‘내 뒤에 한 분이 오시는데, 내가 나기 전부터 계셨기에 나보다 앞서신 분이시다.’하고 내가 말한 분이시다.”

 

바로 우리가 미사시 영성체전 ‘하느님의 어린양’ 세번 되풀이하는 고백과 사제의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분이시니 이 성찬에 초대받은 이는 복되도다.”라는 권고도 오늘 복음에 근거합니다. 그러니 미사전례가 얼마나 정교하게 성서를 반영하고 있는지 참 고맙고 놀랍습니다.

 

이어지는 백부장의 “주님, 제 안에 주님을 모시기에 합당치 않사오나 한 말씀만 하소서. 제 영혼이 곧 나으리이다.”고백과 더불어 성체를 모심으로 하느님의 어린양이신 예수님과 일치합니다. 그러니 예수님을 따르고 닮아가는 예닮의 여정에 날마다의 미사전례 은총이 얼마나 결정적 도움을 주는지 깨닫게 됩니다. 예수님의 대속적 죽음을 상기시키는 “하느님의 어린양”에는 두가지 뜻이 함축되어 있습니다.

 

첫째는 자기는 죄가 없으면서도 많은 사람의 죄를 대신 짊어지고 자신을 어린양처럼 희생하는 ‘주님의 고통받는 종’의 표상과, 둘째는 이스라엘의 구원을 상징하는, 파스카 때에 잡는 어린양의 표상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미사중 모시는 예수님은 바로 이런 하느님의 어린양이십니다. 문득 11월 위령성월, 11월1일 모든 성인 대축일 저녁성무일도때 마리아의 후렴도 생각납니다. 11월 위령성월중 내내 노래했던 내용입니다. 

 

“성인들이 그리스도와 함께 기뻐하는 그 나라가 얼마나 영광스러운가. 흰옷을 입고 어린양을 따라가는도다.”

 

여기서도 예수님을 어린양이라 부릅니다. 이어 영의 눈이 열린 세례자 요한의 힘찬 고백이 뒤따릅니다. 하느님의 어린양에 이어 예수님을 하느님의 아드님이라 고백합니다.

 

“과연 나는 보았다. 그래서 저분이 하느님의 아드님이라고 내가 증언하였다.”

 

마음의 눈만 밝은 것이 아니라 마음의 귀도 밝아 주님께 늘 깨어 열려 있었던 참 탁월한 주님과 사랑의 우정 관계에 있던 ‘성령의 사람’ 세례자 요한임은 다음 고백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물로 세례를 주라고 나를 보내신 그분께서 나에게 일러 주셨다. ‘성령이 내려와 어떤 분 위에 머무르는 것을 네가 볼 터인데, 바로 그분이 성령으로 세례를 주시는 분이시다.’”

 

그러니 우리가 따르고 닮아가는 분은 하느님의 어린양이자 하느님의 아드님이신 예수님입니다. 바로 우리가 갈망하고 소원하는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것은 이런 예수님을 따르고 닮아감으로 실현됩니다. 제1독서에서 사도 요한은 하느님의 자녀라는 신분이 얼마나 엄청난 축복인지 감사하는 마음으로 깊이 마음에 새길 것을 촉구합니다.

 

“아버지께서 우리에게 얼마나 큰 사랑을 주시어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라 불리게 되었는지 생각해 보십시오. 과연 우리는 그분의 자녀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이제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입니다. 우리가 어떻게 될지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분께서 나타나시면 우리도 그분처럼 되리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분을 있는 그대로 뵙게 될 것입니다.”

 

그분을 따르고 닮아 그분처럼 되는 것, 이것이 우리 믿는 이들의 궁극의 희망입니다. 하느님의 자녀라는 신분은 선물이자 과제입니다. 평생 하루하루 날마다 예수님을 따라 ‘하느님의 자녀답게’ 살아가면서, 예수님을 닮아가는 예닮의 여정에 항구하고 충실할 때 비로소 하느님의 자녀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언제나 하느님의 자녀가 되어가는 영원한 현재 진행형 상태에 있는 미완의 존재임을, 또 살아있는 그날까지 하루하루 날마다 하느님의 자녀답게 살아가도록 분투의 노력을 다해야 하는 우리의 삶임을 깨닫습니다. 주님의 은총이 이렇게 살도록 우리를 도와 주십니다. 이렇게 예닮의 여정을 통해 하느님과의 궁극적 일치에 희망을 둔 우리는 그리스도께서 순결하신 것처럼 자신도 순결하게 하며 늘 하느님의 자녀답게 살도룩 분투의 노력을 다합니다. 제가 피정지도시 자주 드는 예가 생각납니다. 

 

“나중에 천국문을 통과할 때 예수님은 우리 마음의 얼굴을 검사하실 것이다. 주님을 닮았나 안닮았나. 사랑할 때 닮는다. 주님을 따라 섬기고 사랑하면서 닮아갈수록 역설적으로 참나의 얼굴이 된다. 주님을 닮은 참나의 얼굴로 주님은 심판하실 것이니 사랑의 심판이다.”

 

넘어지는 것이 죄가 아니라 자포자기 절망으로 일어나지 않는 것이 대죄입니다. 넘어지면 곧장 일어나 다시 하느님의 자녀답게 예닮의 여정에 올라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며, 날마다의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를 힘껏 도와주십니다. 다시 한번 늘 읽어도 늘 새로운 제 좌우명 기도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마지막 연으로 강론을 마칩니다.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날마다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라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일일일생(一日一生), 하루를 처음처럼, 마지막처럼, 평생처럼 살았습니다.

저에겐 하루하루가 영원이었습니다.

어제도 오늘도 이렇게 살았고 내일도 이렇게 살 것입니다.

하느님은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 받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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