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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7.연중 제3주간 토요일                                                  2사무12,1-7ㄷ.10-17 마르4,35-41

 

 

믿음의 여정

-기도와 회개와 함께 가는 믿음-

 

 

“하느님, 제 마음을 깨끗이 만드시고,

 제 안에 굳건한 영을 새롭게 하소서”(시편51,12)

 

지난 저녁 수도형제에게 떼제공동체 마르코 수사님(1931-2024)이 향년 92세로 1월19일 선종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한결같은 믿음으로 사셨던 분이고 여기 요셉 수도원을 참으로 사랑했던 분이시며 특히 동정녀 공통 저녁 성무일도중 셋째 후렴을 참 좋아했던 분입니다.

 

“나의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그리스도 안에 자리잡았도다.”

 

그리스도 안에 자리 잡고 한결같은 정주의 믿음을 살아가는 우리 요셉 수도원의 수도자들입니다. 누군가 저에게 어떻게 사는가 묻는 다면 저뿐만 아니라 믿는 이들 대부분은 “믿음으로” 살아간다 말할 것입니다. 저는 이에 덧붙여 “하루하루 살아갑니다” 말할 것입니다. 흡사 첩첩산중 하루하루 산을 넘는 듯, 살아 갈수록 힘든 것 같습니다. 특히 평생 매일 강론을 쓰며 갖는 느낌입니다. 

 

바로 끝이 보이지 않는 삶을 살아가려면 하루하루 겸손한 믿음으로 살아가는 길뿐일 것입니다. 이제는 죽음이 조금씩 보이는 듯 합니다. 성 베네딕도는 물론 사막교부들은 “죽음을 날마다 눈앞에 환히 두고 살라” 말씀하였습니다. 이래서 몇해전부터 많이 피정강의나 매일강론중 강조해온 말마디가 일일일생, 일년사계로 인생여정을 압축했을 때 어느 시점에 와있느냐의 확인입니다. 

 

이런 시도가 하루하루 깨어 거품이나 환상이 걷힌 본질적 깊이의 삶을 살게 합니다. 2014년 산티아고 순례를 다녀온지 벌써 10년째입니다. 그동안 참 많은 강론 주제가 “-여정” 이었고 오늘 강론 제목도 주저없이 “믿음의 여정-기도와 회개와 함께 가는 믿음-”으로 정했습니다. 

 

믿음도 보고 배웁니다. 희망도 사랑도 모두가 배움의 대상입니다. 육신은 날로 노쇠해가도, 믿음은 날로 보고 배워 살아있는 그날까지 끊임없이 성장 성숙했으면 좋겠습니다. 믿음의 참 좋은 교과서가 바로 오늘 복음과 제1독서 다윗의 일화입니다. 흡사 오늘 복음의 걷잡을수 없이 일어나는 풍랑의 현실이 우리 주변이나 내 마음 상태를 상징하는 듯 합니다. 요즘 시국을 보면 총선을 앞두고 얼마나 치열한 경쟁인지 흡사 내전상태를 방불할만큰 혼란스럽고 뜨겁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보다시피 예수님께서는 이런 거센 풍랑속에서도 배 고물에서 태연자약(泰然自若), 베개를 베고 주무시고 계십니다. 얼마나 깊은 믿음의 표현인지요! 제자들의 안절부절 못하는 혼란한 반응과 예수님의 침착한 대처가 극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흡사 눈에 보이는 듯 생생한 장면입니다.

 

“스승님, 저희가 죽게 되었는데도 걱정이 되지 않으십니까?”

제자들은 물론 그대로 믿음 부족한 우리의 모습같습니다. 정말 늘 함께 하시는 주님께 대한 철석같은 믿음이 있었다면 차분하게 대응했을 것입니다. 잠에서 깨어나신 주님은 권위있는 말씀으로 바람을 꾸짖으시고 호수더러 명령하시니 그대로 하느님의 전능하신 모습입니다.

 

“잠잠해져라. 조용히 하여라!”

바람은 멎고 고요해지니 얼마나 통쾌한 장면인지요! 제자들의 충격에 이어 예수님의 다음 말씀에 제자들은 믿음 부족을 절감했을 것입니다.

“왜 겁을 내느냐?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

제자들의 다음 반응은 오늘 우리가 하루 내내 품고 묵상해야할 화두입니다.

“도대체 이분이 누구시기에 바람과 호수까지 복종하는가?”

 

참으로 이런 주님과 함께 하는 믿음이라면 천하무적의 믿음일 것입니다. 새삼 우리 삶은 믿음의 여정임을 깨닫습니다. 복음의 제자들 역시 이런 사건을 통해 주님으로부터 크게 믿음을 배웠을 것입니다. 제자들의 믿음의 여정에 참 큰 가르침이자 깨우침이 됐을 것이며 우리 역시 믿음의 여정에 항구해야 함을 배웁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다윗의 승승장구하던 믿음의 여정에 급제동이 걸리는 충격적 장면입니다. 하느님 앞에 완전범죄는 불가능함을 배웁니다. 쥐도 새도 모르게 감쪽같이 밧세바의 남편을 제거하고 그의 아내 밧세바를 아내로 취한 다윗의 사악함이, 잔인성이 상상을 초월합니다. 사람이 유혹에 빠지면 얼마나 악해질수 있는지, 그렇게 믿음 좋다는 다윗인데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참으로 방심할 수 없는 믿음입니다.

 

천인공노(天人共怒)할 다윗의 범죄에 하느님의 실망이 얼마나 컷겠는지요! 주님은 나탄을 통해 적절한 비유를 들면서 다윗의 죄상을 폭로하고 죄의 결과가 얼마나 참혹할지 길게 열거합니다. 그렇게 많은 은혜를 베풀어 주었는데 이런 큰 죄를 지었는지 다음 말씀이 주님의 실망을 반영합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너는 주님의 말씀을 무시하고, 주님이 보시기에 악한 죄를 저질렀느냐?”

대죄를 지었지만 즉각적인 회개가 역시 다윗의 믿음을 반영합니다. 

 

“내가 주님께 죄를 지었소.”

 

아마도 이 대사건은 다윗의 믿음의 여정에 결정적 계기가 되었을 것입니다. 좌초하여 무너지기 보다는 심기일전 겸손한 믿음의 계기로 삼아 분투의 믿음을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을 다윗입니다. 문득 인도의 성자 간디는 “I was wrong!(내 잘못했다!)의 명수(名手)였다”는 일화가 생각나네요. 정작 공동체내 관계에서 “고맙다, 감사하다”란 말마디보다 더 필요한 말마디가, 앙금을 말끔히 씻어내는 “미안하다, 잘못했다, 죄송하다” 란 회개의 말마디라는 생각이 듭니다.

 

복음의 제자들처럼 다윗의 믿음의 여정은 다시 시작됩니다. 죄는 용서받았지만 치뤄야할 보속은 첩첩산중이요 다윗의 위대한 점은 앞으로 보겠지만 이 죄과로 무너지지 않고 끝까지 죽을 힘을 다해 믿음으로 버텨내고 견뎌내면서 잘 통과했다는 것입니다. 정말 믿음으로 끝까지 보속을 다한 다윗입니다.

 

다윗의 믿음은 이런 고난과 시련을 통해 더욱 겸손하고 순수하고 견고해졌을 것입니다. 새삼 삶의 여정에서 발생하는 온갖 어려움을 믿음의 여정중 믿음 성숙(成熟)의 계기로, 겸손과 비움의 계기로 삼는다면 전화위복일 것입니다. 바로 오늘 화답송 시편 51장 다윗의 통회 시편은 다윗이 지은 대죄에 아파할 때 마다 회개하는 마음으로 평생 기도로 바쳤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애당초 타고난 믿음도, 평탄대로의 믿음도 없습니다. 파란만장한 삶의 여정중에 끊임없는, 한결같은 기도와 회개와 함께 가는 믿음의 은총임을 깨닫습니다. 유비무환입니다. 처방보다는 예방이 백배낫습니다. 하루하루 평생 날마다 바치는 찬미와 감사, 회개하는 마음으로 온힘을 다해 바치는 미사와 시편성무일도 공동전례기도보다 우리 믿음의 여정에 큰 도움이 되는 수행은 없을 것입니다. 

 

주님은 ‘죄없는 의인’보다 ‘회개한 죄인’을 더 사랑하십니다. ‘부패한 성인’은 없어도 ‘회개한 성인’은 많습니다. 회개하지 않으면 그 인생 부패해져 아무 쓸모도 없어집니다. 주님은 날마다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회개한 우리 모두의 믿음을 북돋아 주시고 우리 안팎의 풍랑을 고요하게 하시어 성공적 인생항해여정중 마침내 천상 고향에 이르게 해 주실 것입니다. 

 

“주님, 구원의 기쁨을 돌려주시고,

 순종의 영으로 저를 받쳐주소서.”(시편51,14).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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