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2.8.연중 제5주간 목요일                                                                1열왕11,4-13 마르7,24-30

 

하느님 중심의 

정주 영성과 믿음의

-한결같이, 간절하고, 절실하고, 절박한 삶-

 

잠깨어 일어나 집무실 문을 여니 은은한 봄향기가 온몸에 젖어들었습니다. 어제 제 75회 생일을 맞이하여 선물받은 안개꽃과 후리지아꽃이 잘 어울리는 꽃꽂이에서 나는 봄향기, 꽃향기 였습니다. 즉시 꽃말을 찾아봤습니다. 안개꽃은 죽음, 맑은 마음, 깨끗한 마음, 사랑의 성공, 간절한 기쁨, 기대, 밝은 마음, 약속, 슬픔등 꽃말을 지니고 있고, 후리지아는 순백, 결백, 천진난만, 기대, 우정, 감사등의 꽃말을 지니고 있습니다. 꽃같은 영혼으로 살라는 깨우침을 주는 참 신비롭고 아름다운 꽃말들입니다. 26년전 동양난(東洋蘭)을 선물받고 형제님께 써드린 “난(蘭)같은 당신”이란 답시도 생각납니다.

 

“당신

 존재의 향기

 하나만으로 충분합니다

 있음자체만으로

 향기롭고 평화로운

 난(蘭)같은 당신입니다”-1998.3.31

 

어제 제 생일은 뜻하지 않게 참 행복한 일이 많았습니다. 수도원 봉사왔던 꽃같이 향기로운 네분 자매들은 축하케이크 선물에 축하노래에 이어 제 자작시(自作詩)들을 돌아가며 읽으니 얼마나 꽃처럼 향기로웠던 시간이었던지요! 대표 자매님의 감사 메시지입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신부님!

 저희 모두에게 너무도 행복하고 소중한 선물을 주셨습니다.

 가끔씩 모여 신부님 시낭독회를 하기로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런가하면 세상 한복판에서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고고한 수도자처럼 살아가는 치과 의사 형제님으로부터 향기 그윽한 꽃꽂이 택배 선물을 받았고 즉시 19년전의 “어느 치과 의사 예찬”이란 시도 보내드렸습니다.

 

“친절하고 선량한 사람이다

 욕심없어 

 마음 또한 맑고 깨끗하다

 최소한도의 의식주로 만족하는 이다

 식물성이라

 그 곁에선 풀냄새가 난다

 시를 좋아하는 

 섬세한 감성을 지닌 이다

 부드러움 중에

 강인한 의지가 빛처럼 배어나오는 이다

 그의 일은 하나의 예술이다

 때로 쉬는 날 그는 진료 봉사를 한다

 쉴 틈이 별로 없는 이다

 몸으로 사는 게 아니라 정신으로 사는 이다

 평상심(平常心)의 도(道)를 살기에

 외로움도 그를 슬며시 비켜간다

 그러니

 그는 예술가이고 세속 안에 수도자이다

 내 좋아하는

 어느 치과의사 예찬이다”-2005.3.

 

놀랍습니다. 19년이 지난 지금도 거기 그 자리에서 정주하면서, 위 시처럼 한결같이 변질됨이 없이, 간절하고 절실하고 절박한 마음으로 치과 서비스업에 전념하면서, 향기로운 발효인생을 살아가는 제 좋아하는 어느 치과의사입니다. 또 알게 된지 1년 채 못되지만 수도원과 저를 끔찍이 좋아하는 분으로부터 평생 간직하고픈  수필집을 선물 받았습니다.

 

“이제, 등짐을 내려놓다.-전국 가톨릭 성지순례완주, 그 발걸음 에세이”

표지 제목에 이어 안에는 저에게 보낸 글이었습니다.

“고마우신 분, 하늘 만큼 존경하는 이수철 프란치스코 신부님께!

순례의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행복한 웃음도 함께하고 싶습니다. 

감사와 사랑을 드리며, 2024.1.20., 저자 박온화(朴溫花) 루시아-

 

뒷 표지의 이해인 수녀의 사랑과 정성이 가득 담긴 단아한 추천글도 일부 나눕니다.

 

“실제의 삶에서도 너무나 성실하고 단단하게 

인내로운 신앙인의 본을 보여주는 

박온화 작가의 진솔하고 따뜻한 글을 통해 

우리에게도 영적갈망이 은은하고 새롭게 피어오르는

참 기쁨을 맛볼수 있으니 거듭 감사할 뿐입니다.

사랑위해 목숨바친 순교성인들을

더 깊이 더 고맙게 기억하면서

기도의 하얀 꽃 한송이 바치고 싶습니다.”

 

하느님이 계신 곳을 찾지 말고 하느님을 찾으라 했습니다. 하느님은 언제 어디에 계시듯 성인들도 언제 어디서나 세상 곳곳에 있습니다. 윗분들은 물론이고 제 주변에는 하늘의 별처럼, 땅의 꽃처럼, 하느님 중심의 한결같이 간절하고 절실하고 절박한 정주영성과 믿음을 살아가는 참 자랑스럽고 사랑스런 성인같은 분들이 곳곳에 많습니다. 

 

서울교대부국 교장으로 재직하면서 교사와 학생, 학부모의 신뢰와 사랑을 온몸에 받았던, 60대 초반에 병사한 약 55년전 제 고향 충남 예산의 옆동네 홍성 출신의 교대시절 절친이었던 분의 교대부국 동산에 세워진 돌판 묘비명에 “한결같이”란 친필 글자도 문득 생각납니다. “한결같이” 절친의 삶의 모토였던 듯 합니다. 수도원에 들어온후 한번도 만나보지 못했음이 내내 회한(悔恨)으로 남아있습니다.

 

강론 서두가 길었습니다. 얼마전 “1.책 더 많이 보고 싶어서, 2.주님을 더 많이 사랑하고 싶어서” 오래 살고 싶다 했는데 하나 더 추가하고 싶습니다. “3.더 많이 공부하고 싶어서” 오래 살고 싶습니다. 어느 고승은 제자들에게 “공부하다 죽어라” 유언을 남겼다는데, 저는 하루하루 공부하는 마음으로 살고, 공부할 것 가득 안고 강론을 씁니다. 다산 어록의 오늘의 말씀입니다.

 

“재물을 탐내기보다 

공부에 집중하는 것이

재물보다 풍성한 만족을 준다.”

 

참으로 하느님 중심의 정주 영성과 믿음을, 한결같이 간절하고 절실하고 절박한 삶을 살아가는 분들이 참사람의 성인들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오늘 말씀의 이해도 확연해 집니다. 복음의 시리아 페니키아 여자의 한결같은 믿음과 독서의 솔로몬의 대조가 뚜렷합니다. 회개한 성인은 있어도 부패한 성인은 없다는 말씀이 그대로 다윗과 솔로몬에게 적용됩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보다시피 솔로몬은 한결같지 못했고 날로 변질 부패된 삶을 살다가 죽었습니다. 우리의 반면 교사 역할을 하는 다음 솔로몬에 대한 묘사입니다.

 

“그의 마음은 아버지 다윗의 마음만큼 주 그의 하느님께 한결같지 못하였다. 솔로몬은 주님의 눈에 거슬르는 악한 짓을 저지르고, 자기 아버지 다윗 만큼 주님을 온전히 추종하지는 않았다. 솔로몬은 자신의 모든 외국인 아내를 위하여 그들의 신들에게 향을 피우고 제물을 바쳤다. 주님께서 솔로몬에게 진노하셨다. 그의 마음이 주 이스라엘의 하느님에게서 돌아섰기 때문이다.”

 

과장된 표현이겠지만 솔로몬은 700명 아내와 300명의 첩을 두었다 하니, 그 변질 부패 인생이 얼마나 극에 달했는지 상상을 초월합니다. 사람이 하느님을 떠나면 얼마나 부패 변질되고 망가지고 무너질 수 있는 지 보여줍니다. 이래서 광야인생 하느님 중심의 삶에 제대로 미치면 성인이요 하느님을 떠나 세상 것들에 중독되어 잘못 미치면 괴물도 악마도 폐인도 될 수 있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종교도 국적도 빈부의 격차도 남녀노소도 보지 않고 믿음만 보십니다. 주님은 한결같이 당신 중심의 정주영성과 믿음에 간절하고 절실하고 절박하게 살아가는 이들을 끝까지 챙기십니다. 바로 그 좋은 예가 복음의 이교도인 시리아 페니키아의 여자의 겸손과 인내의 정주의 믿음입니다. 참으로 한결같이 간절하고 절실하고 절박한 그녀의 믿음에 감동한 주님의 치유의 응답입니다.

 

“주님, 그러나 상 아래에 있는 강아지들도 자식들이 떨어뜨린 부스러기는 먹습니다.”

“네가 그렇게 말하니, 가 보아라. 마귀가 이미 네 딸에게서 나갔다.”

 

참으로 주님의 불퇴전(不退轉)의 여전사(女戰士), 이교도인 시리아 페니키아의 여자의 겸손한 믿음, 인내의 믿음, 탄력좋은 백절불굴의 믿음, 한결같고 간절하고 절실하고 절박한 믿음, 목숨을 건 믿음이 딸을 살렸습니다. 솔로몬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넘어지는 것이 죄가 아니라 자포자기 절망으로 일어나지 않는 것이 대죄입니다. 죽어야 끝나는 영적전쟁입니다. 언제 어디서든 넘어지면 곧장 일어나 새롭게 영적전투에 임하는 탄력좋은 믿음으로, 한결같고 간절하고 절실하고 절박한 믿음으로 살 때 영적승리의 삶이요, 이에 결정적 도움을 주는 주님의 날마다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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