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2015.3.12. 사순 제3주간 목요일                                                                                                                   예레7,23-28 루카11,14-23


                                                                                           자기비움의 수행(修行)

                                                                                      -항구(恒久)한 기도와 노력-


자기비움의 겸손의 수행에 항구한 기도와 노력보다 좋은 것은 없습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을 요약하는 화답송 후렴은 얼마나 많이 읽고 듣는지 모릅니다.


"오늘 주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너희 마음을 무디게 가지지 마라"(시편95,7ㄹ.8ㄱ).


바로 과거나 미래 어느 날이 아닌 오늘입니다. 믿는 이에겐 오직 영원한 오늘만 있고, 바로 오늘 지금 여기에 하느님도 함께 계십니다. 이 말씀을 현실화 하는 길은 항구한 기도와 노력의 수행뿐입니다.


죄와 병은 구분이 애매합니다. 문제는 무지와 교만과 허영으로 요약되는 무딘 마음입니다. 무지와 교만은 허영은 죄가 아니라 병입니다. 일상에서 접하는, 흔히 죄로 착각하는 많은 경우 죄가 아니라 치유되어야 할 병입니다. 모든 마음의 병의 뿌리는 무지에서 기인합니다. 무지에서 교만이요 허영이요, 하나이자 셋인 이들은 세 쌍둥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무지가 치유되면 지혜요, 교만이 치유되면 겸손이요, 허영이 치유되면 진실입니다. 이 무지와 교만과 허영에 최고의 명약은 다음 주님 말씀뿐입니다.


"누구든지 나를 따르려면 날마다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사순시기 수행해야 할 만고불변의 진리 말씀입니다. 날마다 자기를 버리는, 비우는 일은 바로 자기비움의 항구한 기도와 노력을 뜻합니다. 단번에 치유되는 마음의 병이 아니기에 날마다 죽을 때까지 자기를 버리는 항구한 기도와 노력입니다. 오늘 에레미야 예언자를 통한 주님의 말씀은 그대로 우리 모두를 향한 말씀입니다. 너무 현실감있게 다가오는 말씀입니다.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길만 온전히 걸어라. 그러면 너희가 잘 될 것이다. 그러나 너희들은 순종하지도 귀를 기울이지도 않고 제멋대로 사악한 마음을 따라 고집스럽게 걸었다. 나에게 순종하거나 귀를 기울이지 않고, 오히려 목을 뻣뻣히 세우고 자기네 조상들보다 더 고약하게 굴었다. 너희들의 입술에서 진실이 사라지고 끊겼다.“


무지와 교만의 절정입니다. 그대로 마음의 중병에 걸린 오늘의 세대들을 향한 말씀 같습니다. 오늘 복음의 장면도 이와 흡사합니다. 예수님이 벙어리 마귀를 쫓아냈을 때 하느님이 하신 일임을 몰라보고 무지로 인한 다음 반응입니다.


"저자는 마귀 우두머리 베엘제불의 힘을 빌려 마귀들을 쫓아낸다.“


곡해하며 하늘에서 내려오는 다른 표징을 요구합니다. 이런 무지는 분노의 대상인 죄라기 보다는 연민의 대상인 마음의 병입니다. 어떻게 하면 무지와 교만과 허영의 마음 깊은 병을 치유할 수 있을까요? 자기를 버리는 자기비움의 항구한 기도와 노력의 수행은 무엇일까요? 지성이면 감천입니다. 항구한 수행의 노력에 회개라는 하느님 은총의 응답입니다. 어제의 신선한 깨달음을 준 두 예화를 소개합니다. 대담하고 용감하게 당사자는 극구 사양했지만 미담(美談)을 소개합니다. 


아랫집 서레몽 수녀님이십니다. 저보다 한국나이로 12세 많으니 79세 이십니다. 그러나 수녀님의 열정은 영원한 젊은이입니다. 노령에도 불구하고 항구한 노력이 젊은 수도자들의 모범입니다. 저의 산티아고 순례 시, 그 힘든 와중에도 매일 강론을 썼다는 사실에 자극을 받아 작년 10월 경부터 날마다 매일미사 내용을 필사하신다 하십니다. 


그날의 입당송부터 시작하여 '말씀의 초대'와 끝의 '오늘의 묵상'을 빼고 영성체후 기도까지 1시간내지 1시간 반에 걸쳐 정성껏 필사하니 그렇게 좋고 은혜로울 수 없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전적으로 공감하고 격려했습니다. 말씀과 기도와 성체가 있는 미사보다, 또 매일미사에 나오는 이 말씀들 보다 더 좋은 영혼의 영양제, 치유제는 없습니다. 매일미사 말씀을 필사하는 항구한 노력의 수행자체가 바로 기도입니다.


하여 오후에 방문하여 고백성사를 본 믿음 깊은 조요안나 자매에게도 즉시 주님 부활때까지 사순시기 보속으로 매일미사를 쓰도록 했습니다. 이런 몸과 마음을 다한 항구한 노력은 그대로 기도가 되고 이런 수행을 통해 하느님 은총의 치유가 시작됩니다. 또 진기한 사실에 감동했습니다. 조요안나 자매와 함께 수도원을 방문한 그의 장부 전요셉 형제입니다. 


들으니 형제는 매월 성심자매회 모임이 있을 때마다 수도원에 와서 미키, 댕기, 막내 세 애완견을 목욕시킨다는 것입니다. 이또한 자비의 수행, 자기비움의 수행입니다. 참 복도 많은 수도원의 세 애완견입니다. 따뜻한 물에 비누로 목욕시키고 타올로 닦고 헤어드라이로 말리고 가위로 털을 적당히 잘라주고 이어 먹을 것을 주면 끝나는데 무려 3시간이 걸린다 합니다.  이런 항구한 자비행이, 자기비움의 수행이 마음의 병을 치유합니다. 마음을 지혜롭고 겸손하고 진실하게 합니다. 이와 더불어 끊임없는 기도가 참 좋은 처방입니다. 


"주님의 자비는 영원하시다.“


시편 136장에서 계속 반복되는 후렴입니다. 이런 주님의 자비에 바탕을 둔 '예수의 이름을 부르는 기도'가 그렇게 좋습니다.


"하느님의 아드님, 주 예수그리스도님, 죄인인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아토스 산의 동방수도승들을 통해 면면히 계승되고 있는 이 기도의 수행이 끊임없는 기도에는 제일 좋고 그 효험에 대한 증거 또한 무수합니다. 이 자비송의 기도에 항구할 때 치유되는 마음의 병입니다. 하느님을 믿지는 않지만 끊임없이 카톡으로 좋은 글을 보내 주는 해철 사촌형의 다음 글도 큰 격려가 됐습니다.


"성직자의 생애는 무한한 인내와 자기성찰이지. 아무튼 건강하시게.“


무한한 인내와 항구한 자기성찰의 회개를 통해 치유되는 마음의 병이요 이또한 평생과정입니다. 예수성심자매회 회장인 박수산나 자매의 평범한 카톡글도 잊지 못합니다.


"내일은 아치에스 행사가 있어요. 한복을 입으라고 하네요. 일년, 일년이 너무도 빠른 것 같아요. 신부님!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겠지요.“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겠지요.'라는 말의 여운이 깊습니다. 새삼 삶은 순종임을, 하느님께 순종임을 깨닫습니다. 자기를 비우고 이렇게 평범한 일상에 충실함이 구원입니다. 그러니 일상에서 도대체 수행아닌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삶이 기도요 기도가 삶입니다. 모두가 자기를 비우는 겸손과 자비의 항구한 수행이요 이를 통해 점점 자비하시고 겸손하신 주님을 닮아갑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마음의 병을 치유하시어 우리 모두 지혜롭고 겸손하고 진실한 삶으로 변모시켜 주십니다. 아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414 주님의 기도2017.6.22. 연중 제11주간 목요일 프란치스코 2017.06.27 64
3413 삶의 중심 -무지에 대한 답은 “그리스도 예수님”뿐이다-2024.4.29.월요일 시에나의 성녀 가타리나 동정 학자(1347-1380) 기념일 new 프란치스코 2024.04.29 71
3412 참 기쁜 소식 -“오늘 우리 구원자 주 그리스도 태어나셨다!”-2023.12.25. 월요일 주님 성탄 대축일 밤미사 프란치스코 2023.12.24 72
3411 회개(悔改)의 여정, 귀가(歸家)의 여정 -‘하느님의 나라’ 꿈과 실현- 프란치스코 2024.01.21 74
3410 영원한 도반道伴, 영원한 청년靑年 -주님과 아브라함-2017.6.26. 연중 제12주간 월요일 프란치스코 2017.06.27 79
3409 “일어나라!” -늘 새로운 시작, 파스카의 삶-2018.9.18.연중 제24주간 화요일 프란치스코 2018.09.27 80
3408 우리의 영원한 본향本鄕이자 안식처安息處 -그리스도 예수님-2021.2.8.연중 제5주간 월요일 1 프란치스코 2021.02.08 80
3407 온전한 삶 -하느님 중심의 삶-2017,6,27 연중 제12주간 화요일 프란치스코 2017.06.27 81
3406 “내 안에 머물러라” 행복은 선택이요 선물이요 발견이요 노력아다-2024.4.28.부활 제5주일 프란치스코 2024.04.28 81
3405 우리 하나하나가 '하느님의 나라'입니다 -오늘 지금 여기-2020.11.12.목요일 성 요사팟 주교 순교자(1580-1623) 기념일 1 프란치스코 2020.11.12 82
3404 믿음의 여정, 믿음의 전사 -믿음과 희망이 답이다-2021.1.30.연중 제3주간 토요일 1 프란치스코 2021.01.30 84
3403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사랑예찬-2017.6.23. 금요일 예수 성심 대축일 프란치스코 2017.06.27 85
3402 하늘나라의 발견 -참으로 행복한 사람들-2018.7.18. 연중 제15주간 수요일 1 프란치스코 2018.07.18 86
3401 예수님은 누구인가? -앎의 욕구-2018.7.21. 연중 제15주간 토요일 1 프란치스코 2018.07.21 87
3400 영원한 연인戀人이신 주님 -주님과의 사랑과 형제와의 사랑은 함께 간다-2019.12.21.대림 제3주간 토요일 프란치스코 2019.12.21 90
3399 죄와 벌 -미사가 답이다-2021.2.13.연중 제5주간 토요일 1 프란치스코 2021.02.13 90
3398 “새 하늘과 새 땅” -오늘 지금 여기서부터-2024.3.11.사순 제4주간 월요일 프란치스코 2024.03.11 90
3397 하늘길 -아버지께 가는 길이신 예수님-2024.4.26.부활 제4주간 금요일 프란치스코 2024.04.26 90
3396 성화聖化의 여정 -거룩하신 주님과의 만남-2018.7.14. 연중 제14주간 토요일 1 프란치스코 2018.07.14 91
3395 성전 정화 -우리 하나하나도 옹달샘 성전이다-2020.11.9.월요일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 1 프란치스코 2020.11.09 91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71 Next
/ 171
©2013 KSODESIGN.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