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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8. 연중 제34주간 화요일                                                                               다니2,31-45 루카21,5-11



삶의 중심

-정주定住의 영성-



참 재미있습니다. 오늘 새벽 옛 강론집을 펴보던중 22년전인 제 나이 47세 때, 1995년 11월28일 강론에 눈길이 멎었습니다. 역시 최선을 다한 강론이었고 오늘 날자와 독서 복음도 그대로 일치했습니다. 하여 수도원 미사때는 이 강론을 다시 나누고 오늘 새 강론만 수도원 홈페이지에 올리기로 했습니다.


제 사랑하는 영성이 정주의 영성입니다. 우리 삶의 중심인 하느님께 깊이 뿌린 내린 삶입니다. 마치 땅의 현실에 깊이 뿌리 내리고 하늘 향해 높이 가지들 뻗은 나무같은 삶입니다. 늘 거기 그 자리에 있어도 세상의 중심이 되고 있는 나무들이야말로 제 영원한 삶의 스승입니다. 


어느 곳을 방문해도 우선 찾아 보는 것이 노목들입니다. 불가 사찰의 두 자산은 노목老木과 노승老僧이란 말도 있습니다. ‘요셉수도원 설립 25주년 기념감사제(2012.9.15.)’때 낭송했던 제 자작 좌우명 애송시, ‘하루하루 살았습니다.’라는 시 첫 연도 정주 영성의 모범인 나무를 비유로 들었습니다.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하늘 향한 나무처럼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덥든 춥든, 

봄, 여름, 가을, 겨울

늘 하느님 불러 주신 이 자리에서

하느님만 찾고 바라보며 정주(定住)의 나무가 되어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살다보니 1년생 작은 나무가 

이제는 25년 울창한 아름드리 하느님의 나무가 되었습니다.

하느님은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 받으소서.


삶의 중심인 하느님께, 수도공동체에 깊이 뿌리내리는 것이 바로 분도회수도자들의 첫째 서원인 정주입니다. 하여 오늘 강론 제목도 ‘삶의 중심-정주의 영성’으로 정했습니다. 정주영성에 충실하고 항구할 때 한결같은 삶입니다. 온갖 혼란스런 외적 삶에도 내적안정과 평화가 있습니다. 정주의 뿌리가 빈약해 두려움과 불안, 혼란과 방황입니다. 분도 규칙 머리말도 정주로 끝맺습니다.


“주의 가르침에서 결코 떠나지 말고, 죽을 때까지 수도원에서 그분의 교훈을 항구히 지킴으로써 그리스도의 수난에 인내로써 한몫 끼어 그분 나라의 동거인이 되도록 하자. 아멘.”(성규;머리50)


어제 11.28일은 위 ‘분도규칙서’를 내셨던 이형우 시몬 아빠스의 선종 1주기날이었습니다. 아무도 예측 못한 아빠스님의 죽음이었습니다. 제행무상입니다. 영원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우리 삶의 중심인 하느님께 뿌리내린 이들만이 영원한 삶입니다. 오늘 말씀도 이런 정주의 렌즈로 보면 그 의미가 선명히 드러납니다. 누구보다도 복음의 예수님이나 다니엘서의 다니엘은 정주영성의 대가입니다.


“너희가 보고 있는 저것들이, 돌 하나도 다른 돌 위에 남아있지 않고 다 허물어질 때가 올 것이다.”


아름다운 돌과 자원 예물로 꾸며진 대성전의 외관에 넋이 빠진 이들과 달리 본질을 직시한 예수님은 언젠가 사라질 성전을 내다보고 말씀하십니다. 이런 통찰 역시 정주영성의 열매입니다. 보이는 외관이 아닌 영원한 하느님께 마음을 두라는 말씀입니다. 또 주변의 혼란하고 시끄러운 상황에도 경거망동, 부화뇌동하지 말고 제 삶의 자리에 충실히 정주할 것을 당부하십니다.


“너희는 속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여라. 많은 사람이 내 이름으로 와서, ‘내가 그리스도다.’, 또 ‘때가 가까웠다.’하고 말할 것이다. 그들 뒤를 따라가지 마라. 그리고 너희는 전쟁과 반란이 일어났다는 소문을 듣더라도 무서워하지 마라.”


바로 정주영성이 답입니다. 우리 삶의 중심인 하느님께 깊이 뿌리 내릴 때 비로소 안정과 평화요 세상 유혹에 현혹되어 흔들리지 않습니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사실 인류역사상 영원할 것 같던 대제국들도 다 사라졌습니다. 오늘 다니엘의 꿈 해몽이 이를 입증합니다. 그러나 하느님만은 하느님의 나라만은 영원하심을 역시 다니엘이 그 옛날에 증언하고 있습니다.


“이 임금들의 시대에 하늘의 하느님께서 한 나라를 세우실 터인데, 그 나라는 영원히 멸망하지 않고 그 왕권이 다른 민족에게 넘어가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 나라는 앞의 모든 나라를 부수어 멸망시키고 영원히 서 있을 것입니다.”


바로 연중 마지막 전 주일 우리는 온 세상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을 지냈습니다. 바로 다니엘서가 말하는 영원한 하느님의 나라, 그리스도의 나라는 교회를 통해 실현되기 시작했습니다. 보십시오. 세상 제국들은 다 사라졌지만 가톨릭교회는 2천년이상 지속되고 있지 않습니까? 


참으로 그리스도의 왕권만이 영원합니다. 하느님 안에서, 그리스도 안에서, 그리스도의 교회안에서 정주의 삶에 항구한 이들은 이미 지금 여기서 영원한 삶을 삽니다. 또 이렇게 정주영성에 항구한 이들은 마치 늘 북쪽을 가리키는 북극성처럼 많은 이들에게 늘 하느님을 가리키는 '희망의 표지'가, '삶의 좌표'가 될 수 있습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정주의 삶에 항구하고 충실할 수 있게 하십니다. 주님은 오늘 복음 환호송에서 정주영성에 충실한 자들에게 생명의 화관을 약속하십니다.


“너는 죽을 때까지 충실하여라. 내가 생명의 화관을 너에게 주리라.”(묵시2,10).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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